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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이명박 대통령의 '전쟁기념관 대국민담화'와 곧이어 이뤄진 국방·외교·통일 3부 장관 합동기자회견 등으로 정점을 이뤘던 정부의 북풍 드라이브가 다소간 잦아드는 분위기다.

 

정부는 3부 장관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확성기 방송, 대북 전단 살포, FM라디오 방송 등 대북심리전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으나, FM방송 외에는 '보류' 상태다.

 

전단 살포에 대해 국방부는 바람 등 기상 여건을 봐가면서 실행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지난 30일 국방부 관계자는 "정치적인 상황도 고려해 전단 살포를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이후 6년 만에 재개하겠다고 한 대북 확성기 방송도 비슷한 상황이다. 정부는 장비 손질과 설치 작업에 시간이 필요해 6월 둘째 주에 시작한다고 말해 왔으나 이 역시 보류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온다. 군에서는 "실제 확성기 방송을 실시할 때도 상황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애초 북한을 가장 '자극'하게 될 것이라던 두 가지가 미뤄진 것이다.

 

중간에 북한이 '심리전을 재개하면 개성공단 전면 통행 차단'을 시사하고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정부에 '심리전 보류(중단)'을 요청하고 나서기도 했지만, 이는 이미 예상됐던 사항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천안함 사태로 우리의 중도실용기조가 흔들리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다시 '중도실용'을 언급하고 나선 것도 눈에 띈다. 국정 운영을 '평상시'의 주제로 되돌린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표 위한 호기, 처음부터 의지 없었다"... "천안함 사건, 선거에 이용" 67.2%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정부의 확성기 방송·전단 살포 '보류'에 대해 "생각할수록 괘씸한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표'를 얻기 위해 호기를 부렸을 뿐, 처음부터 의지 자체가 없었다는 점"이라고 논평했다. 결국 선거용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의 '조절모드'는 6·2지방선거가 목전으로 다가오고, 한나라당이 전반적 우세를 굳혔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조절'엔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 발표로 선거의 대세를 장악했지만 동시에 주가 폭락-환율 급등의 부작용과 북풍몰이에 대한 반대 여론, 대북 제재에 대한 중국 설득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SBS와 <중앙일보>, 동아시아연구원에서 지난 24일~26일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5개 지역 2288명 대상 전화면접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1%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지 후보를 정하는 데 '천안함 사태'를 고려했다고 답했다. 천안함 사건이 최대 선거 이슈로 부각됐음이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사건이 지방선거에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는 응답도 67.2%로 나타나 정부의 북풍 드라이브에 대한 거부감도 뚜렷했다.

 

정부는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한·중 정상회담과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설득하려 했으나, 원자바오 중국총리는 "긴장한 정세를 점차적으로 변화하며, 특히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한국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국제적인 대북 압박을 강화하기에는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개성공단 긴장도 낮아지나

 

이런 가운데 북한도 개성공단에 대한 유지의사를 시사하고 나서, 남북 간 긴장도가 얼마간은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통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지난 30일 개성공단을 관리하는 북측 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관계자가 남측 관계자에게 "남측이 개성공단 체류 인원 축소·운영 등 제한조치를 발표했는데 이는 개성공단 폐쇄를 위한 사전 작업이며, 향후 공단이 폐쇄될 경우 남측 책임"이라면서, 그러나 "(우리는) 개성공단 건설을 위한 노력은 계속해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북측 총국 관계자는, 개성공단 설비와 물자 반출은 개성공단 내 세무서를 경유해야 한다며, ▲ 기업재산으로 등록된 설비의 원칙적 반출 불허 ▲ 노임 등 채무기업의 채무 청산 ▲ 임대 설비는 임대 관련 증빙서류를 확인한 후에 반출 가능 ▲ 수리 설비는 고장 여부, 수리 기간, 재반입 조건을 확인한 후 반출 가능 ▲ 설비나 원부자재 반출로 (북측) 종업원 휴직 불허 등의 반출 조건을 내걸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세무서 경유를 강조한 부분은 눈에 띄지만, 전체적으로 반출 조건을 강조함으로써 설비와 물자를 쉽게 내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7일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가 "동·서해지구 군통신연락소(경의선·동해선 군사채널) 폐쇄와 개성공업지구 등과 관련한 육로통행의 전면 차단 검토에 착수할 것"이라고 압박했던 것과는 비교된다. 북측의 이번 발언에서는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그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고 설비와 물자를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뜻도 엿보이지만, 동시에 개성공단 유지 의사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함께 북측 총국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철수를 만류하고, 신규 인력을 공급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태그:#이명박, #대북확성기, #개성공단, #대북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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