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와 관련해 민.군 합동조사단의 과학수사분과장 윤종성 육군준장이 침몰해역에서 수거한 어뢰의 프로펠러와 추진모터를 공개하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와 관련해 민.군 합동조사단의 과학수사분과장 윤종성 육군준장이 침몰해역에서 수거한 어뢰의 프로펠러와 추진모터를 공개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연어급 잠수정'은 이번에 처음 나왔다. 사실상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란 뜻의 인터넷 비속어)이다. 북한의 잠수함 기지를 항상 관찰하면서 왜 이게 식별이 안 된 것인가. 북한의 신형 잠수정 건조를 그렇게 까맣게 모르고 있을 수 있는 것인가."

민간 국방전문가로 꼽히는 외교안보전문지 <D&D포커스>의 김종대 편집장은 20일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이같은 의구심을 피력했다.

그의 말대로 조사단이 천안함에 어뢰를 발사한 주체로 지목한 '연어급 잠수정'은 이번에 그 존재 사실이 처음 언급됐다. 김 편집장은  "(군은) 그동안 북한의 기존 수중전력이 천안함을 들키지 않고 날려 버릴 정도가 된다고 설명해 왔다"면서 "그런데 상어급(300톤급)은  크기 때문에 연안 가까이 접근하기 어렵고, 80톤짜리 유고급은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작전이 어렵다고 하는 상황이 되니까 뜻밖의 신형이 등장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조사단은 발표자료에 '연어급 잠수정'을 무게 130톤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발표 현장에서 황원동 합참 국방정보본부장은 "상어급 잠수함과 유사하지만 수출형으로 만들어졌으며 최근에 건조하다 보니 여러 야간감시 장비를 포함한 고성능 장비를 구비하고 은밀성을 고려해 선체 구조를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때문에 '무게 130톤급'의 연어급을 80톤급인 유고급이 아니라, 300톤급인 상어급과 유사하다고 설명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온 박선원 전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도 "이번 조사결과 발표로 그동안의 논리적 추론의 구멍이 많이 메워졌다"면서도 "'연어급 잠수정'의 등장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김 편집장도 이와 관련 "연어급의 어뢰 발사능력과 잠항능력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130톤급 잠수정이 1700kg무게의 어뢰를 발사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김 편집장은 또 "이번 발표로 천안함을 침몰 시킨 것이 북한 어뢰일 가능성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고 인정하면서 "하지만 군사정보가 없기 때문에 공학자 중심 사건조사가 돼서 상황이 반전될 수도 있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는 여전히 남는다"고 지적했다. '연어급 잠수정'의 침입, 도주 등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는 문제점을 제기한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뢰 가능성 커졌다... 발표 따르면 북한 잠수정은 '홍길동'"

참여연대 주최 긴급좌담회 '천안함 침몰과 군사기밀'이 6일 오전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렸다. 사진은 전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인 김종대 D&D 포커스 편집장.
 참여연대 주최 긴급좌담회 '천안함 침몰과 군사기밀'이 6일 오전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렸다. 사진은 전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인 김종대 D&D 포커스 편집장.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합조단 조사결과를 평가한다면.
"전반적으로 폭발과 선체공학에 대해서는 매끈하게 설명됐다. 자신감까지 엿보였다. 그런데 군사정보에 대한 설명이 없다. 공격징후, 공격후 도주, 귀환 등에 대한 군사정보가 전혀 설명이 안 됐다.

천안함 침몰 사건 초기에는 북한 잠수함(정) 움직임에 특이징후가 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두 척이 들락날락한 게 확인됐다고 한다. 그런데 그건 일상적인 움직임일 수도 있기 때문에 군사정보로서 가치가 낮다.

이번 발표로 천안함을 침몰 시킨 것이 북한 어뢰일 가능성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군사정보가 없기 때문에 공학자 중심 사건조사가 됐고, 그래서 상황이 반전될 수도 있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는 여전히 남는다. 합조단 설명대로라면, 북한 잠수정은 가히 홍길동 수준이라 할 수 있다."

- '합리적 의심의 여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우선, 잠수정 탐지가 어렵다고 인정하자. 하지만 어뢰를 탐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어뢰는 음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발표에서 해군은 잠수함 탐지가 어렵다고 강조했는데 그건 논점이 아니다.

사건 직후 도주하는 적을 찾아내는 것도 실패했다. 구축함, 초계함, 대잠헬기, 지상레이더, 금강·백두정찰기, 초계기 같은 전력들이 아무 역할도 못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군사위성 그리고 최근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스텔스 무인정찰기 등 연합전력도 아무 역할을 못했다는 거다. 이 많은 정보자산이 있는데 군사정보는 아무 것도 없었다는 건데 어떻게 이렇게 감쪽같이 모를 수 있었나, 북한군이 이렇게 탁월한지 의문이다.

