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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청 홈페이지 환경갤러리를 살펴보면 성내천 성내5교 부근에서 발견한 재첩 사진이 올라와 있다. 한두마리도 아니고 아예 '무리'다. 대부분 주민모니터링 형식으로 올라온 사진은 홍보일색의 사진들이다.
▲ 송파구청 환경갤러리 송파구청 홈페이지 환경갤러리를 살펴보면 성내천 성내5교 부근에서 발견한 재첩 사진이 올라와 있다. 한두마리도 아니고 아예 '무리'다. 대부분 주민모니터링 형식으로 올라온 사진은 홍보일색의 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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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송파구청 "성내천에 재첩 서식... 자연생태계 복원 성공 사례"

지난 2008년 1월 27일 송파구는 "2007년 10~12월 한강유역환경청 소속 생태전문강사 8명과 40여 명이 13차례 탄천과 성내천 생태 조사를 했으며, 그 결과 성내천 성내5교 근처에서 1급 청정지역에서만 서식한다는 재첩 무리가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다. 1987년 한강 일부지역에서 발견된 이후 자취를 감췄던 재첩이 20년 만에 성내천 상류지역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송파구청 환경과장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한강 수질이 맑아지면서 재첩이 다시 살아났고, 한강물을 끌어올려 방류하는 과정에서 펌프를 타고 올라온 재첩이 성내천 상류에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후 송파구청은 "성내천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가장 성공한 자연생태계 복원사업의 한 예가 성내천이라고 했다.

송파구 발표 다음날 일부 신문은 '성내천에 재첩이 돌아왔다'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다. 또 2009년 성내천은 청계천, 양재천, 한강과 함께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꼽히기도 했다.

2007년 성내천 성내5교부근에서 발견했다는 재첩무리, 11월이라는 시점도 그렇지만, 이렇게 많은 재첩들이 성내천에 살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 재첩무리 2007년 성내천 성내5교부근에서 발견했다는 재첩무리, 11월이라는 시점도 그렇지만, 이렇게 많은 재첩들이 성내천에 살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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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이곳인 필자는 성내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복개천이 생기기 전에는 남한산성 계곡물이 흘러들던 곳이기도 했기에 물방개와 버들붕어까지 사는 그야말로 깨끗한 천이었지만, 복개천이 생기면서 각종 하수와 오염물질로 썪어 냄새나는 곳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복개천이 오늘의 성내천으로 탈바꿈 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복개천을 걷어내고, 하수정비사업을 통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은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위 사진은 송파구 홈페이지 환경갤러리에 있는 사진이다. 2008년 언론에 보도가 되었을 때에는 별관심이 없었기에 그냥 지나쳤는데, 최근 송파구가 한강, 양재천, 탄천, 성내천을 잇는 4-WAY(송파워터웨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른바 '송파워터웨이'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위의 원부분이 송파구청에서 재첩이 발견된 지점이라고 주장하는 곳이다.
▲ 다음지도 갭처화면 위의 원부분이 송파구청에서 재첩이 발견된 지점이라고 주장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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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내5교, 2007년 11월에 재첩무리가 발견되었고, 2008년 1월 28일 언론에 보도되어 큰 관심을 끌었고, 2009년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으로 뽑혔으니 정말 살아있는 천이라면 지금도 여전히 재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성내천이 잘 관리되었다면, 재첩은 2007년 이후 더 많이 퍼졌을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강물을 끌어올려 방류하면서 펌프를 따라 올라온 재첩이 맞다면 한강도 내가 생각하는대로 죽어가는 강이 아니라 재첩도 사는 1급청정지역인 셈이니 내 생각을 바꿔야 할 것도 같았기 때문에 확인을 해보고 싶었다.

2010년 6월 23일, 재첩무리가 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성내5교를 찾았다.
▲ 성내5교 2010년 6월 23일, 재첩무리가 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성내5교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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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재첩은 없고 재첩껍데기만...

지도를 확인하고 찾아간 그곳은 초등학교시절 등하교 시간에 매일 걸어다니던 곳이었으며, 더운 여름이면 물놀이를 하기도 했던 곳이었다. 그때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복개천일 때보다는 훨씬 환경이 좋아졌다는 사실이다.

