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시민추모 문화제가 열린 23일 서울 시청광장. 그 외곽을 채운 천막에는 'MB 정부 심판' 문구가 가득 했다. 천막을 세운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은 4대강 반대, 비리 검찰 조사 촉구 등 비판하고자 하는 바는 각자 달랐지만 모두 한 목소리로 현 정부의 '심판'을 촉구하고 있었다. 심판의 방법 역시 '지방선거 투표'로 같았다.
오후 6시, 시청광장에 꾸려진 노 전 대통령 사진전 옆에는 4대강 반대 사진전이 펼쳐졌다. 사진전을 기획한 환경운동연합 정상인씨는 "4대강 문제를 시민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데 사진으로 관심을 불러일으켜서 선거에 이슈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부스를 차렸다"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파헤쳐진 4대강 사진 옆에 '6월 2일 국민 심판일, 4대강 사업 이대로 두고 보시겠습니까'라는 팻말을 나란히 세워 두었다.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단체, 투표로 현 정부 심판 촉구
정씨의 말마따나 시민들의 호응은 좋았다. 환경운동연합에서 주최한 '강의 노래를 들어라 콘서트 후원 모금함'에는 시민들의 마음이 모이고 있었다. 중1 딸과 초등학교 4학년생 아들을 함께 데리고 나온 조지경(42)씨는 선뜻 모금함에 지폐를 넣었다. 조씨는 "생명을 꼭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 후원금을 냈다"며 "역사의 현장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분향소가 마련된 대한문과 마주한 광장 한 쪽에는 '정치검찰개혁을 위한 시민모임'이 부스를 차렸다.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서명을 받느라 분주한 한종수씨는 "오늘만 4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며 뿌듯해 했다.
초등학교 6학년생 딸과 함께 온 이순임(42)씨는 정치검찰 개혁을 위한 서명서에 사인을 했다. 이씨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에 변화가 있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은 힘을 보태고자 서명했다"며 "이런 행동을 통해 딸이 사는 삶에 보탬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또 딸에게 정치의식을 키워주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에서도 정치 검찰 개혁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광장 한 중앙에서 작은 스피커를 두고 발언을 이어간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노 대통령이 비극적 선택을 하게 계기를 만든 것이 검찰이며 그런 검찰이 또 다시 한명숙 후보에 별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모욕주기를 거듭하고 있는 검찰이지만 정작 비리 검사 57명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들어서 비리 검찰을 반드시 엄벌에 처할 수 있게 개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명서에 사인하고 기금 내는 시민들 "정치 변화 기대하는 마음으로"
참여연대는 투표 독려 캠페인도 함께 벌이고 있었다. '예, 반성합니다. 국민을 우습게 아는 대통령과 함께 사는데 깊은 책임을 느낍니다. 6월 2일 투표로 심판 하겠습니다'라고 쓰인 큰 팻말 앞에 '반성문' 코너를 만들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반성문을 쓰게 했다.
반성문을 작성한 이아무개(61)씨는 "촛불운동 덕을 가장 크게 보신 분이 대통령 자신 아니던가요!"라고 쓴 소리를 남겼다. 이씨는 "제대로 협상을 못한 상황에서 그나마 국민들이 나서서 겨우 그 정도 협상을 했으면서 국민 탓 하면 안 된다, 이 대통령은 반성해야 한다"면서 "더불어 억울하게 돌아가신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마음을 함께 느끼고자 광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휴일에도 일하느라 투표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서명에 동참해 주세요"라며 외치고 있던 '담'씨는 촛불 때 모였던 시민들이 조직한 카페에서 나왔다. 그는 "오늘만 300명의 시민들의 서명을 받았다"며 "시민들도 투표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후 7시 30분 현재 분향소가 차려진 대한문 앞에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분향을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