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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15일 오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김대중평화센터 주관으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 학술회의'에서 '6.15남북공동선언 10년, 안보와 평화의 함의'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15일 오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김대중평화센터 주관으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 학술회의'에서 '6.15남북공동선언 10년, 안보와 평화의 함의'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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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그 비용이 6조7천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김대중평화센터가 15일 오후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연 6·15남북정상회담 10주년 기념 학술회의의 '6·15남북공동선언 10년, 안보와 평화에의 함의'라는 제목의 발제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의 2009년도 GDP 1조억 달러 기준과 미국의 이라크 침공 시 들었던 전쟁 비용 등을 감안하여 전쟁 비용을 개략적으로 '재추산'해 보면 전쟁비용 3조억 달러, 전후 복구 1조억 달러, 통일 후 재건 비용 2조7천억 달러 등 총 6조7천억 달러가 드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5월에 쓴 공저 미발표논문 "남북한 통일 비용- 시나리오별 분석"에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실었다고 한다.)

그가 '재추산'이라고 한 것은, 16년 전인 19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 게리 럭 주한미군 사령관이 미의회 증언에서 한반도전쟁 발생시 초기 단계에서 미군 5만2천 명, 한국군 49만 명, 민간인 백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전쟁 비용은 1천억 달러, 전후 복구 비용은 1조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던 것을 참고했기 때문이다.

"흡수-무력통일 대안 안 돼... 대안은 6·15 선언"

문정인 연세대 교수.
 문정인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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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교수는 이어 "김정일 체제가 사라진다고 북한 주민들이 주권을 포기하고 남에 투항한다는 보장이 없으며 통일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며 "따라서 흡수 통일이나 무력 통일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로 여기에 6·15 공동선언의 빛나는 함의가 있는 것"이라며 "교류, 협력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신뢰 구축의 토대 하에 평화 공존을 확실히 하여 사람과 물자가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사실상의 통일을 실현하는 것, 그 이상 바람직한 것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의 통일이 이루어지면 이를 제도적으로 담보해 주는 남북 연합은 자동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또 "이명박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 인사들이 미국 네오콘 외교정책의 원칙인 ▲ 도덕적 절대주의 ▲ 패권적 일방주의 ▲ 공세적 현실주의(선제타격론)를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 뒤 "패권력을 가진 미국도 실패한 (네오콘의) 정책을 우리 정부가 성공적으로 이행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계속해서 "북한을 고립, 봉쇄하고 북한 체제를 변환시키기 위한 국제적 응징을 전제로 한 패러다임 변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6·15 10주년을 맞아 이제 고리타분한 보수의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실사구시에 기초한 중도 실용주의의 정책을 새롭게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이명박 정부에 충고했다.

정현백 "6·15선언은 기억되고 있는가"... '기억의 정치'제기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가 15일 오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김대중평화센터 주관으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 학술회의'에서 '6.15공동선언과 화해 협력-시민정치의 새 출발점에 서서'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가 15일 오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김대중평화센터 주관으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 학술회의'에서 '6.15공동선언과 화해 협력-시민정치의 새 출발점에 서서'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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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6·15공동선언과 화해 협력: 시민정치의 새 출발점에 서서' 발제에서 "시민에게 6·15공동선언은 기억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정 교수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선언이 교과서 자리를 차지해 공적 기억의 장에 개입할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병행되어야 할 사회적 기념행위는 여전히 제한된 소수의 의례로 남아 있고, 그런 한에 있어서 젊은 세대 사이에 6.15 공동선언은 잊혀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6·15공동선언을 둘러싼 기억투쟁이나 '기억의 정치'도 시민참여형 평화통일운동이 감당해야 할 또 다른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며 "이런 맥락에서 당장 6·15 공동선언을 기념일로 제정하고, 달력에 기입하고, 나아가 기념할 만한 기념비나 기념장소 건립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6.15공동선언의 실천을 변화된 새로운 현실에 어떻게 대입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제기하면서, '시민의 바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에는 2002년 2차 북핵위기의 시발점인 제임스 켈리 차관보의 방북 때 통역관으로 나서 강석주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났던 김동현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 교수(Tong Kim, 전 미 국무부 선임통역관), 북한 경제전문가인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봉조 전 통일원 차관이 토론자로 나섰다.

김 교수는 2000년 10월 방북한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에게 김정일 위원장이 했던 발언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우리는 제도에 의한 통일은 반대다. 우리가 말하는 평화통일은 우리 제도로 통일하는 것이다. 우리 제도로 통일하면 중국이 좋아할 것이고, 남조선 제도로 통일하면 일본이 좋아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한쪽의 제도로 통일하는 것은 반대한다."

