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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남한강의 눈물'이라는 한 카페의 사진을 퍼 두었다. 남한강 곳곳의 옛 모습과 4대강 사업으로 파헤친 이후를 비교한 사진들이다. 블로그에 들어가서 사진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려온다. 새벽마다 안개가 피어올랐을 것 같은 강가 나무들이 있던 자리는 맨 흙을 드러내고 있다. 물고기들이 사랑을 나누고, 알을 낳고 품었을 아름다운 강 속 모래더미는 이제 사라져버렸다.

 

하얀 꿈을 날리던 갈대들도 갈기갈기 찢겨져 버렸고, 풀과 나무로 아름답던 산책길을 이제 흉물이 되었다. 우리가 꼭 지켜야할 자연유산인 바위늪구비는 이제 흔적도 없다. 4대강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풀과 나무와 그속에서 살아가던 수많은 동물과 미물들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혹하다.

 

우리 중 누가 저 슬픈 학살의 업보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인천조차 큰 배 한척 대기 힘든데, 여의도에 국제선착장을 만드는 이 코미디를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강의 죽음 표지 피어스의 이 책은 과학 저술가인 저자가 발로 탐사한 세계 강들의 위험을 말해준다
강의 죽음 표지피어스의 이 책은 과학 저술가인 저자가 발로 탐사한 세계 강들의 위험을 말해준다 ⓒ 브렌즈

이런 절망은 영국이 과학저술가 프레드 피어스의 <강의 죽음>(브렌즈 간)을 읽으면 더욱 애통해진다. 우리의 강 뿐만 아니라 세계의 강이 신음하는 소리를 듣는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나는 중국 윈난성의 리지앙(麗江)에서 맞았다.

 

아름다운 고성의 도시 리지앙에서는 멀리 있는 옥룡설산이 환히 내다보인다. 위에서 보면 용의 자태를 닮았다는 이 산의 꼭대기에는 만년설이 쌓여있다. 얼굴을 드러낸 설산은 장경이었다. 어떤 인연인지 그후 일년에 한두 번 꼴로 그곳에 갈 일이 있었다. 하지만 설산을 날이갈수록 위축되고 있었다.

 

다른 설산 가운데 어떤 곳들은 이름만 설산일 뿐 한여름에 앙상히 검은 바위와 누런 배를 내놓은 설산들도 있었다. 설산의 죽음은 곧 강의 죽음이었다. 설산이 창지앙을 만들고, 황허를 만들고, 란창지앙을 만든다. 하지만 강은 말라가고, 물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중국은 란창지앙에 댐을 만들어 물을 사용하고자 한다. 상류의 물이 마르면 메콩강은 말라간다. 강을 의탁해서 살아가던 수많은 동남아 사람들은 경제, 위생 모든 면에서 절망에 빠질 수 있다. 그리고 그 갈등은 이미 봉인을 풀고 있었다.

 

이 책의 저자 피어스는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는 전문가다. 실제로 그는 세계의 강을 취재하면서 그 변화를 예민하게 살핀다. 그는 책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강들이 말라가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강의 오염, 습지의 위기, 콘크리트의 폐해 등 이미 드러난 문제를 추적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지하수의 고갈이다. 우리는 한 방송사의 주말 프로그램을 통해 지하수를 개발하는 것을 많이 봤다. 하지만 우리가 지하수를 뽑아내는 대수층의 물들이 급속히 고갈되면서 우물의 깊이는 더 깊어진다. 문제는 대수층 역시 무한한 것이 아니라 석유처럼 한정된 자원이라는 것이다.

 

책의 서두에 나오는 소비재들과 물의 관계는 내 물에 대한 몰상식을 일깨워주었다. 우리가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은 5리터 남짓이지만 쇠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기 위해 2만4000리터의 물이 들어가고, 커피 1킬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2만리터, 햄버거 하나에 3000리터의 물이 소비된다는 것은 우리의 삶과 물의 상관관계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저자는 인간이 물을 확보하기 위해 벌이는 댐 건설 등의 폐해도 꼼꼼히 지적한다. 그는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 정부가 자행하는 4대강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거대한 수조인 청계천의 문제도 지적한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말한다. "오늘날 북아메리카와 유럽의 정부는 대부분 댐을 철거하고 강을 범람원과 다시 연결하여 자국의 강을 자연 상태로 복원하는데 더 관심이 많습니다. 자연의 이득을 보기 위해서 뿐 아니라 공학자들의 약속이 허상이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입니다"라고.


강의 죽음 - 강이 바닥을 드러내면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프레드 피어스 지음, 김정은 옮김, 이상훈 감수, 브렌즈(2010)


#4대강#강의죽음#피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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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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