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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위원회가 28일 평양에서 이례적인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함사건 관련의혹을 부인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20일 남측 국방부 민군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 발표를 반박한 것으로, 이전까지 "남한의 날조극"이라고만 주장해온 데 비해 이날은 외신을 상대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언급하며 의혹을 부인하고 나섰다.

 

박림수 북 국방위원회(이하 국방위) 정책국장이 이날 북한 주재 각국 대사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인민문화궁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에게는 연어급 잠수정이요, 무슨 상어급 잠수정이 없고 130t짜리 잠수정도 없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TV>와 <평양방송>은 전했다.

 

지난 20일 국방부 민군합동조사단은 "폭발 지역 인근에서 수거된 프로펠러 등 어뢰의 부품들은, 북한이 해외 무기 수출을 위해 만든 북한산 무기소개책자에 제시되어 있는 CHT-02D 어뢰의 설계 도면과 정확히 일치한다", "사용된 어뢰 종류와 작전 지역 수심 등을 분석했을 때 연어급(130t급) 1척이 본 도발에 운영됐을 것으로 판단되며, 은밀히 침투하기 위해 공해 외곽을 우회해 침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국장은 "우리는 어뢰를 수출하면서 그런 소책자를 준 게 없다"며 "세상에 어뢰를 수출하면서 그 어뢰의 설계도까지 붙여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또 "130t짜리 잠수정이 1.7t짜리 중어뢰를 싣고 해군기지에서 떠나서 공해를 돌아서 ㄷ자형으로 와서 그 배를 침몰하고 또 다시 돌아간다는 게 군사상식으로 이해가 가느냐"며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라고도 했다.

 

리선권 대좌 "어뢰 파편 1번 글씨는 '조작'"

 

 

기자회견에 배석한 리선권 국방위 정책국 대좌는, 남측이 물증으로 제시한 어뢰에 적혀 있는 '1번' 글자에 대해 "우리는 무장장비에 번호를 매길 때 기계로 새긴다"며 매직으로 쓰인 것 같은 글자는 "조작"이라고 말했다. 이 대좌는 이어 "우리는 광명성 1호 등 '호'라는 표현을 쓰지 '번'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며 "번이라는 표현은 축구선수나 농구선수 같은 체육선수에게만 쓴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이 어뢰공격에 의한 것이었다면 터빈이 없어졌을 것"이라며 "남측은 가스터빈을 공개해야 한다"고 추가 물증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림수 국장은 기자회견을 끝내면서 "우리가 선군의 기치 밑에 핵억제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 온 것은 오늘과 같은 첨예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핵무기를 포함해 세계가 아직 상상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우리의 강위력한 물리적 수단은 진열품이 아니"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서 그는 "남측이 어떻게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준수하는가에 따라서 이 공단의 전망이 달려있다"며, 폐쇄의 공을 남쪽으로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박 국장은 지난 4월 20일 국방위 관계자들을 이끌고 개성공단 현지 실태조사를 한 바 있다.

 

"국방위원회 기자회견 개최, 매우 드문 일"

 

일본의 <교도통신>은 이날 북 국방위의 기자회견에 대해 보도하면서, 국방위 관계자가 "이번 사건은 한국에 의해 '날조된(cooked up)' 것이며, 이는 언제라도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이와 함께 "김정일 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국방위원회가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며 사상 최초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이같은 적극적인 해명은, 중국의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문제전문지인 환구시보와 남측 일부 언론이 북한에 대해 "날조라고만 주장하지 말고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한 대응 성격도 있어 보인다.

 

<환구시보>는 지난 26일 사설에서 "북한은 한국의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조사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으나 이에는 사실상 설득력 있는 내용이 없다"면서 성의있는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태그:#국방위원회, #천안함 사건, #박림수, #연어급잠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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