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태양볕에 한 무리의 파리 떼가 휑하니 날더니 이내 개밥그릇에 모여든다. 어디서 소문을 듣고 날아왔는지 곧이어 참새 떼들도 날아든다.
여기, 개밥에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파리 떼와 참새 떼들이 있으니, 사람이나 미물이나 먹고 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것은 마찬가지인가보다. 개밥에 목숨 건 참새와 파리의 사투를 사진으로 담아본다.
개똥 냄새에 달려든 파리들은 가장 먼저 개밥 그릇에 달려든다. 어차피 아무리 먹어도 티도 안 난다. 파리와 먹이 사슬 관계도 아니고, 바둑이들은 자신에게 특별히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별 관심 없다.
'어? 오늘따라 웬 파리들이 이렇게 많은 거야!'
'그래, 많이 먹어라. 지들도 살아볼 세상일 테지...'
"야! 네 코에 파리 붙었다!"
'.......'
무슨 파리가 배만 뽈록하다. 아주 살찐 파리들이다. 보다 못한 개주인은 파리를 퇴치할 방법을 궁리해 본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써봐도 역부족이다. 잡는다고 해도 어디서 날아오는지 계속 생기기 때문이다.
마침내 개주인은 파리 끈끈이를 급한 대로 구해왔다. 네모로 된 종이판 위에 접착제가 묻어있는 파리 끈끈이의 특징은 일단 파리가 붙으면 절대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파리가 한두 마리라도 앉으면 그 다음부터는 붙는 속도가 빨라진다. 잡힌 파리에서 분비되는 페로몬이라는 물질이 다른 파리들을 유인하기 때문이다.
먹이사슬에서 한 단계의 생물이 갑자기 많아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게 파리 끈끈이에 잡힌 수많은 파리는 다음날 아침이 되면 급격하게 줄어든다. 몸통은 어디가고 다리만 남아있다. 새들이 먹어 치운 것이다. 기막힌 먹이사슬이다. 게다가 파리 끈끈이도 오래 사용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고'이다.
"얼레리 꼴레리~! 야, 네 엉덩이에 파리끈끈이 붙었다!"
"자꾸 놀리면, 너한테 붙여 버린다!"
개밥 그릇을 호시탐탐 노리는 이들은 또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참새들이었다. 바둑이가 옆에 있건 말건 부지런히 개밥 그릇 주위를 분주히 움직인다. 바둑이도 그런 참새를 힐끔 보더니 네 발을 한곳에 모으고 웅크려 앉아 따뜻한 햇볕을 즐긴다.
'왜 자꾸 쳐다봐요? 개밥 좀 먹으려고 했더니 안 도와 주는구먼!'
개집 옆의 기둥에는 항상 개밥그릇을 노리는 한 무리의 참새들이 모여 있다. 위에서 슬슬 눈치를 보고 있다가 순간 잽싸게 내려간다. 인기척이라도 있으면 후다닥 모습을 감췄다가 다시 날아오고 개사료로 배를 채울 때까지 그렇게 부산을 떤다.
'참순아! 망 잘 보고 있냐? 지금 내려갈까?'
"얘들아! 사람이다! 튀어라!"
'휴~! 개밥 한번 먹기 힘드네'
'니들은 내가 흘린 개밥이나 많이 먹어라! 나는 풀이나 뜯을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