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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에 대한 한미 양국의 기조가 '단호한 대응'에서 '전략적 인내'로 바뀌고 있다.

 

북한의 우방국 중국이 한·미·일 3국의 대북 압박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6일 한국을 마지막으로 6일간의 한·중·일 3개국 방문을 마무리했다. 클린턴 장관이 세 나라 중에서 한국과 일본에 머문 시간은 각각 4시간에 불과했다. 22일 상하이 엑스포 방문을 제외하면,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베이징에서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양제츠 외교부장 등 중국 외교라인들과 접촉하는 데 할애했다.

 

천안함 사건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양국의 가장 큰 화제가 북한이라는 것은 불문가지.

 

클린턴 장관은 26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과 중국 순방 결과를 설명했지만, 청와대는 이를 따로 브리핑하지 않았다. "다른 나라 사이에 오간 얘기를 전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이유였지만, 클린턴의 중국 설득이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클린턴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28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데, 한국과 중국이 최고위급 차원에서 논의할 기회"라며 "저는 중국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다"고만 말했다. 한국이 천안함 사건의 직접 당사국인 만큼 주변국을 설득하는 작업도 미국보다는 한국이 앞장서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북한의) 도발행위는 반드시 값을 치러야 한다"(21일 일본 도쿄 기자회견)고 목소리를 높였던 클린턴 장관이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언급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클린턴 장관은 26일 외교부 기자회견에서도 "천안함 보고서가 약 400쪽이라고 하는데, 전문가들 의견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결과였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 정부에 명확한(clear and unmistakable)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왔다"고 현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청와대 회담에 배석한 이동관 홍보수석은 "클린턴 장관이 정리한 '전략적 인내'라는 말이 오늘의 핵심 단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내용을 설명한 뒤 "시간적 여유를 갖고 상황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자 클린턴 장관이 "전략적 인내가 필요하다"고 대통령의 견해에 공감을 표시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의 브리핑만으로는 클린턴 장관이 언급한 '전략적 인내'의 의미를 정확히 헤아릴 수는 없지만, 중국의 반대 때문에 UN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당초 기대했던 만큼 순조롭게 이뤄지기는 어려워진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시간은 우리 편"이라며 이 같은 정세 흐름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이동관 수석은 "우리가 없는 사실을 얘기한 것도 아니다. 진실의 힘은 위대하다"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천안함 사건 초기부터 국내의 비판여론을 들어가면서까지 '예단하지 말고 과학적으로 조사하자'고 했는데 우리가 거리낄 게 뭐가 있냐"며 "중국도 국제적인 책임을 다 하겠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북한을 배려해야 할) 입장이니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태그:#힐러리?클린턴?방한, #이명박, #이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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