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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떠나 시골로 들어와 산 지 5년이 넘었다. 서울의 삶을 견디기 힘들었다. 처방은 단순했다. 서울을 떠나자. 극단적(?) 처방은 곧 효과를 발휘했다.

 

만성비염이 사라졌고 불치의 병이라는 무좀이 없어졌고 피부는 보드라워졌고 매일 갈아입던 옷들은 옷장 속에서 며칠을 기다리게 되었다. 내가 산골에서 겪은 변화만큼 서울은 많이 변했다. 수많은 아파트들이 들어섰고, 낡은 건물들이 무너지고 높고 번쩍거리는 건물들로 바뀌었다.

 

광화문 넓은 도로의 일부가 '광장'으로 변신했고 한강에서 살 수 없는 물고기들이 청계천을 유영한다고 해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여전히 차는 많고 더 많아져서 정체되는 구간과 시간은 점점 늘어났다. 공기는 좀 더 많이 탁해지고 소음은 당연히 심해졌다. 자전거를 애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으나 강변길이라는 한계 때문에 위험하고 배기가스에 직접 노출되는 도심지의 주행이 어렵다.

 

한국 최고의 도시인 서울이 가진 특성은 때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규정하기도 한다. '복잡하고 바쁘기만한 지옥 같은 삶'으로 어느 여행책자에 규정한 어느 외국인의 서울에 관한 정의에 반박할 근거는 있을까.

 

도시가 이래야지 하는 모델은 없다.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고유한 전통, 문화 등이 녹아 있는 공동의 생활공간이 도시 아니던가. 당연히 각 도시의 역사와 문화가 다를진대 어떤 규격을 만들어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만 도시가 지녀야 하는 핵심적인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도시, 나의 도시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인가.

 

프라이부르크는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서남부에 위치하며, 프랑스·스위스 국경에서 가깝다. 라인 강과도 가까우며, 슈바르츠발트로 불리는 삼림 지대의 서쪽 기슭 지역에 있는 프라이부르크는 성공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도시다. 한국에서 범람하는(?) 구호로만 존재하는 가짜 '녹색'이 아닌 강령과 행동이 공존하는 녹색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굳건히 세계에 떨친 지 오래다. 유명한 환경도시의 이미지가 '독일보다 프라이부르크'를 떠오르게 한다.

 

도시설계를 전공으로 하는 학자가 1년간 도시에 살면서 기획한 <녹색문화도시, 프라이부르크 읽기>는 도시, 프라이부르크의 전모를 담으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자유, 자치, 태양, 바람, 물, 여가, 대학, 문화, 축제, 환경, 에너지, 교통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도시의 모습을 분석하고 풍부한 사진을 제공하고 있다.(사진집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문화도시, 환경도시로서의 프라이부르크는 하드웨어에 걸맞은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다. 승용차를 배제한 교통정책과 도로시스템, 친환경에너지의 인프라와 시설들, 도시 공원 설계와 관리, 문화시설과 산업 등을 상세히 소개받으며 부러움에 가슴이 부풀었다.

 

 

차 없는 거리를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우리의 도심과 달리, 구시가내에는 차를 아예 다닐 수 없게 만들고 차로 가는 것보다 걷는 것이 훨씬 빨리 접근할 수 있는 도로교통체계를 구축했다. 도심의 상인들도 처음 우려와 달리 오히려 손님이 늘어나는 것을 경험하고 차를 배제한 교통정책을 지지했다. 많은 사람들이 차 없는 도심에 익숙한 모습이 좀 더 여유롭고 편안해 보인다.

 

도시가 가지는 모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우리 도시가 가진 미래의 모습에 대해 고민하고 함께 한다면 특별한 '우리도시'의 모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녹색문화도시, 프라이부르크 읽기/ 홍윤순/ 나무도시/ 18,000\


녹색문화도시 프라이부르크 읽기 - 환경 문화 장소라는 키워드로 본 독일의 환경수도

홍윤순 글.사진, 나무도시(2010)


태그:#프라이부르크, #도시설계, #생태도시, #녹색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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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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