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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련 경제홍보협의회 주최로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인터넷언론의 영향과 기업홍보 세미나'
 전경련 경제홍보협의회 주최로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인터넷언론의 영향과 기업홍보 세미나'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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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을 달아 독자의 클릭수를 높여 광고 효과를 노리는 데에만 관심을 가지는가 하면, 가십성 기사나 근거 없는 기사를 올려 언론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이념에 매몰돼 편파적인 주장으로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9일 장일형 전경련 경제홍보협의회장이 열거한 인터넷 언론의 부정적 기능이다. 하지만 이건 예고편일 뿐이었다.

이날 오후 전경련 경제홍보협의회(회장 장일형 한화그룹 부사장) 주최로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인터넷 언론의 영향과 기업 홍보' 세미나에선 이른바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스러운 것) 언론에 대한 기업 홍보 담당자들의 성토가 터져 나왔다.

"기업에 악의적인 뉴스, 포털에서 블라인드 처리해야"

장 회장이 인사말에서도 밝혔듯 "인터넷 언론의 긍정적 기능을 발전시키면서 부정적 기능을 줄이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고 "인터넷 언론과 기업의 원만한 협력 관계를 만드는 것을 고민하는" 취지로 2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세미나는 애초 기대(?)와 달리 별다른 쟁점 없는 학술 토론회 분위기였다.

발제자와 토론자로 나선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포털업계 대표들은 언론사닷컴과 순수 인터넷신문을 구분한 뒤 진입 장벽이 낮고 퇴출 장치가 미흡한 인터넷 신문들을 감시할 자율 규제 기구를 만들자는 결론을 도출하는 데 그쳤다.  

정작 토론에 불을 붙인 건 청중석을 메운 100여 명의 기업 홍보 담당자들이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기업 홍보 담당자가 "오늘 세미나에 기대를 하고 왔는데 실질적 얘기는 안 나왔다"면서 "발표자들이 기업들이 느끼는 걸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 30대 남성은 "현실에선 인터넷 언론의 오보나 악의적인 보도로 아픔을 겪는 문제가 많다"면서 "언론이 자체적으로 정화하는 건 실질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게이트웨이(망 관문)' 역할을 하는 포털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날 토론자인 박선영 NHN 부장을 의식한 듯 네이버 등 주요 포털에서 '웹 크롤링(웹 검색 로봇)' 방식으로 자동 검색되는 '듣보잡' 언론 기사를 거론하며 "잘못된 뉴스나 악의적 뉴스는 다른 인터넷 게시물과 마찬가지로 즉각적인 블라인드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업 민원에 24시간 대기... 몇 백 건 블라인드 요청하기도"

이에 포털에서도 기업과 언론 매체 사이의 고충을 토로해 눈길을 끌었다. 2003년부터 8년 넘게 네이버 뉴스 서비스를 맡아온 박선영 NHN 뉴스서비스팀 부장은 "기업의 민원 때문에 주말이나 새벽도 없이 24시간 전화 대기 상태"라면서 "기업에서 구체적인 상황을 공문으로 보내주면 해당 매체에 연락해 문제 해결 시까지 잠시 기사를 막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부장은 "팩트(사실 관계) 잘못은 적극적이어서 모 기업의 경우 몇 백 건씩 블라인드 처리를 요청하기도 하지만 기업에서 정황적으로만 판단한 경우엔 무조건 처리해 달라고 해 언론사에 전화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날 토론회는 국내 뉴스 소비 시장을 대부분 장악한 포털, 특히 네이버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또 다른 홍보 담당자는 "네이버 영향력이 큰데 핫라인이 없어 시시비비 가릴 데가 없다"면서 "핫라인 전화 5통만 만들어 달라"고 공개 제안하기도 했다. 전경련에서 기업 홍보 담당자들의 의견을 모아 포털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따로 만들어 달라는 제안도 나왔다.

 전경련 경제홍보협의회 주최로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인터넷언론의 영향과 기업홍보 세미나'에서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교수가 '인터넷언론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전경련 경제홍보협의회 주최로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인터넷언론의 영향과 기업홍보 세미나'에서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교수가 '인터넷언론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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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언론 처벌? 표현의 자유 함께 봐야"

심지어 "사이비 언론 처벌 규정을 만들어 달라"는 강력한 목소리까지 나오자 발표자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인터넷언론이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란 발제를 맡았던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현실을 모른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기업 홍보를 담당하는 수강생에게 들어 극단적으로 (기사와 광고를 맞바꾸는 데 필요한) '공시가'가 언론사별로 정해져 있고 '듣보잡'(언론)도 분명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마냥 처벌하고 (포털) 핫라인 강화로 가면 부정적 효과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신종원 YMCA 시민경제실장은 "미네르바를 구속하고 천안함 사건 의심한다고 고발해 의사 표현을 위축시켜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고 사회 성숙에 부정적 걸림돌이 된 것처럼, 언론의 책임 강조도 중요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영열 문화관광부 미디어정책과장 역시 "주변에서 강한 규제를 원하는 민원이 들어오고 있지만 표현의 자유 같은 다른 가치와 맞물려 있다"면서 "기존 언론사들이 언론 자체의 신뢰가 무너진다며 스스로 통제 기구를 만들어 프레스카드 인증, 기사 평가 인증, 언론사 평가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언론#듣보잡#포털#네이버#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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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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