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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당 기획취재 총괄국장
사진 : 권우성 기자
정리 : 손병관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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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여소야대 국면에서 무슨 지름길이 있겠나? 꾸준하고 계속된 대화, 또 대화, 그리고 인내심이 해법이지, 다른 길이 있을 수 없다."

민선 5기 서울시의회의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 나갈 복안을 묻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렇게 답했다. 6·2지방선거에서 속된 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오세훈 서울시장은 인터뷰 도중 소통과 대화 그리고 전화위복이라는 단어를 그 어느 때보다도 자주 사용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는 조심스럽게 '3선 도전 의지'를 처음 밝히기도 했다.

초박빙의 근소한 표차로 나타난 선거결과가 지난 4년간 시정(市政)을 잘못해서라기보다는 중앙정부 심판론이 더 크게 작용한 탓 아니냐는 질문에도 "내 탓이 더 크겠죠"라고 말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은 4년에 한 번씩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정치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강남 몰표로 당선된 '강남시장'이라는 지적에는 "내 나름의 관전 포인트는 비강남지역을 위한 노력과 애정이 정당한 평가를 받느냐였다"면서 4년 전에 강남3구 지지율이 2 : 8 구도에서 4 : 6 정도로 줄어든 것을 예로 들며 "'비강남시장'이 맞다"고 맞받아쳤다. 억울하다는 게다.

"'강남시장' 아니고 '비강남시장'이 맞다"

열 시간이 넘는 피를 말리는 '개표전쟁' 끝에 첫 재선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오세훈 당선자를 15일 오후 서울시 중구 덕수궁길에 있는 서울시청 신관 시장 접견실에서 만났다. 

첩첩산중. 서울시 산하 25개 자치구 가운데 21개, 서울시의회의 3/4를 야당이 차지한 것이 민선 첫 재선 서울시장이라는 그의 빛나는 타이틀 앞에 닥친 엄혹한 현실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대화, 또 대화, 그리고 인내심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당장 서울시의회가 서울광장 사용조례안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길게 보면 바람직한 패턴을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싶다"고 여유를 보였다.

또 지난 4년간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디자인서울과 한강르네상스 사업 예산이 상당 부분 깎일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 부분이야말로 전화위복이라고 본다"면서 "현실을 바탕으로 지역민들의 이득을 토대로 토론하다보면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근소한 표차로 승리해 다소 위축되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니 어쩌면 그런 예상을 깨기 위해서인지 몰라도 오 시장은 '전화위복'을 앞세워 여유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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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첩첩산중 포위망 돌파 무기는 '시민과의 소통'

그가 여소야대라는 첩첩산중의 포위망을 돌파하기 위해 준비한 무기는 '시민과의 소통'이다. 그는 난관에 직면한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과 서울시의 디자인서울과 한강르네상스 사업 등을 예로 들며 "필요한 일을 하더라도,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도움 되는 일을 하더라도 사전에 충분히 여쭤봤어야 했다"고 '소통 부족'을 반성했다.

그는 민선 4기와 5기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지난 4년간 고주알미주알 직접 챙기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으니 이제는 되도록 위임을 많이 하려고 한다"면서 "일을 드라이브 걸기보다는 많이 듣고 소통한 결과를 담아내는 프로세스에 에너지를 쏟으려고 한다"고 소통을 강조했다.

막 재선에 성공한 그에게 차기 대선 출마 의향을 묻는 것은 실례일 터이다. 그러나 유력한 대권 후보 중의 1인인 한명숙 전 총리를 꺾고 첫 재선 서울시장이 된 그이기에 대선 출마 여부는 관심사이다.

"만약 2년 뒤 한나라당에서 '수도 서울을 잘 이끈 사람이 대한민국도 잘 이끌 것'이라며 대선후보로 '차출'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정치권에서 차출은 없다"면서 "몇 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는 대선주자가 있는데, 그런 일(차출)이 벌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지난 선거에서 밝힌 대로 "실제로 저는 임기를 꽉 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 얘기가 자꾸 나오면 시장직 수행하는 데 부작용이 된다"면서 "그래서 내가 임기 채운다고 자꾸 선을 긋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 '재선 임기 이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일까? "혹시 다음 시장 선거를 준비해 3선에 도전할 생각은 없나"라고 묻자, 인터뷰에 배석한 이종현 서울시장공보특보가 "재선 되자마자 3선 얘기하면 누가 좋다고 생각하겠냐?"고 만류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빙그레 웃으며 "그것도 생각해봐야죠, 이게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하면…"이라고 3선 도전 의지를 처음 밝혔다.

