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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채용비리를 죽음으로 고발한 시간강사 자살사건이 발생한 지 20일이 지났다. 지난달 25일 광주의 조선대학교 서아무개(45) 강사가 교수 채용비리를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한 달이 다가도록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고 있다.

여기 저기 애걸해서 이 대학 저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대학 시간강사들이 거리로 다시 나섰다. 너무나 비참한 고인의 죽음 앞에 정부와 대학당국의 무관심이 그들을 거리로 내몬 것이다.

서아무개 박사가 대학의 비리를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 이들 강사와 함께 양대 노총, 시민, 대학생들까지 가세해 시간강사 제도개선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양대노총 "죽음으로 말해야 하는 시간강사제 전면 재검토하라"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등 시민단체들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통위의 시간강사 문제에 대해 비판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등 시민단체들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통위의 시간강사 문제에 대해 비판했다.
ⓒ 한국비정규교수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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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우리 대학사회가 임용비리나 논문대필 등 고질적인 비리와 부패로 얼룩진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며 "40대 중반의 한 대학강사가 논문을 대필하고 돈으로 교수직을 사라는 제의를 받고, 수차례 교수임용에서 떨어지고 절망한 끝에 죽음을 선택한 것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교조 마녀사냥을 그만두고 대학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하라"며 "임용비리와 논문대필과 같은 파렴치한 범죄행위를 근절할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고 관련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성명을 통해 시장화 교육정책을 폐기하고 시간강사제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고인을 포함해 98년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시간강사는 무려 8명으로, 한국의 대학사회에서 비정규직 시간강사는 때론 죽음으로 말해야 하는 존재"라며 "그의 유서는 노력하면 교수가 될 수 있다는 소망이 가난한 시간강사에겐 허락되지 않음을 죽음으로 고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이명박 정권은 교육 시장화 정책을 폐기하고 부조리한 시간강사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는 한편 국회는 시간강사에 대한 교원지위 부여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급기야 지난 14일에는 민주노총,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등이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최근 '사회통합위원회(사통위)의 시간강사 대책에 대한 비판 및 올바른 시간강사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8일 사통위가 근로빈곤층 대책의 일환으로 청와대에 보고한 핵심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사통위, 시간강사 문제 너무 협소한 시각 갖고 접근" 비판

이들 단체 대표들은 "사회통합위원회가 근로빈곤층 대책 일환으로 청와대에 보고한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며 "첫째, 전업시간강사를 고등교육법에 명기하고 교원 충원률에 포함시킨다. 둘째, 전업시간강사에게 연봉 2300만원 수준과 4대 보험 가입 등을 제공한다. 나머지 사항은 지엽적인 것이라 여기서 언급하진 않겠다. 핵심은 '시급'으로 일하는 교원제도를 대학에 도입하겠다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들 단체는 "근로빈곤층 문제로만 시간강사 문제를 볼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의 질 향상'과 '국가경쟁력 강화', '차별 완화와 비리 척결' 등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이번 사통위의 접근은 너무 협소한 시각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정 교원 충원률만 지켜도 시간강사 문제는 거의 없어진다"면서 "사회통합위원회는 대학자본의 배를 불리기 위해 불안정노동의 한 형태인 시간급 교원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즉각 멈추어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이들은 또한 ▲청와대는 OECD 평균 수준으로 고등교육예산을 확대할 것 ▲사회통합위원회와 교과부 및 국회는 시간제와 반쪽짜리 교원제도 도입을 즉각 중단할 것 ▲시간강사제도 철폐하고 대학강사에게 교원법적지위 부여할 것 등을 주장했다.

