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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어리 살어리랏다./ 바라래(바다에) 살어리랏다.
나마자기 구조개랑 먹고/ 바라래 살어리랐다…….
고려 가요 <청산별곡> 중
 

우리의 민속신화에 있어, 바다의 공간은 하늘과 짝 지어져서, 또 다른 피안, 신들의 세계, 그리고 바다밭(영토)를 상징한다. 이렇게 바다는 신화적 원수(原水)관념을 뚜렷하게 구현해 준다 하겠다.
 
우주 만물이 생성되는 넓고 광활한 바다. 그 바다를 삶의 터진으로 살아가는, 해운대구 송정동에 속하는 구덕포구는, 지금으로부터 약 300년 전에는 동래군 원남면의 9개의 포구 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그 당시 구덕포는 부산 지역의 포구에서 큰 포구에 속했다고 한다.
 
구덕포구는 동해남부선이 달리는 바닷가의 마을이다. 기찻길 옆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굴다리가 있어서 추억 속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마을이다. 이 마을은 굴다리 하나를 경계로 이편은 농지이고 저편은 바다밭인 셈이다.
 
산이 정적이라면 바다는 역동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어제(31일) 도착한 아침 바다의 구덕포 마을은 너무나 조용하고 한가했다. 이미 배들은 바다에 출항하고 고장난 배들만 선착장에 널브러져 있었다.
 
구덕 마을은, 조선 말기 함안 조씨 일가가 이곳에 정착해 살면서 한 가구 두 가구 불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마을의 가구 수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구덕포가 대중에게 널린 알려진 것은 <친구> 영화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삼포(미포, 청사포, 구덕포) 걷기 운동'에 의해 많은 관광객들과 부산 시민들이 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걷기 구간의 마지막 포구로서 미포에서는 약 10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포구….
 

푸른 식물의 넝쿨이 드리워진 굴다리 위로는 기차가 지나갔다. 골목길에는 아이 울음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골목길을 기웃거리다가 빠져나오니 푸른 바다가 대문 앞까지 넘실대었다. 포구에는 운동장처럼 넓은 갯바위가 있었다. 여름에 아이들과 찾아오면 아이들이 놀기 적합한 바닷가였다.
 

구덕 마을에는 관광객이 머물 숙박 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도보로 걸어가면 송정해수욕장에는 가능할 것 같았다. 민박을 원하는 관광객들에게 이곳보다 한적하고 조용한 바닷가는 없는 듯 보였다. 탁 트인 수평선과 하얀 파도가 물보라를 이루는 갯바위에는 낚시군 몇몇이 앉아 내가 몇 번 고기 잘 잡히냐고 물어보아도 묵묵부답, 신선처럼 낚시에 흠뻑 빠져 있었다. 
 

구덕포구는, 북쪽으로 곽걸산이 있고, 남쪽으로는 죽도 해변 공원이 있는 송정해수욕장이 위치하고 있다. 송정해수욕장과의 거리는 도보로 약 10~15분 정도. 이 마을은 1980년도에야 해운대구 송정동 관할이 된 마을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주로 양식업과 근해어업을 주업으로 하고 있는데, 생산물은 거의 미역과 멸치가 많이 주류를 이룬다. 서남쪽 산기슭에는 당집이 남아 있었다. 매년 음력 정월 14일과 6월 14일 자정에 용왕제 등을 지낸다고 한다.
 

삼포(미포, 청사포, 구덕포) 이어지는 산행로를 따라가는 해운대 구청 주최 '달빛 산책' 걷기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쪽빛 바다와 해안 절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나는 굴다리가 있는 구덕포 마을 풍경에 푹 빠져 골목길을 누비었다. 마치 먼 유년의 뜰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골목 골목 대문 없는 것도 마음 푸근하게 만들었다. 구덕포란  마을의 이름처럼 마을 분위기가 어머니 품처럼 푸근했다. 그런데 걷다보니 더 이상 길이 없다는 진입금지 안내판을 만났다. 그러고 보니 어느 시의 제목처럼 아름다운 '바닷가의 마지막 마을'이다…. 

 

덧붙이는 글 | 구덕포 교통편은 송정 해수욕장, 대중 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외지에서 올 경우 부산역과 노포동역에서 1호선 이용, 서면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장산역에서 하차, 1번출구로 나와 100번 141번 139번 140번 181번 타면 송정에서 내린다. (139번 140번은 버스정류소가 옮겨져서 기사분께 하차한다고 얘기해야 한다.) 송정 종점에서 도보로 이용해도 되고, 택시로 이용해도 기본요금이면 가능하다. 장산역에서 택시타면 2500원-3000원정도 나온다.

 


태그:#구덕마을, #바다, #어촌, #골목길,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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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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