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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정면 충돌을 하는 한이 있어도 이제는 당이 (당·정·청을) 제대로 이끌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나 청와대가 쇄신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초선의원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모두 결의를 갖고 하고있다."

 

'한나라당이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할 때마다 초선의원 중심으로 쇄신을 요구하는 세력들이 있었지만, 별 성과가 없지 않았느냐'고 묻자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결의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지난해 4·29 재보선 패배 이후 쇄신특별위원회까지 만들었고, 10·28 재보선 패배 뒤에도 쇄신 요구가 빗발쳤지만, 그때마다 당 지도부와의 '의견 조율'을 거치고 나면 각종 쇄신안들은 물거품이 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가 좀 다르다. 서울·경기·인천을 비롯, 중부권 한나라당 초선의원 23명은 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회합을 열고, 이번 지방선거 패배의 핵심 원인을 '청와대의 밀어부치기식 국정운영'으로 규정했다.

 

정부의 민주주의·인권 무시 지적... "변화 핵심은 청와대"

 

이 모임 뒤 정태근 의원이 국회에서 브리핑한 바에 따르면, 이날 상당수 의원들이 정부의 국정수행 방식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무시되고 있다는 근본적인 지적을 내놨다.

 

홍일표 의원은 "청와대의 국정수행 방식이 꼭 쇄신돼야 한다"며 "목표도 중요하지만 절차와 과정이 대단히 중요한데, 그동안 여권은 목표를 정해서 밀어부치는 건 잘했지만 절차를 중시하거나 국민과 소통하는 부분은 잘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홍 의원은 이어 "한나라당이 민주주의나 인권과 거리가 먼 정당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대단한 반성이 필요하다"며 "민주주의와 인권과 자유라는 것이 바로 보수주의의 핵심 가치인데, 이를 적극적으로 수호하는 정당으로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식 의원도 "한나라당이 지켜야할 보수적 가치인 인권과 민주주의를 철저하게 지킬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민심을 "청와대와 여권의 일방 독주를 선거를 통해 막겠다는 것"으로 규정했다.

 

한나라당이 지향해야할 가치를 '개혁적 중도보수'로 제시한 김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초선의원들의 가치와 견해를 반드시 반영할 사람을 당 지도부에 입성시켜야 한다"며 "보다 더 단단한 각오로 힘을 결집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태근 의원도 "20대 들의 특징이 개방성과 문화적 다양성, 생명과 생태에 대한 존중인데, 한나라당과 정부는 20대의 이런 특성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며 "'회피 연아' 동영상을 만든 네티즌을 정부가 앞장서 고소하고, 원인이 확실친 않지만 김제동씨가 방송에서 하차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20~30대들은 도저히 이해를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민심이반의 가장 큰 잘못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4대강·세종시·대북문제, 변화해야"..."정풍운동 수준으로"

 

정부가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부치는 것에 대한 통렬한 비판도 이어졌다. 황영철 의원은 "표의 이탈은 잘못된 정책을 제시했기 때문"이라며 "세종시 문제로 충청도 표가 이탈하고 4대강 사업으로 종교계가 이탈하고, (악화된) 대북 문제로 청년층이 이탈하지 않았느냐"고 문제 제기했다.

 

황 의원은 이어 "이 정책을 주도한 것은 정부와 청와대이기 때문에 이번 변화의 핵심은 청와대가 변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여당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줄을 이었다. 김용태 의원은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질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진 것"이라고 지적했고, 박영아 의원도 "여론조사 과정이 민심의 실제 흐름을 볼 수 없는 조사였다"고 비판했다.

 

진성호 의원은 "민심이 한나라당에서 이반돼 있음에도 여권 내에서 총체적으로 문제의식과 경고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은 대단히 심각한 것"이라며 "정부와 청와대의 민심 파악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하고, 왜 졌는가에 대한 심각한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

 

구상찬·윤석용 의원은 '정풍운동 수준의 변화'를 역설했다 구 의원은 "이미 책임져야할 사람들이 또다시 나오는 전당대회라면 의미가 없다"며 "근본적으로 당의 이미지와 리더십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인사가 등장하는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 가급적 계파색이 강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 적극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의원은 이어 "초선의원도 당 지도부에 참여하는 것이 상당히 의미 있다"며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검증이 있어야 하고 이에 따른 당의 정풍운동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풍운동이란 중국 공산당이 1942년부터 3년간 벌인 정치·문화운동으로, 핵심은 당원과 간부들의 자아비판과 상호비판이었다. 그 결과, 소련식 교조주의는 배격됐지만, 마오쩌둥의 사상이 중국공산당의 지도이념으로 확립되는 계기가 됐다.

 

"참석자 모두 상당한 각오" 전당대회 등 조직적으로 대응키로

 

정태근 의원은 이날 브리핑을 마치면서 "이번은 과거의 쇄신운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민본21'과 같은 몇몇 의원들의 모임이 아니라, 참석한 의원 모든 분들이 쇄신이 필요하다고 했고, 모두 상당한 각오를 갖고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초선 의원들은 7일의 의원 연찬회와 전당대회 등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대응해나가자는데에 합의했다. 이들은 오는 9일 오후 이날 모인 23인을 포함, 비례대표를 비롯한 나머지 지역의 초선의원들까지 모여 토론회를 열고 세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태그:#초선의원, #정풍운동, #쇄신,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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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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