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천안함 사건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날조극', '전면전' 등의 용어로 격렬하게 비판하면서도, '검열단 파견'이라는 이례적 제안을 해왔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20일 대변인 성명에서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했다는) 물증을 확인하기 위해 국방위 검열단을 남조선 현지에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안함 침몰사건은 우리와 관계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번 사건을 대화를 위한 계기로 만들자는 적극적인 의도도 읽힌다.
북한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이 남북한 충돌 등 갈등 요인을 둘러싸고 '검열단 파견'을 제안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발표한 국방위 대변인 성명과 별개로, 정부에 대해 "21일과 22일중으로 검열단을 남쪽에 보낼 수 있다"는 제안을 해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민·군 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인 박정이 합참 전력발전본부장(육군 중장)은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현장에서 "현재는 정전상태이기 때문에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가 이번 사건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연루됐는지 판단하고 그 결과를 북측에 통보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남북한의 군사 갈등을 정전위에서 논의해 온 전례를 전한 것이지만, 검열단 파견에 부정적인 듯한 발언이다. 정부 전체적으로도 "가해자가 그것도 '검열'이라는 용어를 써가면서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냐"는 분위기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정부가 북한의 제안을 거부할 경우 "조사내용에 자신이 없는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또 이번 사건을 유엔안보리에 회부해서 제재를 가하겠다는 정부로서는 가뜩이나 이번 조사결과 발표에 마뜩잖아 하는 중국을 설득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반대로 제안을 수용할 경우는 사실상 사건 재조사를 의미하고, 북한으로서는 '반론의 무대'를 갖게되는 셈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박정이 단장이 밝힌 것처럼 군사정전위에서 논의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전례인데 정부 입장을 곧 정하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로서는 증거물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검열단이 아니라 검열단 할아버지가 와도 자신 있지만, 어뢰 프로펠러와 추진모터 외에 북한 잠수함 탐색수단과 기술, 천안함 내부 등의 정보자산까지 공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뜻밖의 변수를 만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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