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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초선의원 토론회에서 구상찬 권택기 김성식 의원 등 참석 의원들이 한나라당 혁신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초선의원 토론회에서 구상찬 권택기 김성식 의원 등 참석 의원들이 한나라당 혁신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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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이야기만 계속되면 안 된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면 쥐가 사는 걸 알지만,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

17일 오전 국회의원 회관에 모인 한나라당 초선의원 쇄신모임에서 김학용 의원이 진단한 현재 상황은 정확하다. 6·2 지방선거 뒤 어느 때보다 높아진 쇄신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선 개혁성향 초선 의원의 당 지도부에 입성하는 게 필요하다는 여론은 형성됐는데, 나서는 이가 없다.

서로 등만 떠밀고 나서는 이 없는 '초선 최고위원' 도전

이날 회의에서 주광덕 의원은 "초선 의원들이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역할을 할 수 있다"며 "시대정신과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도록 초선 의원들이 용기 있게 지도부에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다른 의원들의 출마를 촉구했다.

김학용 의원도 "초선 의원들의 대표로 나설 시기는 지났지만 도전의식을 갖고 국민들의 불신을 깰 수 있는 분이 있다면, 이제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권영진 의원은 "초선이든 다선이든 당당하게 당원들의 지지를 통해 당의 변화를 위해 나서는 것, 그것을 우리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혁 의원은 "현재 우리 당의 상황에서는 여기 있는 초선 의원 누가 최고위원회에 진입한들 우리가 말하고 있는 쇄신방향으로 당을 이끌 수 없다, 쇄신의 의지가 부서질 수 있다"고 전당대회 출마론을 경계했지만, 이날 논의의 대세는 '초선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서로가 서로에게 출마를 독려할 뿐이다.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가 '초선 의원 대표 출마자'로 꼽히고 있는 의원들에게 '전당대회에 왜 나서지 못하느냐'고 물었을 때, A 의원은 "전당대회는 나 같은 사람이 나갈 자리가 아니다"라고 간단히 답했고, B 의원은 "지도부 입성이라는 1차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C 의원은 "나는 계파색이 너무 짙어서 초선 쇄신모임이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재미있는 것은, A·C의원은 B 의원을, B 의원은 A 의원을 전당대회에 출마하라고 설득·종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개혁성향 초선 의원들의 대표 선수가 필요하긴 한데, 자신이 맡기엔 엄청난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초선 의원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은, 자신들의 '쇄신의지'가 '권력의지'로 왜곡되는 상황이다. 대표 선수를 전당대회에 출마 시켰는데, 이에 대해 '초선들의 성급한 권력욕'이라든지' '쇄신 요구는 결국 권력투쟁을 위한 도구'라는 비판이 제기되면 쇄신을 위한 추동력은 급격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특히 광범위한 쇄신 요구를 등에 업고 출마했는데, 당 지도부 입성에 실패라도 하는 날에는 쇄신모임의 동력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고, 출마한 개인에 대한 책임론이 일어날 것도 뻔하다. 

"불출마" 확인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박근혜 대표론'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15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외교안보통일분야 대정부질문을 지켜보고 있다.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15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외교안보통일분야 대정부질문을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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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의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다뤄진 논의주제는 '박근혜 전 대표를 전당대회에 출마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성범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일정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현기환 의원도 "박근혜 전 대표도 고집을 꺾고 인식을 바꿔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식 의원도 "박 전 대표가 대표로 나서서 국민들에게 쇄신과 화합의 시작을 보여 달라, 이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국회가 결정해 달라'는 얘기를 할 정도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한 번 만날 필요가 있지 않느냐"며 "박 전 대표도 자신의 생각을 넘은 활동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의 이번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은 낮다. 박 전 대표가 지난 15일 "전당대회 안 나갑니다"라는 짤막한 말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은 홍사덕 의원 등이 제기했던 '박근혜 대표론'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자신이 한 말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키는 모습을 보여온 박 전 대표이기에 더욱 그렇다.

박 전 대표는 16일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과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도 자신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재확인했다. 이 자리에서도 전당대회 출마를 권유하는 의원들이 있었지만, 박 대표는 이에 대해 '당-청 관계가 재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선 대표로서의 역할도 별로 없다'는 취지로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미디어법 처리, 세종시 수정 문제 등 자신이 정부 방침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것을 언급하면서 ""당 대표를 맡아 정책에 대한 바른 소리를 하면 또 다시 친이(이명박)-친박 갈등으로 비칠 텐데 이러면 대표가 된들 대통령에게 불편만 주지,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의 '박 전 대표를 출마시키겠다'는 의지는 꺾이지 않고 있다. 홍사덕 의원의 의지도 여전하고, 17일엔 유기준 의원까지 합세했다.

유 의원은 성명서에서 "당 대표를 맡을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지만,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여건은 스스로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현실을 외면하거나 책임을 회피한 적이 없는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를 맡는다면 한나라당이 책임 있는 정당, 변화하는 정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기 있는 조전혁 "당에 실패 두려워하는 '나쁜 문화' 있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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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찬 출마 요구를 묵살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도, 개혁 성향 초선 의원들도 전당대회에 선뜻 나서지 않는 가운데 용기 있게 출마를 선언한 이도 있다.

교원단체 회원 명단 공개로 '1일 30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 받아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조전혁 의원은 17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초선 의원인 조 의원의 출마는 초선 쇄신모임의 대표로서가 아니라 혼자만의 결정에 의한 것이다. 조 의원의 출마명분은 "한나라당 안에서 우파의 가치와 철학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것.

그러나 조 의원 스스로도 "재선, 3선 의원도 아닌데 떨어지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출마 이유에 대해선 "국민을 직접 만나 내 말을 전할 수 있는 기회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자신의 신념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조 의원은 "한나라당은 세와 조직을 갖추고 나서야 움직이려 하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나쁜 문화'가 있다"면서 "그런 지나친 신중함과 몸사림은 소통과 개혁의 장애물"이라고 당 내 분위기를 비판했다.


#초선 의원#쇄신모임#조전혁#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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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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