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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책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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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식탁에서 배우는 어휘량은 책을 읽을 때의 10배다."
- 하버드대 연구진 실험 결과

"가족식사 횟수가 적은 아이는 흡연, 음주 경험률이 높다."
- 콜롬비아대 연구 결과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한 번 이상 가족식사를 하는 집이 얼마나 될까?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이 연구 결과를 보면,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가족식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가족 식사 전통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사이,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밥상머리 교육 열풍이 일고 있다.

그 바탕에는 밥상머리 교육이 인성 함양은 물론 아이의 두뇌 발달과 학습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들이 뒷받침되어 있다. 책에 따르면 하루 20분의 밥상머리 대화가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뿐 아니라 부모와 아이의 상호 관계도 획기적으로 바꾼다.

그럼 밥상머리에서 시작되는 놀라운 교육의 힘을 들여다보자.

요즘 보기 드물게 아들 셋, 딸 둘의 많은 자녀를 둔 박진수씨 가족. 가족도 많고 가정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니지만, 다섯 아이 모두 주변에서 부러워하는 학업 우등생에 성격 좋기로 소문난 아이들이다.

평소 박진수씨 부부는 아이들에게 "재능과 부는 나누기 위해 있는 것이고, 그 나눔을 위해서는 먼저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며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해 오긴 했지만, 사실 뒷바라지는 남만큼 해주지 못했다고 한다. 형제가 많다 보니 방이 모자라 수험생일 때도 따로 방을 내주지 못할 정도다.

특별한 교육 노하우가 있는 것도 아닌 이 집에서 반드시 지키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그건 바로 저녁 7시의 가족식사다. 이 원칙은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책을 쓴 SBS 스페셜 제작팀은 이 집의 가족식사를 며칠간 함께 하며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가를 탐색해 본다.

"지켜본 결과, 이들의 식탁이 항상 화기애애한 것은 아니다. 보통의 집처럼 아이끼리 티격태격 다투기도 한다. 마침 언제나 동생들의 숙제를 점검하는 버릇이 있는 장남 범진이와 막내 현경이가 숙제를 미루는 버릇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다."

이때 밥상에 앉은 아이들의 대화에서 부모는 모든 아이의 감정에 동감해 주면서 아이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범진이의 아버지는 인터뷰를 통해 보통 '해라, 하지 마라'라고 얘기하면 경직되고 냉랭해지고 서로 비판적이 되기 때문에, 그냥 분위기를 온화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버지가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얻은 가족식사의 대화법은 최근 연구와 실험을 통해 밝혀진 결과와 궤를 같이 한다. 부모가 식사 중에 화를 내거나 잘못을 지적하는 공격적인 언어 대신,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면서 질문을 던져 잘못을 교정하는 것이 아이의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에서 36개월과 17개월 두 아이 엄마의 인터뷰 내용은 무척 흥미롭다. 식탁의 대화가 아이들의 어휘력 발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많은 부모가 알아 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굳이 어휘력을 늘리겠다는 의도가 없어도 아이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식탁의 힘이에요. 달걀이 식탁에 올라오면 자연스럽게 닭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죠. (중략) 그리고 저희가 붐비는 거리에 살기 때문에 소방차가 자주 지나다니는데, 그럼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를 하게 되죠. 무슨 사고가 났는지 추측도 하고요."

이 인터뷰를 보면 식탁에서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저절로 어휘 발달 및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연구를 보면 가족 식사는 각기 다른 연령층이 한 데 모이는 자리라서 대화 자체가 풍부해질 수밖에 없다. 부모가 무심코 오늘 하루 겪은 일을 말하지만, 이때 아이들은 생경한 단어를 듣고 기억하게 되는 좋은 기회다.

아이들 또한 식탁에서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애쓴다. 아이들에게 일어난 사건은 그리 복잡하지 않지만,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던 어른들에게 그 상황을 이해시키려면 누가, 왜, 어떤 행위를 했는지에 대해 설명해야만 한다. 이때 아이는 부모가 목격하지 못한 상황을 이해시키려고 고심하며 문장을 만들어 낸다.

세상을 향해서 나가는 순간 아이는 부모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고자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고,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아이에게 일어난 일들은 식탁에 앉은 가족들의 관심을 끌 것이며, 그들로부터 이어지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아이는 다음 날 또 다른 세부 상황을 기억하고 어른 수준의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가족 식사를 통해 아이에게 말할 기회가 생기는 것은 곧 기억력 신장과도 연결되는 셈이다. 아이에게 수많은 대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가족식사야말로 가장 좋은 교육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도 밥상머리 교육을 강조했는데, 여기에는 큰 뜻이 담겨 있다고 보인다.

가족 간의 대화가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부모와 자식 간의 단절이 느껴질 때, 하루에 한 번 밥 한 끼 같이 먹기 운동을 시도해 보자.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자기 얘기를 떠들어대고 싶어 안달일 것이고, 부모는 그 이야기를 듣고 생활을 이해하느라 바쁘지 않을까? 그러는 사이에 가족의 애정과 아이들의 지적 능력이 모두 높아진다고 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닐까 싶다.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밥상머리 교육의 비밀

S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리더스북(2010)


태그:#육아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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