또 이번 발표에서 '연어급 잠수정'이 처음 나왔다. 듣도 보도 못한 것이다. 북한의 신형 잠수정 건조를 그렇게 까맣게 모르고 있을 수 있는 것인가. 그동안은 북한의 기존 수중전력이 천안함을 들키지 않고 날려버릴 정도가 된다고 설명해 왔다. 그런데 상황이 맞지 않으니 뜻밖의 신형이 등장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신형 수중무기의 보유 대수, 성능 등에 대해 우리가 전혀 모를 정도로 북한이 탁월하다는 것인데, 잠수함 기지를 항상 관찰하면서 왜 이게 식별이 안 된 것인가."

- 군이 천안함 사건 이전에는 연어급 잠수정에 대해서 전혀 언급한 적이 없었나.
"그동안 국방부 정보기관은 북한이 경제난 때문에 90년대 이후에는 신형 잠수함 등 함정과 전투기 개발에 대한 신규투자가 없다고 공식화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상어급과 유고급 사이의 연어급 잠수정이 등장한 것이다. 상당한 의문이 제기된다. 사실상 '듣보잡'이다.

(그런데 연어급 잠수정이) 야간 전투능력이 있는 고성능에 수출용이라는 정도고, (치수나 무게 같은) 제원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없었다. 북한이 이런 수준의 센서를 가진 잠수정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의문이 든다. 또  그동안 우리가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그렇고.

처음에 군은 이런 전력이 동원됐을 것이라는 가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상어급(300톤급)은 낡은 데다 크니까 연안 가까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용의선상에서) 탈락했고, 80톤짜리 유고급은 잠항능력이 떨어지고 소형이기 때문에 작전이 어렵다고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신형 잠수정이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이 연어급의 어뢰 발사능력과 잠항능력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 조사결과를 본다면 세계 해전사에 유례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 아닌가.
"2차대전 이후로 이런 건 처음이다. 초계함이 잠수함 어뢰에 맞아 당했다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다."

- 군과 정부로서는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셈인데.
"그래서 '국군 치욕의 날'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런 정도 상황이라면 당연히 국방부와 군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책임을 묻지 않는 분위기인 것 같다. 작전 실패 부분은 조사내용에 들어가 있지도 않은데, 책임의 당사자가 조사 주체가 됐기 때문 아닌가."

"해군력 북에 앞섰다고 국방개혁안 개악하더니..."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와 관련해 민.군 합동조사단이 발표를 하는 가운데 인양된 어뢰에 '1번'이라고 적혀 있다.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와 관련해 민.군 합동조사단이 발표를 하는 가운데 인양된 어뢰에 '1번'이라고 적혀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 국방개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009년 6월 당시 이상희 국방부 장관과 김태영 합참의장이 국방개혁기본계획을 올렸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칭찬하면서 재가했다.

그 내용이 뭐냐면, 향후 남북한 분쟁은 지상전 교전양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대응해야 한다, 육군은 북한 전력의 70% 수준이지만, 해공군은 이미 앞서 있다, 구축함, 잠수함 전력은 못 늘리게 하고 전차, 장갑차, 자주포, 다연장포 쪽에 재원을 집중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 장관, 합참의장이 안보불감증에 빠진 것 아닌가. 

국방개혁안을 이렇게 개악해 놓고 최근에는 참여정부의 '국방개혁 2020'이 대양해군이나 미래의 잠재적 위협에나 대응하는 낭만적인 계획이라고 비판하는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그런데 '국방개혁 2020'은 오히려 대양해군이나 전략공군이라는 말을 오히려 금지 시키고 3군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이미 두 차례 수정을 해서 존재하지도 않는 '국방개혁 2020'에 책임을 돌린 것이다.

지금 상황을 보면 지상군 중심으로 방향을 바꿨기 때문에 국방개혁을 또 해야 한다. 정말 두려운 게 북한의 어뢰인가 아니면 우리의 무능 무지일까. 현 정부가 과거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독선이 북한보다 더 무섭다."

- 최근 국방부가 천안함 관련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로 박선원 전 비서관 등을 고소한 걸 지적하는 건가.
"조금 다른 얘기하면, 보수언론까지 가세해 '공공의 적' 취급을 한다. 정부의 최근 행동은 합리적 의문의 여지마저 없애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우리가 가져야 할 입장은 북한에 대한 공포와 불안밖에 없는 것이다.

현 정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북한군의 군사역량에 대한 공포심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것만 부각하고 합리적 의문의 여지를 제거하면  국민들은 북한에 대한 공포와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합리적 의문의 여지를 남겨 둬야 대안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대로 가면 북한 군사역량에 대한 공포심만 커져"

- 정부의 향후 대응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군사적 대응은 어렵다고 본다. 유엔 안보리 회부가 남는데, 대중국 외교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것 역시 여의치 않아 보인다."

- 보수층을 중심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목소리가 더 높아질 것 같은데.
"보수층의 기대감은 커졌겠지만, 상황은 반대로 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재래식 안보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 북한이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3차 핵실험 예상도 나오는데.
"6자회담이 열리지 않는 방향으로 간다면 북한이 그렇게 대응할 수도 있다고 본다."


태그:#쳔안함 사건, #연어급 잠수정, #유엔 안보리, #국방개혁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