"대통령, 국회 나서 죽음으로 고발한 대학비리 바로 잡아라"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를 비롯한 20여 시민사회단체와 학생회 등은 청와대 앞에서 시간강사 문제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며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를 비롯한 20여 시민사회단체와 학생회 등은 청와대 앞에서 시간강사 문제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며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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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를 비롯한 2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학생회 대표들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청와대 근처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이 시간강사 문제에 직접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고인이 된 서아무개 박사의 뜻을 살려 국회에 계류 중인 대학강사의 교원지위 회복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의 의결을 결단하라"며 "국회는 서아무개 박사 자살사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임용비리 대학과 논문대필 교수를 처벌할 것"을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에서 "서아무개 박사의 자살은 강사가 교원이 아닌 데서 발생한 문제"라며 "교원이었다면 강사가 전임교수와 대등한 관계로 독자 연구나 공동 연구했을 것이며, 논문을 대필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전임교수 임용도 돈으로 전임교수 자리 사고파는 현상을 상당히 막았을 것"이라고 덧붙여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경찰은 서아무개 박사가 자살한 뒤 수사에 착수했으나 20일이 지나도록 박사, 석사논문 대필 의뢰자나 이를 방조한 대학 관계자를 소환했다는 보도가 없다"며 "경찰이나 검찰에게 이 사건의 공정한 조사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들은 또한 "이명박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는 시간강사의 지위 처우가 사회문제가 되자 6·2지방선거 전에 개선 방안을 흘리더니 서아무개 박사까지 자살하자 5월 30일 9시간 이상 강의하는 40세 이상 강사에게 4대 보험을 적용하고 강의료를 전임교수의 2분의 1 수준으로 인상하고 '전업시간강사'를 고등교육법에 명기하도록 제안했고, 이 대통령은 '국공립대부터 개선 방안을 시행하라'고 지시했다"며 이는 근시안적 처방책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009년 7월 비정규직 보호법의 적용을 피하고자 주5시간 이상 4학기 연속 강의하는 비박사 강사를 112개 대학에서 1219명을 해고한 사실이 뒷받침한다"며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은 강사가 연구자와 교수로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 대학이 지식사회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안에 박아놓은 '우민의 쇠말뚝'을 빼어내어야 한다"

한편 대학 시간강사는 1977년 교원지위를 박탈당한 뒤 20여년 이상 교원지위 회복을 촉구해 왔다. 지난 제17대 국회에서는 여야 3당 의원이 발의했으나 대교협의 압력으로 폐기했다. 제18대 국회에서도 2개의 법안을 발의했으나 교과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교과부는 2008년 2월, 2008년 12월 두 차례 국회에서 강사문제 대책을 제출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다. 2004년 국가인권위가 강사의 신분 마련과 처우 개선을 정부에게 권고했으나 이명박 정부에서도 여전히 묵살하고 있다. 이런 대학을 둘러싼 구조는 최근 학생이 대학을 거부하고, 시간강사가 자살하는 사태를 불러왔다.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 김동애 본부장은 "부패한 대학, 전망이 없는 대학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으며, 대학개혁은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일제가 전국의 산에 우리나라의 정기를 막기 위해 박아 놓은 쇠말뚝을 빼어내었듯 이제 대학 안에 박아놓은 '우민의 쇠말뚝'을 빼어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 참가한 단체는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 부천민중연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학생사람연대, 서울대대학생사람연대, 고려대(세종캠퍼스총학생회, 정경대학생회, 문대학생회, 다함께고대모임, 고려대학생행진, 일반대학원총학생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고대분회, 고려대민주동우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고한경선박사유족후원회, 고서정민박사가족후원회(준), 경기남부 평통사, 오산다솜교회, 오산이주노동자센터, 오산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노동네트위크협의회, 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 등이다. 

이들은 ▲국회는 고 서아무개 박사 자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 ▲국회는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즉각 의결할 것 ▲사회통합위원회가 일부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하겠다며 강사문제를 해결하는 듯 호도하는 사기행위를 중단할 것 ▲교과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서아무개 박사와 관련된 논문과 박사학위를 취소하고  고인의 이름을 살려 명예를 회복할 것 ▲검찰, 경찰은 관련자를 처벌할 것 등을 주장했다.

이들은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은 강사가 연구자와 교수로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 대학이 지식사회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정부와 국회, 대학당국의 무성의한 태도에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태그:#시간강사, #자살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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