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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교육청 소속 한 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보낸 '전쟁 시나리오 공모' 공문.
서울시교육청 소속 한 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보낸 '전쟁 시나리오 공모' 공문. ⓒ 윤근혁

"적의 입장에서 어떻게 공격할지 서술하라"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가 이 지역 초중고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전쟁 시나리오'를 공모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응모자 중 6명을 선정해 서울시장상을 주는 이번 공모는 '(시나리오) 실현 가능성 및 기대효과' 등을 심사기준으로 내세우고 있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19일 <오마이뉴스>가 단독 입수한 서울시교육청의 '현대전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시나리오 공모 안내 및 홍보 협조' 공문을 보면, 시교육청은 "각급 기관에서는 (전쟁 시나리오) 공모에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 공문은 서울시의 협조 요청으로 시교육청 총무과에서 지난 17일 이첩, 이 지역 2170여 개 초중고에 18일 일제히 배포됐다.

 

현대전 시나리오 발굴?... 교사들 "시대착오적 행사"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보낸 공문과 함께 첨부한 행사 안내 홍보물.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보낸 공문과 함께 첨부한 행사 안내 홍보물. ⓒ 윤근혁

공문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는 공모 배경에 대해 "전형적인 재래전 틀에서 벗어나 현대전 특성에 맞는, 서울의 상황에서 발생 가능한 새로운 (전쟁) 시나리오를 발굴하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또 예시문을 통해 "적의 입장에서 어떻게 공격할 것인지 상상력과 창의력를 발휘해 자유 형식으로 서술하라"고 명시했다.

 

이같은 전쟁 시나리오 공모는 유례없는 일이다. 공모 대상은 초중고생과 시민이며, 공모 기간은 이달 14일부터 30일까지다. 서울시는 응모자 중 6명을 뽑아 서울시장상을 준다는 계획이다. 

 

더 큰 문제는 공모 심사기준으로 "창의성, 실현가능성, 기대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혀, 자칫 학생들이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전쟁 실현 가능성을 중심으로 사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교사들은 대부분 '시대착오적 행사 강요'라고 반발했다. 30년째 초등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한 초등 교사는 "반공교육을 강요하던 군사정부시대에도 코흘리개 아이들한테 전쟁 시나리오를 쓰도록 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단체 "교육청의 학생 폭력" vs 시교육청 "안보적 측면"

 

김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대표는 "가뜩이나 전쟁 불안에 떠는 아이들에게 영화시나리오 쓰듯 전쟁시나리오를 쓰라는 것은 교육청의 학생 상대 폭력"이라며 "왜 교육청과 서울시가 학생들의 정서를 나쁜 쪽으로 몰고 가 전쟁에 대한 불안을 부추기려 하는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변성호 전교조 서울지부장도 "평화와 화해를 강조해야 하는 교육현장에서 학생에게 전쟁 의식을 부추기는 반교육적 행사를 하고 있다"며 "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총무과 한 중견관리는 "안보적인 측면에서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행사라고 생각해 서울시 민방위담당관실에서 만든 공문을 그대로 이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민방위담당관실은 공문에서 "시민, 청소년 및 공직자의 안보의식 제고를 위해 현대전에서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모집, 향후 을지연습 등에 반영함으로써 내실화를 기하고자 했다"고 공모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민방위담당관실에 더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19일 여러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서울시#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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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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