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불기 2554년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해마다 가는 사찰이 따로 있었는데 오늘은 다른 사찰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건 일전 보문산 등산을 갔다가 오늘 보문산 아래의 모 사찰에 유명가수들도 다수 온다는 현수막을 본 때문이죠. 미리 연락을 취한 직장의 선배님과 보문산 초입서 만난 시간은 오전 9시 반 경이었습니다.
불교의식은 통상 오전 10시부터 시작하는지라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보문산 중턱인 전망대를 올랐지요. 거기서 대전 시내 전경을 구경한 뒤 형통사라는 사찰을 찾았습니다.
"형통(亨通)이라? 그럼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겠네요?" 이런 농담을 하며 대웅전에 들어서 정중히 절을 했습니다. 사찰엔 사람들이 그야말로 구름같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점심공양은 오전 10시경부터 배식을 시작하더군요.
그렇게 공짜로 나눠준 식사는 오후 3시까지 이어졌으니 그 다섯 시간동안에 사찰에서 나간 쌀의 분량은 아마도 몇 가마니는 족히 넘었으리라 유추되더군요.
아무튼 점심을 잘 얻어먹고 그늘에서 오후 2시가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오후 2시가 되자 예전 기상캐스터였던 이익선 씨가 사회자로 무대에 섰습니다.
불교 TV에선 녹화를 시작하였는데 유명가수들이 온다는 소문에 관객들은 입추의 여지없이 빽빽하게 들어섰습니다. 연꽃합창단의 '붓다의 노래'를 시작으로 신도들의 노래자랑이 그 뒤를 이었지요. 우인밴드의 '입정'외 두 곡의 화음에 이어 '당돌한 여자' 서주경 씨가 나와 분위기를 한껏 띄웠습니다.
이어선 가수 박현빈 씨가 등장해 '앗 뜨거'를 불러 더욱 분위기를 고조시켰습니다. 가수 정정아 씨와 최초의 승려가수로도 소문난 영암 스님의 뒤를 이어선 김용임 씨가 나와 좌중을 더욱 휘어잡더군요.
다음으론 윤도국이란 분이 외국인과 나와 한국 피리와 인디오 음악을 믹싱한 새로운 멜로디를 선보였고 '사랑이 뭐길래'로 인기몰이 중인 최영철 씨도 박수를 크게 받았습니다.
쌍둥이 자매 '윙크'는 특유의 재간으로 좌중을 웃겼으며 이제 겨우 중학교 1학년생이라는 국악인 송소희 양은 어찌나 민요를 잘 부르는지 어르신들까지도 모두 반해서 그만 침을 질질 흘리게 만들었습니다.
시간은 어느새 오후 5시를 넘어가고 있었지만 오늘의 하이라이트 무대를 꾸며줄 가수 조항조 씨와 설운도 씨는 차량이 막혀 그때까지도 오지 못 했다는 사회자의 이실직고 겸 사과가 이어졌습니다.
하는 수 없어 사찰을 나왔지만 어쨌든 오늘 대전 보문산 형통사에서 열린 '제 4회 산사 음악회'에서는 밥과 떡에 이어 화려한 공연까지 제공돼 즐겁기 그지없었습니다.
오늘 부처님 오신 날처럼 이 땅의 모든 중생들에게 만날 좋은 날만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으며 집으로 오는 시내버스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