성내5교 아래는 자갈을 박은 시멘트바닥이었으며, 다리 위쪽과 아래쪽은 모래와 뻘흙이 섞여있었다. 모래와 뻘흙이 섞여있는 곳에는 수생식물과 다슬기류가 살고있었고, 해오라기도 피라미들을 잡아먹으며 유유자적 물 속을 걷고 있었다. 유속은 다소 빠른 편이었지만, 돌멩이와 바닥에는 부유물질과 녹조가 끼어있었다. 1급수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어 보였다.

수초 아랫부분과 다슬기가 기어다니는 부근, 자갈이 있는 부분을 뒤져가며 30여 분 재첩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30여 분, 재첩을 찾아보았지만 살아있는 재첩은 단 한마리도 잡을 수 없었다. 대신 손에는 폐사된 재첩껍데기만 들려있었다.

30여 분간 성내5교 아래에서 재첩을 찾았지만, 살아있는 재첩은 단 한 마리도 발견할 수 없었다. 폐사된 재첩껍데기만 발견할 수 있었다.
▲ 폐사된 재첩 무리 30여 분간 성내5교 아래에서 재첩을 찾았지만, 살아있는 재첩은 단 한 마리도 발견할 수 없었다. 폐사된 재첩껍데기만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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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담당자 "그때 이후 재첩 한 마리도 발견 못해"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하나는, 1987년 이후 한강에서 사라졌던 재첩이 기적적으로 살아나 펌프를 타고 올라올 정도로 한강은 맑아졌지만 성내천은 결국 재첩이 살 만한 조건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재첩을 방생했을 가능성이다. 청계천처럼 말이다(서울시가 청계천에서 '갈겨니'가 발견됐다고 하자 환경운동연합이 '청계천이 생태하천으로 복원됐다고 홍보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방생했다'고 반박했다).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송파구청 치수과 하천관리팀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담당자에 따르면 2007년 11월 성내천 모니터링 후, 2009년 2월 - 2010년 4월 말까지 모니터링을 했을 때에는 재첩이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1년 남짓 되는 기간에 재첩무리가 온 데 간데 없어졌다는 이야기다.

그는 또 "당시 용역에 참가했던 박사에게 문의한 결과, 이전 기사에 나와있는 대로 한강에서 펌프로 끌어올린 물을 방류할 때 유입되었을 가능성은 있으나 서식 보장 가능성은 3년 정도 지켜봐야 했을 것이라고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성내천 재첩무리'로 인해 많은 이익을 보았으며, 성내천 사업예산을 따는데도 유리했고, 홍보지를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홍보했으며, 현재 홈페이지에도 여전히 그때의 사진을 게재함으로써 있지도 않은 재첩으로 특수효과를 누린 것에 대해 담당자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담당자는 "주민이 찍어서 올린 것을 사실 관계 확인을 하지 않고 게재한 것뿐"이라며 "문제없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위에서도 밝혔듯이 송파구청에서 환경전문가들과 함께 수개월간 모니터링을 한 결과를 발표한 내용이었으며, 담당자의 답변에서처럼 '당시 용역을 담당했던 박사'에게 오늘(24일) 문의를 했다는 것으로 보아 단순히 주민이 올린 사진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만일 그렇다면, 주민이 올린 사진을 확인하지 않고 홍보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재첩무리들은 다 어디로 가고 빈 껍데기만 남았을까?

한강이 재첩이 살만큼 깨끗해졌다는 이야기도 웃긴 이야기지만, 그렇게 한 두 마리도 아니고 무리를 지어 살던 재첩이 다 어디로 가고 빈 껍데기만 남아있는가 하는 의문이 아니 들 수 없다.

그 많던 재첩무리는 다 어디로 갔으며, 지금도 여전히 한강에서 물을 끌어올려 방류할 터인데 왜 한강에서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난 재첩은 그해 이후, 펌프를 타고 올라오지 못하는 것일까?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재첩무리들이 다 어디로 가고, 빈 껍데기만 남았을까?


태그:#성내천, #재첩, #성내5교, #한강,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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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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