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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수학의 신 엄마가 만든다>
 책 <수학의 신 엄마가 만든다>
ⓒ 동아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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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영어 교육 열풍이 불기 시작하더니 그 기운이 식을 줄을 모른다. 영어 유치원을 보내고 해외 유학을 시키면서까지 영어를 잘 해야 하는 세상에서 '수학 잘하는 아이가 성공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엄마라니, 참 독특하단 생각에 책을 펼쳤다.

과학 장학생이면서 현재 서울대학교 수학과에 재학 중인 김용균 군의 엄마인 임미성 씨는 '영어보다 수학'을 잘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년 이상 사교육 현장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무엇보다 엄마의 역할을 중시한다. 아이의 기질이나 가능성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엄마인 만큼 엄마가 교육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이를 지나치게 경쟁에 몰아넣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하여 아이가 가진 가능성을 무시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아이 교육에 직접 뛰어들었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수학 매니저 역할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절대 소금자루 끌듯 아이를 끌고 가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엉덩이를 살짝살짝 밀어주되 엉뚱한 길로 접어들 때만 소맷자락을 끌어줄 것. (중략) 엄마들 역시 아이들처럼 안 해서 그렇지 시작해서 습관을 들이면 금방 익숙해지는 게 수학 매니저다."

말이 쉽지 아이의 수학 매니저를 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수학 잘하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엄마가 먼저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라고 말한다. 엄마가 수학을 싫어하고 부담스러워하면 아이도 싫어하고 부담스러워 한다는 사실. 아이들은 은연중에 생각하는 방법이나 습관 모두 부모를 닮아가기 때문이다.

수학에 관심이 많은 엄마를 둔 아이들이 수학을 잘할 가능성이 더 높은데, 그 이유는 그런 엄마들의 경우 생활 전반에서 수학을 접할 기회를 많이 주기 때문이다. 공자님 말씀에 무엇을 하든 좋아서 즐기는 사람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처럼 수학도 즐거워하는 아이가 잘 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가정 내에서 즐겁게 수학을 배울 수 있는 생활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저자는 딱 10분 집중하는 습관만 잘 만들어 놓으면 절반은 성공이라고 말한다. 제자리에 앉아 흥미를 느끼며 집중한 채로 공부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포인트다. 혹시 수학을 지겨워할 경우, 게임을 한다든가 영어나 한글 공부 등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중간에 가끔 하도록 하는 것도 좋다.

요즘 아이들은 변덕스러운 행동을 보일 때가 많은데, 이런 변덕쟁이 아이들에게 집중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정해진 분량만큼은 꼭 풀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책상 앞에서만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변덕을 잡아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간식을 다 먹을 때까지 다른 간식을 사주지 않거나, 한동안 다른 장난감을 사주지 않음으로써 '기다림'과 '통제'를 스스로 배우도록 한다.

생활 속의 다양한 질문도 아이의 공부에는 도움이 된다.

"아침에 일어나라고 시계가 깨우지? 시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밥을 먹으면 힘이 생기지? 밥 한 공기는 얼마만한 힘을 내게 할까?"
"유치원 갈 때 유치원 버스 타지? 차는 어떻게 움직일까?"
"화장실에 있는 휴지는 몇 미터나 될까?"

생각해 보면 생활 속에 수학적 개념이 녹아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여섯 살 우리 아이는 아직 돈의 개념을 잘 모르는데, 어린이집에서 시장보기 체험을 한다고 필요한 금액을 가져오라고 했다. 필요한 물건 목록으로 구두를 적어놓고는 '구두가 얼마일까?' 물어보기에 '만 오천 원'이라고 했더니, 백 원보다 훨씬 많은 돈이라고 스스로 설명한다.

백보다 만이 더 큰 수라는 사실을 자기도 모르게 생활 속에서 파악한 것이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세상은 무한한 호기심의 대상이다. 집안에서부터 다양한 수학적 개념과 수학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면 그 아이는 당연히 수학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수학이 없으면 사회가 지금처럼 굴러갈 수 없다고 말한다.

"인간은 눈을 뜰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수학 속에서 살고 있다. 따지고 보면 세상은 수학투성이다. 이 수학투성이 세상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보여주면 아이들은 자연 호기심을 가진다. 생활에서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것, 그것이 어떤 공부에서든 첫걸음이다."

이렇게 시작한 수학에 대한 호기심은 자연히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다. 생활에서 흥미를 갖기 시작해서 추상적 개념들을 하나하나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다 보면 아이들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수학이 어렵다는 생각만 버리면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수학은 흥미진진한 탐험의 세계인 것이다.

본격적으로 수학 공부를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수학 공부 역시 외국어를 익히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하루에 꾸준히, 매일, 조금씩 수학적 환경에 노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며칠 분량을 하고 뒤에 노는 것보다, 하루에 조금씩 해 나가는 버릇이 더 좋다. 특히 유치원 즈음부터는 아이들이 책상 앞에 꾸준히 앉아 있는 습관이 중요하다.

아이가 자라면서 킬로미터, 그램 등의 단위 알기, 시계 보기 등을 무척 어려워하는데 이때에는 문제집을 통해 가르치는 것보다 직접 재보게 하거나 시계를 보면서 얘기하는 게 좋다. 자주 보고 측정하다 보면 어려운 개념도 금방 들어오기 마련이다. 도형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는 요즘 유행하는 가베 교육도 많은 도움이 된다.

많은 엄마들이 이 책의 내용을 보고 영어 열풍 시대에 수학을 강조해서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영어보다 더 어려운 것이 수학이 아니던가. 수학을 잘해야 공부를 잘 한다는 저자의 말들은 한편으로 일리가 있다.

수학을 알면 생활이 편하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수학적 개념을 익히고 흥미를 가지게 한다면, 결코 수학은 어렵지 않다.  엄마와 아이가 수학 퍼즐이나 재미있는 문제집을 함께 풀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수학에 빠져 보자. 그러면 어느새 쑥쑥 올라가 있는 수학 성적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수학의 神신 엄마가 만든다 - 수학으로 서울대 간 공신 엄마가 전하는 수학 매니지먼트 노하우!

임미성 지음, 동아일보사(2008)


태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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