"남조선은 미국의 오랜 친구란 것을 잘 안다. 미국이 우리와도 친구가 되면, 미국에 입장에서는 옛 친구도 좋고, 새 친구도 좋은 것 아니냐."

"우리가 아이들에게 미국 놈이라고 가르치는데 이것도 잘못된 것이다. 또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것은 만날 하던 소리이기 때문에 지금도 하고 있는 것이다. 일없다. 우리는 미국이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과 안정에 기여하는 것을 인정한다. 미국은 영토 야심이 없다. 조선은 역사적으로 주변 나라들로부터 침략을 많이 받아왔다. 미국이 없으면 중국과 일본 사이에 패권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걱정한다."

"우리는 미사일을 갖고 있다. 그러나 미사일 수출은 외화 벌이를 위한 것이다. 이 문제는 미국이 협력해주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우리가 설사 미국에 대고 한 방 쏴봤댔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또 히틀러 같은 자가 나오기 전에 누가 그런 짓을 하겠는가? 미사일은 남조선에서 자꾸 개발을 한다니까, 우리 군대에서도 하자고 해서 한 것이다. 미국이 남쪽의 미사일 사업을 제한해 주면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

김 교수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클린턴 때 그리고 부시 대통령 때도 미국이 김대중 대통령의 깊은 생각을 잘 따랐었더라면, 오늘과 같은 남북 간의 긴장이나 전쟁위험도 초래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정리했다.

"MB정부 대북정책의 변화는 정권교체와 함께 온다"

김상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를 비롯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송영오 창조한국당 대표,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앞줄 오른쪽부터) 등 참석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견지동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발표 10주년 기념 평화통일민족대회'에서 평화 통일을 기원하며 만세를 부르고 있다.
 김상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를 비롯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송영오 창조한국당 대표,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앞줄 오른쪽부터) 등 참석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견지동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발표 10주년 기념 평화통일민족대회'에서 평화 통일을 기원하며 만세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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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어떻게 하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변할 수 있을까"라며 "확실한 대북정책의 전환점은 남한의 정권교체와 함께 온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권력승계 후에도 대미대남 정책이 크게 변할 것 같지 않다"며 "한미 양국은 북한의 붕괴가능성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철저한 보안 속에 만일의 사태를 위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한편,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6·15 공동실언 남측위원회(남측위, 상임대표 김상근)는 민주당 정세균, 민주노동당 강기갑, 창조한국당 송영오, 국민참여당 이재정 대표 등과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6·15 공동선언 발표 10주년 기념 평화통일민족대회'를 열었다.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남, 북, 해외위원회)는 애초 평양에서 공동행사를 열려 했으나, 정부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방북을 불허하면서 남과 북에서 각기 기념식을 열었다.

6·15선언 남측위 기념식 "MB정부 반북정책 중단하라"

15일 오전 서울 견지동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김상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를 비롯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송영오 창조한국당 대표,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6·15공동선언 발표 10주년 기념 평화통일민족대회'가 열리고 있다.
 15일 오전 서울 견지동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김상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를 비롯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송영오 창조한국당 대표,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6·15공동선언 발표 10주년 기념 평화통일민족대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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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6·15공동선언 이행에 역행하여 군사적 긴장과 동족 사이의 대결을 추구하는 그 어떤 행위도 단호히 저지시켜 나갈 것"이라며 "올해 6.15선언 10주년 기념 민족공동행사가 성사되지 못한 것은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을 부정하고 남북관계를 과거의 대결시대로 되돌려 세운 동족적대정책에 그 원인이 있다"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김상근 대표도 대회사에서 "이명박 정부는 집권 이후 말 그대로 '천민자본주의적' 자세로 북을 대해 왔다"면서 "정부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결과는 남북 간 긴장과 대립의 격화와 높아져 가는 전쟁위기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대표가 "6·15 10주년을 맞아 다시 이명박 정부에 요구한다"면서 "민족의 대결과 파멸로 이어지는 반북정책을 중지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참가자들이 박수와 함성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또 "다시 서로 욕하고 저주하는 불신의 확성기를 틀어대는 미련한 짓으로 돌아가지 말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전날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6.15공동선언 발표 10돌 기념 중앙보고회'를 개최했다.


태그:#6.15 10주년, #문정인, #정현백,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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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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