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정국'의 분수령이 될 한 주가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정부의 대북조치가 24일 발표된다. 이날 베이징에서는 미중 경제전략대화가 열려, 다음 날까지 계속된다. 환율 문제가 최대 이슈지만,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천안함 사건과 남북관계, 6자회담 문제 등도 긴급현안으로 떠올랐다.
클린턴 장관은 미중 경제전략대화를 마치고 26일 방한하며, 28일에는 원자바오 총리가 온다. 오는 29일부터 이틀간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3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하는 원 총리는 28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
이 같은 굵직한 일정 속에서 천안함 사건의 후폭풍의 세기와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MB, 24일 대국민 담화 "김정일 직접 거명할 수도"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오전 대국민담화에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지목해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23일 브리핑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이름을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아직 최종 조율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북한은 자신들의 최고지도자에 대한 '존엄'을 최우선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격렬한 반응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수석은 또 "이 대통령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경우에는 모든 범위의 강력한 대응을 할 것임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면서 "다만 개성공단 문제 등에 대해서는 신중한 대응기조를 밝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사건과 개성공단은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 대통령의 담화에 이어 유명환 외교· 김태영 국방·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오전 11시 30분에 정부중앙청사 별관 3층 국제회의장에서 합동기자회견을 열어, 대북대응조치를 발표한다.
정부는 서해상 한미 연합 대잠 훈련을 비롯한 대규모 연합훈련 계획·개성공단 제외한 모든 대북교류협력중단·북한선박의 제주해협통과 금지·유엔안보리 회부 방안 등의 대북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미중 경제전략대화, 천안함 사건 국제 논의 가닥잡나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경제전략대화와 클린턴 장관 그리고 원자바오 총리의 방한은, 천안함 사건의 유엔안보리 회부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도움을 얻어 유엔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따른 1874결의안과 별개의 새로운 대북제재결의안을 채택하도록 한다는 계획이지만, 관건은 역시 '6자회담 속개'를 강조하는 중국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미중 경제전략대화가 한반도의 긴장을 낮추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미중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글로벌 이슈냐 아니냐, 6자회담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해 논의하게 될텐데, 천안함 사건은 글로벌 이슈가 되기는 어려운 사안이라는 점에서 미중이 장기적으로 6자회담 재개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현재 세계질서는 미중협조체제'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이 같은 전반적인 갈등 상황 속에서, 천안함 침몰원인 조사결과 발표에 대한 북한의 거듭된 '검열단 파견' 요구가 '공동조사'로 연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 국방위원회의 '검열단' 파견 요구에 대해, 장광일 국방부 정책실장은 21일 "유엔사가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한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북-유엔사간 장성급회담에 나와야 한다는 내용의 전통문을 북한에 보냈다"고 밝혔다. '정전위에 가보라'며 북한의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그러자 북한은 22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국방부장관) 명의의 대남통지문에서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무조건 받아들여 세계 앞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다시 요구하고 나섰다.
북 인민무력부장 "검열단 못 받을 이유 없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김 부장이 통지문에서 "남측의 말대로 조사결과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라면 우리 겸열단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북한의 계속된 '검열단 파견' 주장은 미국, 한국과 천안함 문제를 논의하게 될 중국을 뒷받침하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김영춘 부장은, '군사정전위 조사 후 북한-유엔사간 장성급회담 개최' 제안에 대해 "발생한 사건을 처음부터 우리와 연계시킨 것도 남측이고, 합동 조사 결과를 전후해 끝끝내 우리와 대결을 공언한 것도 남측"이라며 "이번 사건은 애초부터 남측에 의해 북남 사이의 문제로 날조된 만큼 군사정전위원회라는 유령 기구를 끌어들일 하등의 명분도 없다"고 반박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금까지 조선 서해해상 문제를 북남 군부가 직접 다루어왔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면서 "한때 미 행정부도 조선 서해 문제는 자신들이 관할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공식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춘 부장은 이어 "불가침에 관한 북남기본합의서의 제2장 10조와 부속합의서의 제2장 8조의 요구에 비춰보아도 남측은 우리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받아들이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본합의서 제2장 10조는 "남과 북은 의견대립과 분쟁문제들을 대화화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이고, 부속합의서 제2장 8조는 "남과 북은 어느 일방이 불가침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이 합의서를 위반하는 경우, 공동조사를 하여야 하며 위반사건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한다"는 내용이다.
김 부장이 거론한 부속합의서 제2장 8조가 '남북 공동조사'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와 함께 북한의 기본합의서 거론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뒤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는 남북기본합의서"라고 강조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남북한의 긴장도를 낮추는 한편, 정부의 조사결과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검열단을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 "수정 제의 오면 검토할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측에서는 '검열'이라는 용어부터 거부감이 큰데, 이는 군사정전위 협의 등을 통해 '조사단'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도 함께 와서 조사하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조사의 정당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국제사회 설득 효과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 천안함 사건은 6자회담이냐, 안보리 제재냐는 국제정치와 6·2지방선거를 둘러싼 국내정치라는 정치영역으로 넘어왔다"고 분석하면서 "북한 국방위의 재빠른 검열단 요구 성명이 그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이 '정치의 영역'으로 이동했는데, 한국이 '천안함 올인'이라는 입장만 강조할 경우, 장기적으로 판이 6자회담으로 바뀌었을 때 난처한 입장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명칭에 구애받지 말고, '현장 조사단'이라고 받아들여서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 "'고 박왕자씨 피격사건' 때는 남측의 공동 현장조사 요구를 북한이 거부했는데 이번에 북측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이후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잘 활용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군사정전위 조사 후 북한-유엔사간 장성급회담 개최'를 북한에 역제안했지만, "북한이 공동조사를 하자고 수정 제의하면 검토할 수 있을 것"(장광일 국방부 정책실장)이라고 말해,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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