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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가 사는 지역의 국립대학교인 경북대 입니다. 이곳은 조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며 해마다 벚꽃이 곱게 피는 일명 '러브로드'로 인해서 지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 제가 학교를 방문했을 땐 때마침 초여름을 맞아서 학교 내의 정원수를 다듬었는지 말끔하게 잘 정돈된 본관 앞 나무들이 사춘기 소년의 막 깎은 머리마냥 단정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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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대 본관 .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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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자랑거리인 연못도 학생과 이웃주민들의 쉼터가 되어주기에 충분했고, 때마침 월드컵 응원전을 준비중인 학생들로 이 일대는 시끌벅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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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대 일청담 .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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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가를 지나서 테니스장을 끼고 걸으며 무심코 나무들을 올려다 보니 의아한 광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일대의 나무들이 하나같이 기울어져 있더군요. 가만 생각해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그 부근에 있는 높은 건물들 때문에 나무가 빛을 받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게다가 그 일대의 나무들은 하나같이 우람해서 그 잎들이 만들어내는 그늘 또한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서로가 빛을 받으려고 쟁탈전을 벌이며 햇빛을 향해 몸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더군요.

게다가 자세히 보니 그 나무의 뿌리 또한 생육이 아주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아스팔트 아래에서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뿌리는 더 이상 뻗어나갈 곳을 찾지 못해서 아스팔트를 통째로 들어올리며 무시무시한 괴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뿌리는 아스팔트에 압박되고 잎은 빛을 제대로 받지 못해 생장이 불량한 나무들의 행렬
▲ 빛을 향해 기울어진 나무 뿌리는 아스팔트에 압박되고 잎은 빛을 제대로 받지 못해 생장이 불량한 나무들의 행렬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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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나무 뿌리가 아스팔트 아래로 뻗어나가고 있는 자국.비대해지는 뿌리 대문에 아스팔트는 들어올려지고 있다
 거대한 나무 뿌리가 아스팔트 아래로 뻗어나가고 있는 자국.비대해지는 뿌리 대문에 아스팔트는 들어올려지고 있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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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의 형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아스팔트 위 흔적
▲ 아스팔트에 갖힌 뿌리 뿌리의 형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아스팔트 위 흔적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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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비대해지면 그에 맞는 보호 관리가 필요하다
▲ 나무 뿌리 뿌리가 비대해지면 그에 맞는 보호 관리가 필요하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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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대의 나무들은 하나같이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무의 생육이 불량해짐은 물론이고, 날로 균열이 심해지는 아스팔트는 그 부근을 지나는 보행자와 자동차의 운행에 지장이 될 만큼 굴곡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나무도 나름대로 고생이 심합니다. 뿌리는 갇혀버려서 성장을 억압받고 있고, 잎이 햇빛을 찾아가는 것을 돕느라 줄기는 휘어져버렸습니다.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고 생명체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인간의 무심함이 엿보여서 씁쓸하기도 합니다.

이에 국립대학교 경북대의 조경수 관리법이 조금 더 섬세해져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눈에 잘 보이는 곳의 조경수만 정성들여서 아름답고 보기좋게 관리 하는 것이 아닌, 학교 내의 전체 나무에 대해서 사랑과 관심을 쏟아서 정성을 들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무도 하나의 생명입니다. 그들에게도 살다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요구조건은 있는 법이며, 인간이 그것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태그:#나무, #가로수, #경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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