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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방송을 보면서 거의 뜬눈으로 아침을 맞았습니다. 오세훈 시장님. 비록 근소한 차이이긴 하지만 연임에 성공하셨더군요. 선거 이전에 이런 기사를 쓰려다 선거법이 어떻고, 명예훼손이 어떻고 할 것 같아 지레 겁을 먹고 있다가, 연임 이후 다시 박차를 가할(?)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 몇 가지 문제점을 사진과 같이 지적해 보고자 합니다.

"저 물고기들은 왜 죽었나요?"

죽은 물고기가 물가에 떠밀려 와있다. 앞은 동호대교
▲ 죽은 물고기(성수대교 아래) 죽은 물고기가 물가에 떠밀려 와있다. 앞은 동호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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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민물장어(성수대교 아래)
 죽은 민물장어(성수대교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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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보이시나요? 한강 성수대교 북단 아래입니다. 서울 숲 들어가는 입구이기도 합니다. 이 물고기들은 왜 죽어 있을까요? 사진을 찍다 보니 아침 산책하시는 아주머니가 저한테 묻습니다. "물고기가 왜 저렇게 죽었어요?" 전들 어떻게 알겠습니까. 팔뚝만한 고기가 여기저기 죽어 있습니다. 물에서 나는 악취인지, 죽은 고기가 부패하면서 내뿜는 악취인지 숨쉬기조차 힘듭니다.

길쭉한 고기가 썩어 갑니다. 민물장어 같네요. 전에 한강에서 낚시하는 분들한테 들으니 한강에서 민물장어 잡으면 10여만 원에 팔린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팔뚝만한, 이름을 알 수 없는 물고기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자라'도 죽어서 퉁퉁 불어 곰인형같이 떠다니더군요. 시장님, 이들 물고기는 왜 죽었을까요? 물론, 물고기가 죽은 것이 한강 르네상스 사업 때문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신음하는 한강에 콘크리트를 덧대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치유책이 될 수 있을까요?

 몇개월째 진행되는 공사(중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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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층이 두껍게 쌓여 있고 폐비닐, 철근 등이 묻혀 있다.
▲ 중랑천 강바닥(중랑천 나무다리 아래) 진흙층이 두껍게 쌓여 있고 폐비닐, 철근 등이 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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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물의 상태도 좀 보겠습니다. 중랑천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한강지천 횡단교량 개선공사인 듯한데 아래에는 끊임없이 흙탕물이 내려옵니다. 상당히 오랫동안 진행되는 공사입니다. 이 흙탕물은 곧 한강물과 합쳐지지요. 성수대교 쪽에서 내려오는 물의 색깔과 확연히 구분됩니다. 다리 밑을 보면 강바닥에 진흙층이 두껍게 깔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쯤 흙에 잠긴 폐비닐도 보이고, 강바닥에 박혀 녹슬어가는 철근조각도 보입니다.

한강 물은 악취로 진동하고 한강변엔 건출폐기물이

 거품띠와 악취(옥수역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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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옥수역 아래의 사진입니다. 비 오는 날이나,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는 날에는 지나가기가 아주 고역스러운 곳입니다. 악취가 장난 아니거든요. 작년에는 팔뚝만한 물고기 수백 마리가 죽어 떠 있는 걸 신고한 적도 있습니다. 

펜스 사이로 어렵게 빠져 나가 찍은 물의 모습입니다. 온천같이 부글부글 거품이 올라오는 곳도 있습니다. 거품이 물결 따라 일렁입니다. 물 색깔이 맑지 않고 푸른빛을 띱니다. 이건 퇴적 오니가 아닌가요? 여기가 왜 유독 심한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아스팔트 , 콘크리트 조각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흙이 쓸려간 자리에 드러난 모습. 이런 건축폐기물들 위에 흙을 덮어도 되는 것일까?
▲ 나뒹구는 건축폐기물 아스팔트 , 콘크리트 조각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흙이 쓸려간 자리에 드러난 모습. 이런 건축폐기물들 위에 흙을 덮어도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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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쓸려내려가면 곧 이런 폐기물들도 물속으로 굴러 들어갈 수 밖에 없다.
▲ 경사면에 나뒹구는 건축폐기물 흙이 쓸려내려가면 곧 이런 폐기물들도 물속으로 굴러 들어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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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상태를 살펴보러 펜스를 넘어 내려왔다가 보지 않았으면 좋을 광경을 봅니다. 펜스 위에는 자전거도로와 보행도로가 분리되어 있고 구획 지어진 곳에는 꽃들을 심어 놓았군요.

그런데 그 아래의 모습 보이시나요? 깨진 아스팔트 조각, 시멘트 조각들이 수없이 널려 있습니다. 아스팔트, 콘크리트 조각이 벽돌 크기보다 더 크네요. 흙을 덮어 놓았던 것이 쓸려 나간 자리에 이런 건축폐기물이 즐비합니다.

비가 오면 이런 것들이 한강으로 흘러들고 나중에는 아스팔트 조각, 시멘트 조각도 물로 빠져들겠지요. 석유 찌꺼기로 만들어진 아스팔트, 각종 유해물이 포함되어 있다던 시멘트가 경사면에서 미끄러져 한강에 잠겨 든다면 비록 적은 양이라도 유해 물질이 녹아 나오지 않을까요?

