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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나라가 온통 '거짓말'로 병들고 있다. 군의 천안함 대응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는 실로 충격적이다. 경계태세와 초동조치, 상황보고에 이르기까지 온통 구멍이 뚫린 것도 모자라 허위보고와 기록조작 등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어디 그 뿐인가. 세종시와 4대강에 이어 스폰서 검사 의혹에 이르기까지 하루도 잠잠할 날 없이 시끄럽다. 꾸미고 은폐하고 조작하고 속이고, 도대체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이 아닌 게 무엇일까?

 

거짓말 '작업관리자'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가?
거짓말 '작업관리자'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가? ⓒ 김학용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거짓말 콤플렉스가 만들어낸 커다란 좌절감이 숱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민주주의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도는 우리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인 것이다. 부끄럽지만 현실이다.

 

"어? 어머님 벌써 가시게요? 며칠만 더 있다 가시지!"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의 거짓말까지 용인할 수 있을까? 사실 연예인들만 예로 들더라도 거짓말은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다. 성형 사실을 부인하거나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어나는 나이(?)는 예사다. 그럼, 우리가 흔히 애교로 넘기는 거짓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연예인 거짓말 베스트

 

"애인요? 아직은 없어요. 저도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상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특별한 피부 관리는 없어요. 그냥 많이 먹고, 많이 자요."

"키 170㎝, 몸무게 45㎏예요. 제가 좀 작아 보이죠?"

"용돈은 엄마한테 타서 써요. 하루에 3만원 정도?"

"결혼상대자로는 이해심 많고 편한 남자를 원해요."

 

어디 연예인뿐이랴.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하는 거짓말은 이미 애교 수준을 넘어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며느리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어? 어머님 벌써 가시게요? 며칠만 더 있다 가시지!"

"그렇지 않아도 전화 드렸었는데, 안 받으시던데요!"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이 제일 맛있어요."

"용돈 적게 드려 죄송해요!"

"그이가 요즘 많이 바빠서요, 전화라도 자주 드릴게요."

 

매일 듣는 거짓말은 또 있다. 채널만 돌리면 공중파 채널 사이마다 선보이는 대기업 홈쇼핑의 쇼핑 호스트들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이 시간 이후엔 이런 가격을 절대 만나보실 수 없습니다."

"딱 한번 300점 한정 판매! 이 모든 것이 9만원대!"

"최다구성, 최저가! 이제 몇 개 안 남았습니다."

"효과 없으면 돈을 전액 돌려드리겠습니다."

"주문이 많습니다. 상담원 전화 힘듭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지금 당장 전화하세요!"

 

교육현장에서 선생님들의 거짓말은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는 열성이 담긴 대표적인 선의의 거짓말이다.

 

"딱 5분만 더 하고 쉬자!"

"이번 시험은 쉽게 냈다."

"너희 모두들 똑같이 예쁘단다."

"때리는 나도 가슴 아프다."

"너희 반이 제일 X판이야! 옆 반은 얼마나 조용한지 알아?"

"교사 생활 20년 만에 너 같은 녀석은 처음이야!"

"이 문제는 너희들한테만 가르쳐 주는 건데…."

 

"말해봐! 아빠한테는 절대 비밀 보장할게!"

 

아이가 언제부터인가 거짓말 하는 것을 알게 되면, 엄마는 당황스럽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 어머니들이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더 많다. 결국, 아이는 '엄마 말은 다 거짓말'이라며 잘 믿지도 않는다.

 

"벌써 8시야! 빨리 일어나!" (실제로는 7시30분)

"계란 프라이만 많이 먹으면 머리 나빠진데!"

"엄마는 네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다른 애들 좀 봐라. 얼마나 말 잘 듣는지!"

"엄마가 너 같이 어렸을 때는 공부만 했어!"

"글씨가 이게 뭐냐!! 발가락으로 써도 이보다 낫겠다!"

"너밖에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말해봐! 아빠한테는 절대 비밀 보장할게!"

 

사랑하는 그이가 하는 말이라면 무슨 말이든 붕붕 날아갈 듯 행복하다. 그런 그녀에게 무슨 거짓말을 못하랴. 남자의 혀, 실로 무섭고 무서운 무기가 아니겠는가.

 

"네가 쟤보다 훨씬 예뻐!"

"지금 지하에 있어!"

"그냥 아는 여자야!"

"손만 잡고 있을게!"

"다 이해하니까 이제 말해봐!"

"잠깐 들어갔다, 술만 깨고 가자!"

"술 잘 마시는 여자가 좋아!"

 

- 그외 생활속의 거짓말

 

"지금 바로 출발했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중화요리집 주인)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월수300보장" (지하철벽 구인광고)

"어머머~! 딱 어울리시네!" (미용실 원장님)

"지하철역 걸어서 5분 거리." (분양광고)

"단 한 푼도 받지 않았어요." (정치인)

"그저 학교 수업만 충실히 했을 뿐이에요." (SKY 합격생)

 

알게 모르게 한 거짓말이 무려 10분에 세 번 이상

 

겉표지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예담)
겉표지<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예담) ⓒ 예담

생각해 보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입에 발린 말을 좋아하는지. 그것이 거짓말인지 알더라도 사람들은 칭찬을 듣고 싶어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사람들은 왜 그렇게 거짓말을 쉽게 믿을까? 30년간 거짓말을 연구한 세계 최고 권위자인 로버트 펠드먼은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로버트 펠드먼 저, 이재경 역, 예담 펴냄)를 통해 거짓말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모조리 뒤집어 놓는다.

 

저자는 사람들이 도대체 얼마나 자주 거짓말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했다. 실험 이전에 전혀 안면이 없던 두 사람씩 짝을 지어 10분간 서로 소개하도록 했다. 참가들은 이 실험을 '낯선 사람에게 잘 보이는 실험'이나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대응법' 등으로만 여겼고, 실험후 대화를 녹화한 영상을 보며 어느 부분이 부정확한 내용이었는지 골라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 대부분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나타나고 말았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라는 사전 지시를 받지 않은 참가자도 마찬가지였다. 평균을 내어보니 전체 참가자들은 상대방에게 10분에 세 차례 꼴로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잠깐은 속일 수 있지만,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과장되지 않으면서 냉철한 시선으로 거짓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현대사회에서 거짓말이 어떻게 생존을 좌우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또, 수많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선의의 거짓말을 비롯해 의도적이고 부정적인 속임수 등 거짓말에 관한 모든 것을 파헤치며, 부정과 배신, 불신에 대처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정직함이 만병통치약은 아닐지라도 어쨌거나 최선의 방책인 것은 사실"이라며 결론을 맺는다.

 

거짓말은 자신이나 남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도 하지만 본질 자체는 역시 위험하다. 거짓말은 실수와 속임, 변명, 은폐와 만나 점점 더 불어난다. 더욱이 거짓말을 하는 당사자가 사회 지도급 인사라면 그 폐해가 막대하고 치명적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거짓말이 만연한 사회에서 치러야할 경제적 대가는 엄청나다. 특히 국민을 반역하는 거짓말은 마침내 나라를 병들게 한다. 잠깐 속일 수는 있지만, 아주 속일 수는 없다. 사람을 속일 수는 있지만, 하늘을 속일 수는 없다.

덧붙이는 글 | 로버트 펠드먼  저 | 이재경 역 | 예담 | 2010.05.11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 - 속고 배신당하고 뒤통수 맞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로버트 펠드먼 지음, 이재경 옮김, 예담(2010)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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