다음은 오 시장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출구조사가 워낙 달라 처음엔 잘못됐나 생각했다"

-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명숙 후보를 10%p 이상 리드하다가 초박빙으로 나온 방송출구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순간 솔직히 어떤 느낌이 들었나?
"솔직히 말해서 못 믿었다. 워낙 몇 달 동안 지속된 트렌드가 있었기 때문에. 사실 나는 여론조사 수치를 잘 기억 못하는 편이지만, 대충 10~15%p 정도 앞서고 있다는 트렌드는 머릿속에 넣어 놓았다. (그런데) 그것과 워낙 다르니까 처음에 잘못됐나 생각했다가 서너 시간 개표하는 것을 보고 이게(출구조사) 맞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 그래도 초박빙으로나마 한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왔으니 기대를 거셨겠네요.
"3일 오전 1시를 넘기면서 캠프 내에서 산수와 통계에 자신 있다는 사람들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계산해보면 개표의 패턴이 있으니까. 오전 2~3시 지난 후에는 5000~3만표 사이로 이긴다는 결과가 들어왔지만 그래도 마음을 못 놓았다."

-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한 원인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있는데, 가장 결정적인 요인을 든다면?
"지금도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을 말 못하겠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다는 분석들이 '각양각색'이라. 일단 4년 시정에 대한 평가라는 게 도움이 되는 평가일 것이다. 그래야 앞으로의 좌표가 나오니까. 여기에 더해서 중앙정부 심판론, 천안함 사태로 인한 역풍 등 구구한 분석들이 다 영향을 끼친 셈이다.

- 그런 당위론적인 말씀 말고, 본인 탓과 중앙정부 심판론을 비교해 계량화할 수는 없겠지만, 솔직히 어느 탓이 더 크다고 보나?
"내 탓이 더 크다."

오세훈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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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북에서는 대부분 졌지만 '강남 몰표'로 이긴 덕분에 누리꾼들이 '강남시장'이라고 부르던데, 재임 중 '강남북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한 점에 비추어 억울할 법도 하다. 솔직한 심경을 밝힌다면?
"이런 얘기가 나올 때, 사실관계를 반영하지 않은 폄하 아니냐는 분석을 우리가 내놓았다. 4년 전에는 강남3구의 득표율이 강금실 후보와 제가 2 : 8이었는데, 지금은 저의 득표율이 6정도로 줄었다. 비강남 지역 중 5개 구에서는 내가 한명숙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았다. 8군데는 거의 비슷했고, 전체적으로 봐도 비강남 지역에서 약 40%의 고른 득표를 했다.

이런 산술적인 통계수치로 비교해보면, 굳이 이름을 붙이면 '비강남시장'이 맞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강남에서 더 받든 비강남에서 더 받든 그것은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내 나름의 관전 포인트는 비강남지역을 위한 노력과 애정이 정당한 평가를 받느냐였다.

표 분석을 해보니 (서울시민들이) 안 보는 것 같지만 보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다. 재산세 공동과세 도입 등으로 뭔가 빼앗겼다는 곳에서는 기억하고 있고, 수혜를 받은 쪽에서는 기억하지 못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표 분석을 해보니 빼앗긴 곳과 수혜 받은 곳 모두 저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있더라. 유권자들은 다 평가하고 있었다는 게 큰 위안거리다."

"여소야대에 뾰족한 수 없다... 대화 또 대화 그리고 인내심이 해법"

- 당장 서울시의회의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나갈 복안이 있나? 일부에서는 야당과의 협의를 위한 정무라인 강화를 주문하던데 어떤 리더십을 염두에 두고 있나?
"정무라인을 강화할 필요는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뾰족한 수는 사실 없는 거다. 압도적인 여소야대 국면에서 무슨 지름길이 있겠나? 꾸준하고 계속된 대화, 또 대화, 그리고 인내심이 해법이지, 다른 길이 있을 수 없다."

- 시의회에서 여야가 충돌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건 예측해서 되는 게 아니고, 대화와 설득, 타협이 실패할 때 충돌이 일어나는데, 한나라당 시의원 숫자가 충돌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소수다. 그런 국면이 오면 속수무책이다."

