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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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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조금이라고 관심이 있는 팬들은 알겠지만 SBS는 예전부터 국내 스포츠팬들에게 그리 달가운 존재는 아니었다.

- 이승엽 선수가 입단한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의 자매사인 <니혼TV>와 SBS의 보이지 않는 협력관계로 인해 한국야구위원회(KBO)를 배제하고 일본프로야구 중계에 더 집중하는 편파 편성을 했던 과거.

- 그 와중에 LG 이병규 선수가 진출한 과거 주니치 드래곤스의 중계권을 1년간 독점한 행태.

- 역시 국내 K리그 중계에는 인색한 SBS 스포츠가 영국프리미어리그(EPL) 중계는 MBC ESPN에게 재빨리 가져와 독점 방송을 한 이력.

- 또 박주영이 뛰고 있는 프랑스리그 중계권 독점과 가장 가까이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독점 중계.

이쯤 되면 '돈이 되는' 스포츠 경기는 SBS가 그야말로 '싹쓸이 중계'를 해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2016년까지 SBS가 독점하는 스포츠 축제

MBC와 KBS가 말하는 방송법에 명시되어 있는 '보편적 시청권'이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는 이러한 SBS에게 딱히 신경 쓸 사항이 못된다. 알다시피 SBS의 스포츠 독점 중계방송권은 2016년까지 이어진다. 현재 그 중계권한은 SBS 인터내셔널을 통해 2014년 동계올림픽과 2012, 2016년 하계 올림픽, 2010, 2014년 월드컵 방송을 포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SBS가 여기에 쏟아 부은 돈은 올림픽 중계권료 총 7250만 달러에 월드컵 중계권료 1억 4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이중 당장 눈 앞의 현실로 닥친 것이 이번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다. 우리는 남아공 월드컵을 전례 없이 오직 SBS를 통해서만 볼 수 있으며, 이 상태로 간다면 다음 월드컵도 SBS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현재 SBS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강조하는 PV(Public View) 권리를 내세워, 음식점이나 호텔 등과 같은 공공시설에서 특별한 허가 없이 월드컵을 방송할 경우 SBS와 개별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SBS의 이러한 주장은 국민들의 강한 반발과 문화부의 PV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면서 유야무야되긴 했지만, SBS가 추구하는 스포츠 중계권 사업의 극대화에 대해 많은 이들이 좋지 않게 보는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북한이 SBS와 합의하지 않고 남아공 월드컵 개막전을 보낸 것이나, KBS 주말 예능 프로그램인 <남자의 자격 - 남자 월드컵에 가다!>이 경기 영상을 내보낸 것에 대해서도 잡음이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북한의 남아공 월드컵 중계방송은 아시아방송연맹(ABU)을 통해 내보낸 합법적인 방송이라는 결과가 나왔으며, <남자의 자격>은 중단했던 다시보기 콘텐츠를 KBS가 재개함으로써 SBS와 KBS간에 힘겨루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태다.

SBS, 독점 중계할 자격이 있나?

물론 이 모든 잡음에도 불구하고, SBS가 최상의 중계방송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왔다면 이러한 문제점은 어느 정도 상쇄될 것이다.

그러나 과거 밴쿠버 올림픽에서 이승훈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 당시 제갈성렬 해설위원의 종교와 관련한 부적절한 멘트나 독점중계에 대한 비판을 억지로 덮으려는 자화자찬식 방송 진행, 편성의 빈약함 등이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독점중계의 폐해로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결국 올림픽과 같은 거대한 축제를 한 방송사가 독점하는 것은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었다. 덕분에 당시 SBS 밴쿠버 동계올림픽 홈페이지 응원게시판은 응원 대신에 SBS를 향한 시청자들의 비난으로 가득 덮였다.

현재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역시 비난의 수위는 과거 동계올림픽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월드컵 중계 당시 시청자들이 누리는 색다른 즐거움은 방송사마다 특색 있는 캐스터와 해설위원들의 설명을 듣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다.

여기에다 SBS는 그들의 짧은 스포츠 중계 역사를 반영하듯, 곳곳에서 드러나는 중계진의 실수도 잦다. 또 앞선 <남자의 자격>사례에도 보았듯이 월드컵과 관련한 파생 콘텐츠를 즐기는데도 시청자들과 타방송국 제작자들은 꽁꽁 묶여있는 형국이다.

가장 합리적인 모델 구축 시급

한국-그리스전 당시 영동대로에 가득찬 응원단. 누구나 축제를 즐길 권리가 있다.
 한국-그리스전 당시 영동대로에 가득찬 응원단. 누구나 축제를 즐길 권리가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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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러한 SBS의 독점 방송이 무조건 부작용만 야기하는 건 아니다. 특히 가장 주목할 만한 순작용이라면, 역시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이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월드컵 기간이라고 해서 국민 모두가 여기 몰입할 이유는 없다. 한 방송국이 단독 중계를 맡고, 나머지 방송국이 정규편성을 한다면 예전부터 꾸준히 지적되던 전파낭비를 줄일 수 있다. 일부에서 이번 월드컵 중계를 기점으로 이러한 스포츠 단독 중계가 더욱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다른 방송사가 들어갈 수 있는 진입장벽을 완전히 배제한 채 한 방송국이 자기들만의 축제로 모든 것을 이끄는 것은 곤란하다. 중계권을 얻기 위해 SBS가 쏟아 부은 돈이나 그와 관련한 상업 방송사의 특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독단은 외려 국민들의 외면을 받기에 충분하다. 모두 함께 즐기는 축제에 찬물을 뿌리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러한 성향의 사람이 아니던가. 특히 앞서 언급했듯 SBS는 상업성이 심하다.

극단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논리라는 것이 원래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자동차의 그것이기는 하지만, SBS 뿐 아니라 그것을 사전에 막지 못한 KBS와 MBC, 그리고 정부 역시 이러한 논점의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또 이러한 독점 행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방송 중계권의 모범적인 선례를 만들기 위해, 법적인 개선을 통해서라도 시청자가 가장 선호하는 중계 모델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린 영원히 올림픽과 월드컵과 같은 세계적인 축제를 어느 한 방송사가 이끄는 대로 끌려 다닐지도 모르니 말이다.


태그:#남아공 월드컵, #SBS, #독점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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