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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습(習)이란 한문 가만히 뜯어 보니
날마다 날개를 연습하는 일이다.
 
따지고 들면 인생살이도 
날마다 날개 연습이 아닌가.
 
단 하루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듯,
 
단 하루도 때묻은 마음 닦는 일
게을리하면
나도 내 마음의 얼굴을 보지 못하듯….
 
오늘 아침 우연히
아침 바닷가의 갈매기들 
날개 연습하는 거 지켜보다가
나는 비로소 알았다.
 
어미 갈매기들 
얼마나 날개 연습
많이 했으면, 
 
애써 날개 푸득이지 않아도,
이제는 쌩쌩 부는 바람에
제 날개를 맡기고,
푸득푸득 아기 갈매기 안고
높이 높이 날아 올랐다.
 
2.
아, 그렇구나.
지혜로운 어미 갈매기들
생애 단 한번 높이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 
그 바람의 높이를 알 수 있도록,
 
저토록 부단히
어린 갈매기들에게 
습(習)을 시키는구나…. 
 
한번도 잠들지 않고 
깨어 있는 파도들조차
제 날개 쭉지 부서지도록
수천 수만번씩
날개 연습을 하고,
 
해조음 짙은 해안선 
저공으로 저공으로
어린 파도의
푸른 날개짓 따라,
 
바다 건너 온 *높새바람들까지
하얀 물방울 날리며
춤추듯이 날아오르네.
 

 
<열자>에 이런 이야기가 적혀 있답니다. 옮겨보면, 한적한 바닷가에 한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갈매기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아침 바다로 나가서 갈매기와 놀았습니다. 그러면 갈매기들은 날아와 그를 즐겁게 해주었답니다.
 
하루는 그의 늙은 아버지가 "들으니 너는 아침이면 바다로 가서 갈매기와 노닌다며...너만 그렇게 좋아 할 것이 아니라 그 갈매기를 잡아와서 나도 즐겁게 해 주면 안되겠냐..."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튿날 다시 바다로 갔습니다. 그러나 갈매기는 전날과 같이 춤추며 날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 나도 비오는 바닷가에서 갈매기들과 즐거웠습니다. 정말 춤추는 파도 위에 날아오르는 갈매기들의 날개짓이 새삼 신기했습니다. 가만히 보니 제 날개는 가만히 두고 바람의 힘을 이용해서 높이 높이 날아오르고 있었습니다. 정말 미물이지만 사람이 만든 철제새(비행기)에 비하니, 갈매기들의 신묘한 날갯짓에 존경심마저 샘솟듯 했습니다.
 
부단하게 날개 연습하는 갈매기의 습(習)...그것은 우리 인생에도 꼭 필요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자연세계를 들여다보면, 매일 매일 열심히 습하며 살아가는 것이 어디 갈매기뿐인가 싶기도 하지만요. 갈매기처럼 부단히 연습하면 인생의 단 한번의 기회는 모두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높새바람, 늦봄에서 초여름에 걸쳐 동해안에서 태백산맥을 넘어 서쪽 사면으로 부는 북동 계열의 바람이다. 강원도·경상북도 지방에서는 샛바람이라고도 한다. 


#습#갈매기#바다#파도#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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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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