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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단체협의회와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북한응징 결의 국민대회'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친북좌파 척결과 보복·응징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애국단체협의회와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북한응징 결의 국민대회'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친북좌파 척결과 보복·응징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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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날 것 같아서 무서워요. 응징이나 결의 이런 단어 쓰는 것 자체가 북한을 도발하는 거잖아요."

27일 오후 2시 '북한 응징촉구 국민대회'가 열린 서울광장을 지나던 정미경(가명·20)씨는 잔뜩 얼굴을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

정씨는 "천안함을 선거에 이용하려고 이런 집회를 하는 것 같다"며 못마땅해했다. 북한 소행으로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것도 아닌데 '북한 응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 자체가 의도성을 띈 정치 집회라는 설명이다.

함께 있던 김선영(가명·20)씨도 "무섭게 웬 난리야"라며 맞장구를 쳤다. 두 사람은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규탄 발언들을 듣기 싫다는 듯 귀를 막은 채 빠른 걸음으로 시청광장을 빠져나갔다.

열정적인 참가자들... 냉랭한 시민들

애국단체총협의회가 주최한 이날 국민대회 참석자들은 저마다 한 손에 든 태극기를 흔들며 대회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한 시민은 집회에 사람들이 동원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무대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지나가던 이경진(26)씨는 "참가자들이 모두 나이 든 분들만 있어서 동원된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며 "발언들이 주류의 의견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남시에 거주하는 장인경(23)씨는 "결국 전쟁하자는 것 밖에 더 되냐"며 "전쟁하면 할아버지들이 나갈 게 아니라 우리 세대가 나갈 텐데 좌파우파 가르면서 도발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싸늘했던 광장 밖 시민들의 반응과는 달리 대회 참가자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군복을 갖춰 입은 60~80대의 노년층이 대부분인 국민대회 참가자들은 내리쬐는 햇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꼿꼿이 무대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경청했다.

"전쟁 두려워해서는 안돼" 강경 발언도

27일 오후 서울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북한응징 결의 국민대회'에 한 참가자가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친북좌파 척결과 보복·응징을 요구하는 손피켓을 들어보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북한응징 결의 국민대회'에 한 참가자가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친북좌파 척결과 보복·응징을 요구하는 손피켓을 들어보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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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 뿐이 아니었다. 이날 대회 참가자들 중에는 청장년층도 눈에 띄었다. 편한 옷차림의 송호림(38)씨는 "청계천으로 놀러가려다가 대회 하는 것을 보고 참석했다"며 "천안함이 피격 된 데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화가 난다"고 열을 올렸다. 송씨는 "얼마간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무력 응징이 필요하다"며 "요즘 젊은 세대들은 전쟁을 무서워하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기사에서 대회 소식을 보고 찾아왔다는 곽순현(65)씨도 "김정일을 몽둥이로 때려 잡아야 한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개인 자격으로 참가한 이들이 '전쟁 불사'를 외치는 등 강경 발언을 하는데 반해 재향경우회 등 소속 단체가 적힌 조끼나 어깨띠를 매고 있는 참가자들은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해병대 군복과 군화에 검은색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고엽제전우회 박병도(63)씨는 옷차림에서 풍기는 강인한 인상과 다르게 "북한이 사과하고 원만하게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향경우회 소속 이현섭(70)씨도 "북한을 경제적으로 꼼짝 못하게 해야 한다"면서도 "전쟁까지 바라는 아니고 다만 우리의 뜻을 제대로 알리자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방선거에 대한 생각도 엇갈려

광장 안에서는 예상과는 다르게 지방선거에 대한 생각도 갈렸다. 일부는 좌파 세력 심판을 주장했지만 일부는 천안함을 선거에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재향군인회 소속 한아무개(60)씨는 "나라가 이렇게 불안한 데 좌파세력에 나라를 넘겨줘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자유총연맹에서 나온 한기상(73)씨 역시 "민주노동당, 유시민, 민주당 내 몇몇은 친북에 가까운 사람으로 절대 선거에서 당선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고엽제전우회 소속 박병도씨는 "천안함은 천안함이고, 투표는 투표"라며 "둘을 연관 지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광장을 지나던 김진구(20)씨도 "천안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게 보이기 때문에 북풍, 이런 것에 영향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태그:#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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