- 당장 서울시의회가 개원과 함께 서울광장 사용조례안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개정하려고 한다. 그동안 서울광장의 사용을 너무 엄격하게 규제해온 것은 아닌가?
"그 부분도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아닌가? 그동안 서울시가 (신청단체의) 호불호에 따라 허가해준 것처럼 생각하는데, 실제로 해보면 뾰족한 수가 없다. 먼저 신청한 곳이 결격사유가 없으면 허락이 되는 것이고, 나중에 신청한 곳의 집회가 훨씬 규모가 크다고 해도 방법이 없다. 서울시의 허가제가 그 정도 수준의 허가인데, 신고냐 허가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보다도 사용목적이 관건이다.

지금의 조례는 건전한 여가활동에 부합될 때 사용하도록 하는데, 정치집회를 허가하는 게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 것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니 그런 내용도 (조례에) 담길 것이다. 압도적 다수의 의회를 막을 방법이 없으니까. 그렇게 되면 판단은 시민 몫이다. 과거에 비해 문화행사·여가활동보다는 정치적인 집회·시위의 수가 늘어날 터인데 시민들이 그런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길게 보면 바람직한 패턴을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 그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디자인서울과 한강르네상스 같은 사업의 예산도 상당 부분 깎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의회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그 부분이야말로 전화위복이라고 본다. 선거 토론회에서 몇 차례 밝혔지만, 디자인 관련 예산이라는 게 뾰족한 게 없다. 디자인은 도시행정을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철학과 원칙의 문제이지, 그것 자체가 어떤 사업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런데 선거 때가 되니까 모든 걸 디자인 사업이다, 삽질이다, 토목이다 딱지를 붙였지만 디자인 사업이라는 것이 서울의 상징과 상징색을 선정하고, 서체를 만들고, 이러이러한 시설물에 대해 통일성을 만들어가자, 이러이러한 시설물은 개성을 돋보이게 만들자는 큰 틀의 시정원칙이다. 그걸 적용함으로써 서울시가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걸 처음 만드는 데는 비용이 들었겠지만, 어차피 만들어야 할 시설물을 개성 있게 만드느냐, 통일성 있게 만드느냐, 친환경적으로 만드느냐의 문제였다.

쉽게 말해서 서울은 회색도시, 성냥갑아파트의 도시였다. 이제 겨우 원칙을 정해서 성냥갑 아파트의 인허가를 안 내는 것인데, 이를 두고 겉멋 내기다, 성형수술 한다는 식의 폄하가 과격하게 이뤄졌는데 실제로 속을 들여다보면 그런 거다. 시의원들이 막상 깎으려고 보면 깎을 게 없다.

한강르네상스만 해도 그렇다. 한강르네상스의 삽질예산, 토목예산 깎겠다고 벼르는데 그 사업의 본질은 한강과 20여 개의 지천을 복원하는 사업이다. 서울에 공원이 부족한데 해결하는 방법은 산기슭의 녹지공간이나 수변공간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수변공간을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게 한강르네상스의 가장 중요한 축인데, 막상 의원들이 (시의회에) 들어와서 칼을 들고 딱 보면 이게 생활밀착형 공간이다. 특정 지역 사람만 쓰거나 입장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토론이 이뤄지면 그걸 4대강 사업과 연관해서 깎겠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무슨 얘기냐면, 시의원도 구청장도 현실에 발을 디딘 정치인이지, 국회의원이 아니거든요. 당 차원에서 정치적 구호가 나올 수 있어도 생활밀착형 정치인들이 그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한강르네상스는 대운하와 관련 있다'는 논리의 비약을 펴기가 쉽지 않다.

지금 두 가지 예를 들었는데, 현실을 바탕으로 지역민들의 이득을 토대로 토론하다보면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갈 것이다."

