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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못> 속 미국의 만행

 

나는 6·25 한국전쟁 세대는 아니다. 형제간에 죽고 죽이는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알지 못한다. 다리가 폭파되고, 가옥이 쓰러지고,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사람들이 얼마나 처참한지 실제를 알지 못한다.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피난 대열에 합류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움을 호소했는지 그 참혹함을 모른다.

 

다만 충북 영동군의 노근리 사건을 주제로 다룬 영화 <작은 연못>을 보며, 그들의 아픔을 전율하며 느꼈다. 내가 직접 겪은 전쟁 잔혹사는 아니지만 내 심장과 살점을 후벼 파고 뜯어내기엔 충분했다. 가히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전쟁 참혹사였다.

 

누구를 탓하랴. 힘없는 노근리 양민들을 탓하랴. 그들은 그저 살길 찾아 발버둥 치던 무고한 사람들 아니던가. 그들이 미군의 전쟁작전에 얼마나 걸림돌이 되었을까. 정확한 통계나 자료가 없으니 그를 어찌 안단 말인가.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그들의 전쟁 지휘권과 군사 작전에 방해가 된다고 해도 그게 할 짓인가. 실전에 투입된 미군병사들은 그나마 양심의 가책이라도 보여줬다. 눈에 보이지 않던 지휘관과 작전 세력들은 묻지 마 폭격을 명령하며, 신이 난 얼굴을 했을 것이다. 전쟁 물자를 무지막지하게 처분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미국의 군산복합체 만행 앞에 누가 항변할 수 있었겠는가.

 

이 나라가 다시금 그런 분위기로 회귀하려 한다. 6·15시대는 저물고 6·25시대로 돌아갈 태세다. 나라 안팎이 전쟁 분위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며 보복을 다짐하면서부터 생긴 일이다. 한국 전쟁으로 피해를 본 어른들은 본때를 보여 줄 때라 하고, 미군을 등에 업고 나가면 백전백승일 거라 자신한다.

 

과연 그래도 되는 걸까? 전쟁도 모르는 니들이 뭘 알아서 그러냐고 일갈하면, 도무지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전쟁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양쪽이 하는 것인걸. 한쪽만 피해 보는 게 아니라 양쪽 다 피해 보는 걸. 전쟁을 일방적인 승리로 이끈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지 않는가. 설령 그 나라가 이겼다 해도, 그 속에 죽어가고 피해보는 사람들은 다 아랫것들이지 않던가.

 

천안함 침몰, 대미종속에 끌려갈 것인가?

 

"제2장 10조 남과 북은 의견대립과 분쟁문제들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부속합의서 제2장 8조 남과 북은 어느 일방이 불가침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이 합의서를 위반하는 경우, 공동조사를 하여야 하며 위반사건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한다."

 

이는 1991년 12월에 남한과 북한이 합의한 '불가침에 관한 남북기본합의서'다. 북한이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자신들이 한 짓인지, 검열단을 보내겠다는 것도 다 그 조항 때문이다. 그러면 적어도 우리 정부와 군으로서는 받아들이는 게 옳은 처사 아닐까. 그래야 공정한 분별이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일본의 전 교토통신기자 田中 宇는 5월 7일 날 '다나까닷컴'에 '韓国軍艦「天安」沈没の深層'이란 글을 올렸다. 요즘 인터넷에 화제다. 그는 추리소설을 쓰는 기자가 아니다. 그의 이력은 하버드대 연수, 마이크로 소프트사 언론담당, 일본 문화방송 국제 해설가를 맡았다. 그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보다는 미국의 이해득실과 한국의 대미종속으로 빚어진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에는 <뷰스앤뉴스>도 뒤지지 않는다. 그 신문도 다섯 가지 의혹을 해소해 주길 바라고 있다. TOD 영상 기록, 교신기록 일지, 우리 함정들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파악되고 기록 보관되는 KNTDS 자료, 유가족들의 44가지 의혹, 그리고 인양된 선체를 공개할 것이 그것이다. 그것 없이는 그 어떤 불신도 잠재울 수 없다는 까닭에서다.

 

지금은 남북이 꼬여드는 상황이다. 전쟁도 곧 불사할 태세다. 누가 그걸 바라겠는가. 한국전쟁에 아픈 기억들이 있는 사람들은 더더군다나 말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럴려면 기밀유지라 말하지 말고, 우리 정부와 군은 모든 자료와 일지를 내 놓아야 하고, 늦었지만 북한의 검열단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을 토대로 종합적인 원인을 발표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땐 무슨 말을 해도 다 믿을 것이다.

 

그것 없이 지금처럼 일방적인 소통만 강행한다면, 언젠가는 돌들도 소리칠 날이 있지 않을까. 역사는 가진 자들의 왜곡과 날조로 이루어질 뿐이라고 말이다. 사실 우리 역사는 힘겨루기에서 자유로운 자들이 쟁취해 왔다.

 

이번에도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비용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누가 그걸 바라겠는가. 그런데도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그걸 바라며 조용히 머리를 들이밀고 있지 않는가. 이 땅에 또 다시 <작은 연못>과 같은 노근리 양민학실이 자행되어야 하겠는가. 그 허점을 내주어야 하겠는가.


태그:#천안함 침몰, #작은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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