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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워. 바로 그대, 바로 당신, 바로 2번 한명숙"

 

27일 오후 8시경, 양옆으로 차들이 쌩쌩 달리는 광화문 광장. 한목소리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르는 500여 '촛불시민'들의 시선은 종로 1가 방면 횡단보도를 향해 있었다. 그곳에는 연두색 점퍼에 검정 등산바지 그리고 운동화를 신은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가 지지자들과 함께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초록색으로 불이 바뀌고 한 후보가 광장 쪽으로 걸어오자 시민들의 노랫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성큼성큼 시민들 속으로 걸어 들어온 한 후보는 한 손에는 촛불을 들고, 한 손으로는 기호 2번을 뜻하는 브이(V)자를 그려 보였다. 한 후보 뒤로는 선거운동원들이 '전쟁반대 천안함 전쟁악용 중단'이라고 각각 한 글자씩 적힌 커다란 종이를 들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자 한 후보를 둘러싼 시민들은 일제히 '한명숙'을 연호했다. 한 후보는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유세차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후보의 유세차량 뒤로는 이순신 동상이 보였다. 

 

마이크 두 개 든 한명숙 "평화는 곧 경제입니다"

 

시민 안전을 이유로 집회와 시위가 사실상 금지되어왔던 광화문 광장에 촛불이 켜졌다. 한 후보는 지난 24일부터 명동에서 진행한 '생명과 평화를 위한 서울마당'을 이날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오후 6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집회·결사의 자유'를 외치며 '항의집회'를 한 적은 있지만 광화문 광장에서 이처럼 대규모의 촛불이 켜진 것은 지난해 8월 개장한 이후 처음이다.

 

유세 하느라 목이 많이 상했다며 마이크 두 개를 함께 든 한 후보는 "한 손에는 촛불을, 한 손에는 사랑을, 한 손에는 민주주의를, 한 손에는 평화를 든 여러분 사랑합니다. 한명숙입니다"라며 연설을 시작했다. 팬클럽에서나 들을 법한 함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시민들을 향해 "우리 모두는 평화를 원합니다. 여러분들도 평화를 원하십니까"라고 질문한 한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정책에 대한 공세를 이어 나갔다. 핵심은 '평화경제론'이었다.

 

"여러분, 평화는 곧 경제입니다. 쉽게 말하면 돈입니다. 지난 24일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다음 날 주식은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빠져나갔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IMF를 맞았습니까.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서 아닙니까."

 

한 후보는 "민주 정부 10년간 평화가 있었기에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고, 국민 1인당 소득 2만 불도 가능했다"면서 이명박 정부를 향해 "경제 살리라고 했더니 전쟁을 불러왔다"고 맹비난했다. 

 

'견제론'도 내 놓았다.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막기 위해 견제세력을 만들어 평화를 일구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 후보는 손으로 브이(V)자를 그리며 "6월 2일은 2번 찍는날, 나 혼자만 찍지 말고 여러분 주변 모든 사람과 함께 2번을 찍자"며 투표를 독려했다.

 

광화문 광장 유세 과정에서 서울시와 '실랑이'...한 후보 측 "선거법 위반"   

 

이날 유세현장에 나온 시민들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와 오세훈 후보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분위기였다. 퇴근 후 광화문 광장을 찾은 유희석(34)씨는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 않는다"며 "체감민심을 봤을 때 (선거 때) 뒤집어 질 거라고 본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필립(70)씨 역시 "여론조사는 기득권 쪽이 유리하다. 현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한명숙이 엄청난 차이로 이길 것으로 본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반면, 한 노인은 한 후보 유세 전에 선거운동원들이 율동하고 있을 때 기자에게 와서 "전쟁 난다고 해서 지지율이 20%까지 벌어졌다"며 "이런 거 다 헛짓거리"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는 한 후보 측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해찬 전 총리를 비롯해 천호선 국민참여당 최고위원,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배우 문성근씨도 참석했다.

 

한편, 광화문 광장 유세가 열리는 과정에서 서울시와 한 후보 측이 '충돌'하기도 했다. 한 후보측 선대위 대변인인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 후보가 광화문광장에서 유세할 예정이라고 하자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유세차가 들어설 수 없도록 대형 석재화분을 부랴부랴 설치했다"며 "이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에서도 유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서울시를 향해 "오후 5시까지 광화문 광장의 석재화분을 즉각 치우라"고 요구했다.

 

한 후보 캠프측 관계자들이 석재화분을 치웠으나 오후 5시경 유세 차량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관계자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의 유세는 28일 오후 6시에도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태그:#한명숙 , #6.2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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