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 등 야4당 단일후보인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가 28일 6.2 지방선거 승리 후 구성할 지방연립정부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도지사가 임명·구성할 수 있는 행정부지사, 정무부지사, 특별대책기구 등을 통해 각 당의 장점이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이른바 '삼두마차론' 구상이다.
2명의 행정부지사 중 1명은 보건복지 전문 공무원으로 임명, 자신이 내놓은 보건복지 공약을 중점적으로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정무부지사엔 경기도의회의 민주당 도의원들과 원활한 의사소통 등을 위해 민주당 추천 인사를 임명하기로 했다. 또 '일자리추진본부'를 구성, 본부장으로 민노당 추천 인사를 임명하도록 했다.
유 후보는 이에 대해 "자리를 나누는 것이지만 그 목적은 역량을 합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이 야당의 지방연립정부 구상에 대해 "자리 나눠먹기"라고 비난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야4당이 국민 앞에 공동의 비전을 내놨고 공동으로 선거운동을 했다"며 "선거에서 이겼을 때 공동으로 경기도정을 운영하는 것이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 후보는 이어, "도지사가 됐을 때 전체적인 책임은 제가 지지만 저 혼자서는 도정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힘들다"며 "이번 선거 후 경기도의회에서 제1당이 될 민주당과 협조하기 위해 정무부지사로 민주당 추천 인사를 임명할 것"이라고 '삼두마차'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경기도정의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자리추진본부'는 이 분야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을 하고 대안을 내놓은 민노당 추천 인사가 맡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책기구에서 모든 정파의 비전과 아이디어가 다 모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풍 효과'로 지지율 격차 벌어져...'한나라당 쏠림' 맞설 야권 지지층 결속 필요
|
▲ 유시민 "무조건 규제완화? 표 떨어질지라도..."
|
ⓒ 박정호 |
관련영상보기
|
유 후보가 이날 야4당의 지방연립정부 구성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힌 까닭은 야권 지지층의 막판 결속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천안함 발(發) 북풍'으로 인해 서울·경기에서 '한나라당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어 이에 맞설 야권 지지층의 결속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겨레>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더피플'과 함께 지난 25~26일 진행한 여론조사(경기도민 1500명 ARS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5%p) 결과, 유시민 후보(34.1%)는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48.0%)에게 13.9%p 차이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겨레>-'더피플'의 15일 조사 때의 격차보다 8.3%p 더 벌어진 것이다.
또한 일각에선 김민석 민주당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이 지난 27일 "서울-경기에서 밀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선거 승리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내부 단속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이를 의식, 이날 '후보들과 당원동지에 대한 긴급호소문'을 발표하고 "민주당과 야권 단일후보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며 "후보와 당원동지들이 하나가 돼 불퇴전의 각오로 싸우자"고 재차 '단결'을 호소했다.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때 유 후보의 이날 발표 역시 야권 지지층의 단결 필요성을 다시 호소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유 후보는 이날 ▲4대강 사업 ▲친환경 무상급식 ▲남북평화번영정책 ▲사람 중심 복지 등 김문수 후보와 차별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정책 과제들을 거론하며 "유권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는 정책으로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시민 "천안함 북풍, 강의 표면을 어지럽힐진 몰라도 강의 흐름 바꿀 수 없다"한편, 유 후보는 "현재 여론조사 결과 10%p 남짓 차이가 나지만 2번의 재보궐 선거 때도 확인했듯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율은 약 12% 정도 차이가 있다"며 "현재 선거는 아주 팽팽한 국면에 와 있다"고 현 판세를 진단했다.
그는 "경기도지사 선거는 ▲친환경 무상급식 ▲4대강 사업 ▲GTX ▲수도권 규제 철폐 ▲남북관계 등 7~8개의 정책적·정치적 쟁점을 중심으로 뚜렷하게 찬반이 갈라지는 등 전화면접조사와는 달리 50대 50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을 지지하는 전통적 지지층과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신진 지지층이 화학적으로 결합할 때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후보는 '북풍 효과'에 대해서도 "바람은 강의 표면을 어지럽힐진 몰라도 강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며 "남북 양국의 강경대응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고 여러 파장이 미치고 있는데 아직까지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그는 "정부의 대북 강경 조처가 대한민국에 주는 충격이 북한이 받는 것보다 몇 백배나 되기 때문에 자해적인 단절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적 사심에 의해 국가를 운영하는 것도 용서받지 못할 일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이 선거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유 후보는 다만 "처음부터 야권이 연대한다고 해서 압도적으로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다곤 생각하지 않았다"며 "김종필씨와 손을 잡고 보수세력 일부를 끌어들여 1%p차로 이긴 1997년 대선, 정몽준 후보와 손을 잡고 보수세력 일부를 끌어들여 2%p차로 이긴 2002년 대선을 볼 때 이번에도 1~2%p 차이로 승패가 갈라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진보신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추가로 단일화하는 문제에 대해선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야당의 승리를 굳히게 된다,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 호소를 드린다면 심 후보도 이명박 정부 심판에 함께하시길 바란다"면서도 "그러나 심 후보가 어떤 결단을 하시든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비난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