"내 스스로 돌아보게 됐다... 사전 소통이 부족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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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 일성으로 인수위 대신 '시민소통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가?
"제가 소통 얘기를 했더니 저와 소통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됐다. 소통위원회는 제가 소통할 대상과 방법을 찾는 매개기구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저는 디자인 행정과 한강르네상스 모두 2010년 전후의 서울시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나라에서 생활권 공간을 많이 확보한다는 것은 누가 시장이 돼도 시도했을 만한 정책이다. 이게 왜 선거 국면에 문제가 됐을까? 정치적으로 왜곡된 측면이 있다. 대운하를 반대하다보니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도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한강르네상스는 그 이전에 시작됐음에도 정치적으로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그런 걸 차치하고, 내 스스로 돌아보게 됐다. 디자인 행정이 전국적으로 벤치마킹 해간 성공사례인데, 선거 때는 왜 폄하됐을까? 사전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필요한 일을 하더라도,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도움 되는 일을 하더라도 사전에 충분히 여쭤봤어야 했다.

지금 서울시의 겉모습에 만족하십니까? 우리나라처럼 성냥갑 아파트가 똑같은 나라가 없는데, 이런 디자인에 만족하는가? 시장이 이걸 고쳐볼까요? 이렇게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기간을 가졌다면 과연 이번 선거에서 그런 비판이 가능했을까 싶다.

다시 말해서 (시민들이) 이건 당연히 동의할 것으로 생각해서, 그리고 4년 임기이니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계산 때문에 너무 자신감 있게 시작하다보니 이렇게 됐다. 그런 소통이 사전에 있어야 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듣고 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아무리 내부회의를 거쳐서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결론을 내렸더라도 그런 부분을 다시 여쭤보고 시민들의 진심어린 동의를 받도록 하는 정지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시행착오도 줄어들고 동의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많이 듣고 주고받는 소통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는 반성에 이르렀다. 그걸 담아내는 기구로 소통위를 얘기한 것이다. 기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의 비판이 가능할 법하다.
"저는 초지일관 그런 얘기를 해왔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그런 맥락의 아쉬움이 있다. 과학적 진실은 하나다. 4대강 사업이 미래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라는 진실은 하나인데 왜 여야 정파에 따라 다르게 보나? 4대강은 운하를 위한 준비라는 극단적인 주장이 나오는 환경이 왜 만들어졌나? 사전정지 작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런 얘기를 하면 야당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겠지만 야당의 박준영 전남지사가 보여주는 자세에 메시지가 있다고 본다. 여당이 4대강 사업으로 '불통 이미지'를 뒤집어쓰는 상황에서도 그분은 초지일관 (영산강 사업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저는 그걸 보면서 4대강이 수질과 수량을 개선하는 기능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다).

영산강과 낙동강의 수질이 나빠서 얼마나 오랜 기간 고통을 겪었나? 특히 갈수기에는 정말 심각하다. 이 사업을 펼침으로써 양질의 상수원·취수원을 확보하는 것은 분명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논쟁이 끊이지 않아서 안타깝다. 그렇다면 낙동강과 영산강 공사를 2~3년 정도 먼저 해보고, 그 성공을 바탕으로 수질이 좋아지고 수량을 확보했다는 결과가 나오면 정치적 논쟁이 벌어지겠나? 그 다음에 금강과 한강의 2단계 스텝을 밟았다면 불필요한 갈등이 해소됐을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라디오연설에서 "4대강 수계에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의견도 다시 한번 수렴하겠다"고 했는데, 대통령과 전국단체장 회의에서 대통령에게 그런 얘기를 그 동안 할 기회가 없었나?
"서울은 4대강과 직접 연관된 광역지자체는 아니기 때문에 저는 그런 논의에서 빠져 있다 시피 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정치적 구호일 때와 현실에 들어갈 때는 입장이 다를 수 있다. 대통령도 그런 기대를 하는 것 같다. 4대강 반대 캠페인에는 대운하로부터 비롯된 연역적인 백그라운드가 있는데, 새로 당선된 단체장들이 선거 때는 중앙당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는 공약을 낸 것으로 보는 것 같다. 대통령이 앞으로 지자체장들 만나겠다는 뜻은 (여소야대 국면에 처한) 저와 같은 생각인 것 같다. 현실을 바탕으로 대화해보겠다는 의욕이 아닐까?"

- 대통령이 4대강 수계에 있는 지방자치단체들 의견을 다시 수렴하겠다는 것은 그들의 뜻에 따라 4대강을 접겠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설득하겠다는 것인가요?
"그 속마음이야 어떻게 알겠는가? 내가 예측할 입장에 있지 않지만, 기왕 진도가 나가고 있으니 (대통령으로서는) 그런 시도를 하고 싶지 않겠어요?"

