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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군 남지읍 칠현마을 앞 낙동강 둑 안은 6월 6일 현충일도 모른다. 농촌에서는 현충일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한창 영글어가는 양파 수확에 일손이 절대 부족하다. 이곳 양파 밭에서 초여름 뙤약볕을 받으며 양파 캐는 할머니 아홉 분의 손길이 능수능란하다.

 

차량으로 지나가다가 양파를 캐서 밭에 널어놓고 포장작업을 하는 할머니 아홉 분을 발견했다. 가던 길을 멈추고 할머니가 일하시는 밭고랑으로 들어갔다. 낯설은 사람이라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하던 일손을 멈추지 않는다. 오뉴월 뙤약볕에 검게 그을린 얼굴로 그저 힐끔 한번 쳐다 보고는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다. 등줄기에 땀이 주르르 흐른다.

 

혹시나 방해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한 할머니께 말씀을 드렸다. 할머니 너무 더우시지 않으세요, 좀 쉬어가면서 하세요라고 하니 오후 5시 30분 안에 밭고랑에 캐 놓은 양파를 모두 포장해서 실어야 한다고 하신다.

 

때마침 주인 아주머니가 큰 주전자에 냉녹차를 가져와 일하시는 할머니께 목축임을 하고 있다. 할머니께 시간을 할애 받자고 하니 사진은 찍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태양에 그을리지 않게 목까지 덥힌 모자를 쓰고 계시기에 사진을 찍어도 얼굴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곁에 계시던 이월선(66) 할머니께서는 "사진 찍으면 어떤 노" 하시며 좋다고 하신다. 너무 감사했다. 할머니께 하루에 몇 시간을 작업히시느냐고 물었더니 아침 7시~오후 5시 30분까지 일을 하신다고 한다. 할머니의 자존심이 상할까봐서 조심스럽게 일당은 얼마나 받느냐고 하시니 5만원이라고 한다. 작은 돈은 아니지만 뙤약볕에서 일하는 것 치고는 좀 작은 것 같다. 그러면서 손은 열심히 포장작업을 하고 계신다.

 

할머니 하루의 작업량은 얼마나 되느냐고 물으니 아침 7시부터 양파를 캐 놓고 점심을 드신 후 포장작업을 하는데 하루에 포장작업을 150개를 하는 사람도 있고 100개를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대단한 양이다.

 

할머니 하루 종일 엎드려서 일을 하면 허리가 아프지 않느냐고 하니 "왜 안 아파요" 하시면서, 엉덩이에 매달아놔 움직일 때마다 자동으로 따라다니는 방석을 들어 보인다. 이것때문에 그래도 앉아서 할 수가 있어 참 좋다고 하신다. 농사짓는 어르신들의 지혜가 대단하다.

 

그러면 밭에다 포장 작업만 해 놓으면 누가 가져 갔느냐고 물으니 사장님이 차량을 가지고와서 실어간다고 한다. 이것을 부산으로 보내느냐고 물으니 아니지 저장창고로 간다고 한다. 그리고 저장순위에 따라 서울과 부산으로 실어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할머니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나오려니 좀 미안한 느낌을 받았다. 근처 가까운 곳에 가게라도 있었으면 음료수라도 사드리고 오려고 했지만 허허벌판에 아무것도 없다. 그저 죄송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너무 아쉽고 죄송스럽다.

 

한편 이 마을의 특산물은 양파와 마늘이다. 하우스농가도 많이 있다. 하우스에 무슨 작물이 자라고 있는지 들여다보니 숨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실내온도가 40도는 넘을 것 같다. 하우스 속에는 탐스럽고 먹음직한 수박이 주렁주렁 달려있지 않는가? 우리가 먹는 여름 보양식 수박이 이렇게 더운 곳에서 자라서 우리 입으로 들여온다니 수박농사를 하는 농민들에게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국제신문에 송고.


태그:#양파수확., #여름철 농촌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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