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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기준금리가 또 동결됐다. 지난해 2월 이후 16개월째다. 올 들어 각종 경기지표들은 이미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갔지만, 금리만큼은 그대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외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경제의 회복속도가 빠른만큼 금리인상을 통한 출구전략을 펴야 한다는 주문이 있었다. 올 들어선 정부산하 연구기관이나 보수언론까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통화당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물가상승 등 인플레이션과 함께 시장의 거품을 통화당국이 방조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김중수 한은총재는 이날 "하반기에 물가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면서,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릴수 있다는 점을 내놓긴했다. 일부에선 이르면 올 8월께 금리인상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그렇지만 이미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불안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을 펴야하는 중앙은행이 시기를 놓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여전하다.

 

경제상황은 위기이전으로 회복, 금리는 여전히 동결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동결하게 된 배경은 무엇보다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크게 작용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금통위를 마치고 연 기자회견에서 "해외 위험 요인 등에 비춰서 향후 (국내 경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유럽국가의 재정문제로 인해 국제 금융시장이 수시로 불안한 모습을 보여 세계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통위가 이날 내놓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도 이같은 내용이 들어가 있다.

 

반면 국내 경제상황은 이미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전으로 회복한 상태다. 각종 실물 경제지표 역시 작년 하반기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성장률(GDP)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해서 작년 4분기에 이미 6.0%, 올 1분기에는 무려 8.1%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민간 소비 역시 작년 4분기 5.8%, 올 1분기 6.3%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부문 역시 증가세가 약간 주춤하긴 했지만 수출이 크게 나아지고 있다. 취업자수 역시 최근 들어 민간쪽에서 고용이 개선되고 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들 경제지표를 두고 기저효과 등에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의견도 없진 않다.

 

또 최근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꼽히는 유럽발 재정위기 역시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국내외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오래 전부터 통화 당국이 금리인상을 통한 출구전략을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선제적 통화정책 펼쳐야하는 통화당국이 시장 거품 방조

 

경제위기 때 정부가 재정확대정책으로 풀어놓은 막대한 양의 돈을 회수하지 못하고 초 저금리가 오래동안 계속되면서, 물가상승과 시장의 거품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작년 하반기 이후 정부 통계와는 달리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크게 오르고 있다. 일부 계절적 요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각종 생활물가가 거의 10%포인트 이상 올랐다.

 

한국은행이 이날 내놓은 자료를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교해서 올 3월에 2.3%, 4월에 2.6%, 5월에 2.7% 올랐다. 게다가 5월 생산자물가의 경우 4.6%나 올라, 하반기에 소비자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금통위도 이날 통화정책결정문에 "소비자물가가 석유류 가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소폭 확대됐다"면서 "경기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수요 압력이 점차 증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중수 총재 역시 "하반기에 물가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한은에서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향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기는 "빠르면 올 8월"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한은의 정부 눈치보기?... 재보궐선거 이후에나 금리인상 가능성

 

오는 7월 중순께 한은에서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2분기까지의 현 경제상황을 확인한 이후 8월이나 9월께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은의 이같은 통화정책이 물가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함께 자산시장 등의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높다. 특히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중앙은행이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민간연구소 한 연구위원은 "이미 금리인상의 시기를 놓친 감이 없지 않다"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최소한 0.25%포인트 정도라도 천천히 금리를 올리면서 시장의 거품에 중앙은행의 경고 시그널(신호)을 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발 재정위기가 금융시장의 불안요소가 분명하긴 하지만 16개월째 2%의 금리를 유지하는 중요한 이유는 되지 못한다"면서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은에서 정부를 의식하지 않을수 없었을 것이고, 7월 국회 재보궐 선거를 감안하면 금리인상은 8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중수 총재는 이에 "선제적 대응이 얼마나 필요하냐는 통화정책을 보는 경제이론에 따라 다를 수 있고, 현상에 대한 파악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 "통화정책은 결코 실기(失機)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김중수의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실기(失機)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미 나오고 있고,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통화 정책 방향 (6월)

□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2.00%)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 세계경제는 신흥시장국 경제가 호조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 경제도 개선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유럽국가의 재정문제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이 수시로 불안한 모습을 나타내고 그 영향이 세계경제의 회복세에 미칠 위험이 잠재하고 있다.

 

□ 국내경기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 투자 등 내수의 증가세가 일시 주춤한 모습이나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고 고용사정도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한층 개선되고 있다.

 

□ 국내경기의 상승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나 해외 위험요인 등에 비추어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 소비자물가는 석유류가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소폭 확대되었으며 앞으로 경기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수요압력이 점차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매매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 금융시장에서는 일부 유럽국가 재정문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 증대 등으로 주가와 환율 등 가격변수가 큰 폭으로 변동하였다.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거래가 활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증가규모가 소폭 확대되었다.

 

□ 앞으로 통화정책은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하면서 우리 경제가 물가안정의 기조 위에서 견조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운용하되 국내외 금융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수행해 나갈 것이다.

 


태그:#김중수, #한국은행, #기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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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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