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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방사선검사 결과만 믿고 멍울이 만져지는 유방암 의심 증상을 무시하다 결국 유방암 3기말로 상태를 악화시켰다면 업무상과실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광주 남구에 있는 모 의원 원장인 의사 J(45,여)씨는 2001년 5월 폐경기 전후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내원한 A(53,여)씨에게 유방암환자에게는 투여가 금지된 여성갱년기(폐경기)장애치료제를 투약하도록 처방했다.

그런데 2002년 2월경 A씨의 좌측 유방에 1cm 정도의 멍울이 만져지자, J씨는 방사선촬영 및 초음파검사를 받도록 했다. 그 결과 방사선과로부터 A씨가 유방암이 아닌 섬유낭종성 질환이라는 취지가 기재된 판독지와 방사선촬영 필름을 받았다.

검사결과를 본 J씨는 A씨의 가슴 멍울이 유방암과는 무관한 섬유낭종성 질환으로 판정했고, 겨드랑 임파선도 발견되지 않아 유방암을 의심하지 않고 계속 갱년기장애치료제를 투약하도록 처방했다.

J씨는 그 후 4~5주 간격으로 계속 진찰을 받으러온 A씨에게 별다른 정밀검사를 하지 않고 손으로 유방과 겨드랑이를 만지며 멍울의 변화 등을 주시했으나 특이한 점이 발견되지 않자 계속 위와 같은 처방을 내렸다.

그러다가 2003년 3월 멍울이 커져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 때는 이미 A씨의 병세가 악화돼 임파선 13개가 전이된 유방암 3기말 판정을 받았다. A씨가 갱년기장애치료제를 투약한 기간은 1년 9개월. 결국 A씨는 왼쪽 유방을 절제해야 했다.

이로 인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광주지법 형사1단독 송희호 판사는 2006년 8월 의사 J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송 판사는 "방사선촬영 및 초음파검사는 유방암 검진을 위한 일반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며 "피고인이 방사선촬영 및 초음파검사, 손으로 만지는 등을 통해 멍울의 변화와 이상 유무를 관찰하며 투약 처분을 한 이외에 조직검사 등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어떤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어 과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검사가 항소했고, 항소심인 광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주원 부장판사)는 2007년 8월 J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유방암 발생 위험성이 있는 갱년기장애치료제를 피해자에게 투약 처방한 이후 피해자의 좌측 유방에 멍울이 있어, 방사선촬영만으로는 유방암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우므로, 유방암 전문의에 의한 세침흡입술이나 조직검사를 시행하거나 3~6개월 간격으로 임상검사와 방사선촬영 및 초음파검사를 반복적으로 시행해 멍울이 커지거나 딱딱해지는 등의 변화가 발견돼 유방암이 의심스러운 경우 즉시 조직검사 등을 시행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인은 손으로 검진하는 것을 신뢰해 4~5주에 한 번 정도 진찰을 받으러 온 피해자에게 계속 갱년기장애치료제를 투약하게 한 과실로 유방암 3기말 상해에 이르게 한 것이므로 무죄를 선고한 1심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양형과 관련, "피고인의 과실로 피해자가 유방암 수술로 왼쪽 유방을 절제한 점 등 불리한 정상이 있으나, 피해자와 2000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나름대로 피해자의 치료를 위해 노력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J씨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 J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왼쪽 유방에서 종괴(멍울)가 계속 만져지므로 비록 그 종괴가 섬유낭성 변화로 보인다는 방사선과 의사의 소견을 받았더라도, 유방암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3~6개월 간격으로 임상검사와 방사선촬영 및 초음파검사를 반복적으로 시행하면서 종괴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데, 이런 검사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업무상과실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진#방사선결과#대법#업무상과실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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