강변북로 아래 화단 조성? 다 말라 죽었습니다

강변북로 도로가 지붕처럼 되어 있어 비가 내려도 땅이 젖지 않는다. 심은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말라 죽어가고 있다.
▲ 강변북로 밑에 조성된 화단 강변북로 도로가 지붕처럼 되어 있어 비가 내려도 땅이 젖지 않는다. 심은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말라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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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한남역을 조금 못 미치는 곳의 사진입니다.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를 분리하면서 새로 난 길입니다. 공사 전에는 여기에 물 고인 갈대밭이 있었지요.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를 분리하면서 그 중간에는 전부 아스팔트를 깔았더군요. 그리고 이처럼 화단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꽃들이 말라 죽어 갑니다. 이 화단이 만들어진 곳 위로는 강변북로가 지나갑니다. 비가 와도 물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 교각 밑에 화단을 설치해 놓은 것이지요. 당연히 이 꽃들은 인간의 도움이 없다면 말라 죽을 수 있습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거나 정기적으로 살수차를 동원해야 되겠지요.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이 화단을 조성한 것이 5월 중순쯤 되니까 심은 지 얼마 지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살수차로 물을 뿌려 파릇파릇하더니만 최근 이 모양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얹혀 놓고 꽃이 살기를 바라는 걸까?
▲ 심지도 않고 모판 형태로 얹혀진 꽃모종 이렇게 얹혀 놓고 꽃이 살기를 바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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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진도 볼까요. 꽃을 모종판에서 옮겨서 심지 않고 화단에 그냥 올려만  놓은 곳도 보입니다. 이렇게 해놓으면 이 꽃이 뿌리 내리고 살 수 있을까요? 이것은 누가 뭐래도 소위 '날림공사'이며, 죽은 꽃들을 걷어내고 새로 심는다면 거기에 따른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없습니다.
   
아침마다 보트 타고 죽은 물고기 건져내는 미화원들

 인공 산란장 그리고 인공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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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구 사진입니다. 반포대교 북단에서 바라보면 남단 쪽은 거대한 조선소를 연상시킵니다. 방송을 보니까 이날 인공섬 셋 중 가장 큰 섬을 물에 띄우는 행사를 했다더군요. 인공섬을 만들고 여기에 이벤트홀, 음식점, 레저시설과 정원을 꾸며 9월 말쯤 개방한다고 하네요. 만들기 전부터 홍수에 밀려 내려가 교각에 부딪히는 위험성, 방대한 예산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도 있었습니다만 이 부분은 전문가가 아니기에 논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렇게 거대한 볼거리가 사람만을 위한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사람보다 먼저 자리 잡고 토착화된 갈대숲을 더 이상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초여름만 되면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다니고 환경미화원들이 보트를 타고 뜰채로 죽은 물고기를 건져내는 모습을 인공섬에 놀러온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으시겠지요.

선거 표심은 '한강르네상스는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아침이면 이렇게 죽은 물고기를 건져내는 환경미화원들을 볼 수 있다,
▲ 죽어 떠다니는 물고기 아침이면 이렇게 죽은 물고기를 건져내는 환경미화원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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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진을 보여 드립니다. 아직까지는 서울의 랜드마크 63빌딩입니다. 이런 사진을 보니까 속상하지요. 사진 찍는 기자도 속상합니다. 시장님. 자전거를 타고 아침에 한강길 한번 달려보세요. 그리고 강 쪽으로 내려서 보세요. 이런 광경이 즐비할 겁니다. 물고기의 자연사, 수온의 급격한 변화로만 이해될 수 없는 현상들이 매일같이 일어납니다. 이런 현상을 막을 방법을 찾는 것이 한강 르네상스에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닐까요? 지금의 한강 르네상스는 오히려 한강을 더 피폐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곧 여의도 주변을 국제항으로 개발한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중랑천에 유람선이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이 두 가지 사업만으로 한강은 경천동지할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위의 사진과 같은 광경을 매일이다시피 바라보는 사람으로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먼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시장님은 재선 이후 첫 출근을 하면서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잘 반영하겠다고 하셨습니다. 한강르네상스 사업. 논란 많은 4대강 사업도 그래야 되지 않나 합니다. 한강에 삽을 대는 것은 그리 급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한강의 청사진을 같이 그려내고 공유하는 것. 그것이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아침 출근길 한강길 한번 달려보길 권합니다. 갈대밭 없어지고 그 위에 까맣게 깔린 아스팔트 아직 기름 냄새 진동하는 그 자리에 서 보시길 권합니다. 악취가 진동하고 물거품이 일어나는 옥수역 밑 강바닥에 서 보셨으면 합니다. 아침마다 보트를 타고 죽은 고기를 뜰채로 건져내는 환경미화원의 체험을 해 보시길 권합니다.

한강을 포함한 소위 'MB 정권의 4대강 사업', 그리고 '한강 르네상스 사업'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의가 무엇인지 깊은 통찰이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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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강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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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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