- 1조원을 투입하는 사교육·학교폭력·준비물 없는 '3무 학교' 만들기 같은 오 시장의 교육정책과 곽노현 서울교육감 당선자의 전면 무상급식을 모두 추진할 경우, 예산 확보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오 시장은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고, 곽 당선자는 무엇을 양보하길 원하나?
"곽 당선자의 공약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유사한 부분과 상반된 부분이 다 있다. 그분은 전면 무상급식이고, 나는 소득하위 30%까지 무상급식을 한 뒤 나머지 예산은 교육복지에 쓰자는 것이다. 내 교육정책은 3무학교가 한 축이고, 차차상위계층까지 교육잡무금을 대신 내주는 데 4년간 1조원 정도 소요된다.

소득상위 70%까지 무상급식해주는 게 우선이냐, 차차상위계층까지 주는 교육복지냐? 나 같으면 후자인데 그분 생각은 모르겠다. 선거 앞두고 이상과 비전을 내건 공약을 내걸 수 있지만, 막상 1천억을 놓고 누구에게 먼저 쓸 것이냐를 토론하면 (생각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 곽 교육감 당선자뿐만 아니라 시의원과 교육의원도 마찬가지다."

"3선도 생각해 봐야죠, 그게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면"

오세훈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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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성냥갑아파트 얘기를 했지만, 서울은 '아파트 공화국'이다. '서울 휴먼타운' 조성을 밝혔는데 전임 시장이 추진한 '뉴타운'과 '휴먼타운'은 어떻게 다른가?
"뉴타운 하면 아파트가 떠오르지만, 휴먼타운은 아파트가 아니다. 휴먼타운은 기존 주택단지를 보존하되 리모델링하는 것을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단지 사람들이 바깥으로 집단 이주하지 않고 유지되는 틀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모델이다. 일본에 성공사례가 있고, 서울시도 지난 1년간 강북구 인수동, 성북구 성북동, 강동구 암사동 3곳에서 절반 이상 진도가 나가고 있다. 이걸 확산시키려고 한다."

-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민선 4기와 5기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4기에서는 모든 일을 내가 직접 챙겼다. 알고 위임하는 것과 모르고 위임하는 것은 다르니까…. 4년간 고주알미주알 직접 챙기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으니 이제는 되도록 위임을 많이 하려고 한다. 두 번째로는 일을 드라이브 걸기보다는 많이 듣고 소통한 결과를 담아내는 프로세스에 에너지를 쏟으려고 한다. 그게 다른 점이다."

- 정치적으로 보면 '차기를 위한 준비'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하하."

- 민선 첫 재선 서울시장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관심이 크다. 만약 2년 뒤 한나라당에서 "수도 서울을 잘 이끈 사람이 대한민국도 잘 이끌 것"이라며 대선후보로 '차출'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글쎄, 정치권에서 차출은 없다. 본인이 권력의지를 가지고 시도하기 전에 차출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하겠다는 사람이 넘쳐나는 게 대통령 자리인데, 가만있는 사람에게 적격자라고 차출하는 일이 있겠냐? 결국 자기 의지의 문제다."

- 4년 전 서울시장 선거 때도 차출됐는데.
"4년 전에는 상황이 달랐다. 강금실 후보에게 한나라당 후보는 모두 진다는 얘기가 많았으니. 지금은 몇 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는 대선주자(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편집자)가 있는데,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런 전제로 답변하기보다는 내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실제로 저는 임기를 꽉 채울 것이다. 8년간 일을 하는 과정에서 서울시를 이 정도 반열까지 올렸다는 얘기 듣고 싶다. 도시경쟁력 순위가 빠르게 올랐고, 삶의 질 순위도 많이 올랐다. 이런 변화를 보면서 가속도를 붙이면 역대 어느 시장보다도 많은 성과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재선에 도전했는데, 그걸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가 없다.

그런데 대선 얘기 자꾸 나오면 시장직 수행하는 데 부작용이 된다. 내가 무슨 일을 해도 치적 사업 논쟁이 일고 반대 논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임기 채운다고 자꾸 선을 긋는 것이다."

- 그러면 이렇게 묻겠다. 국회의원들은 당선되자마자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는데, 혹시 다음 시장 선거를 준비해 3선에 도전할 생각은 없나?
"그것도 생각해봐야죠, 이게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하면."


태그:#오세훈, #디자인서울, #한강르네상스, #4대강, #강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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