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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한 자리가 1억5천만, 3억원이라는군요. 썩었습니다. 나의 자존심, 노예로서의 충성심도 사라진 지금 정체성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세상이 밉습니다."

조선대학교 시간강사 서아무개(45) 박사가 지난 10여 년 동안 논문 대필, 전임교수와의 주종관계에서 비롯된 '개노릇', '토사구팽' 등 차마 입에 담지조차 못할 대학사회의 야만적 행태와 금품으로 교수직을 매매하는 부패상을 유서로 고발하며 목숨을 끊은 지 오늘(25일)로 한 달을 맞는다.

고인은 지난달 25일 교수채용 과정에서 수억원의 돈이 오가고 있고, 논문 대필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0년 이후 모두 7명의 시간강사가 임용 비리, 차별대우, 경제적 어려움, 미래에 대한 절망 등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들의 죽음으로 6만여 전국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삶은 크게 부각됐다. 그때마다 국회와 정부, 대학은 각종 대책을 쏟아내며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외쳤지만 그때 뿐, 지금도 대부분 시간강사들은 '대학의 유령', 보따라 장사'란 무거운 넥네임을 짊어지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서아무개 강사의 자살 사건 이후 이번에도 긴 침묵으로 일관해 오던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거의 한 달 만에 입을 열었다. 그러나 마치 각본에 짜인 듯 대통령 직속인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 이하 사통위)가 내놓은 대책과 흡사한 대책이어서 되레 눈총을 받고 있다. 땜질식 처방을 놓고 포장해내는 기술들이 현란하기만 하다.

게다가 보수신문들까지 가세한 일부 언론들은 40여 년 동안 한국 대학사회를 무겁게 짓눌러 왔던 시간강사 문제가 금세 해결될 것 같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시간강사들은 "대우문제보다 교원으로의 법적지위 확보가 우선"이라며 시큰둥하기만 하다. 교과부안이 '개악'의 소지가 있다는 비난이 높다. 교과부안은 시간강사 중 일부만 교원으로 흡수하는 사통위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비정년 트랙에 시간강사 많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 만드는 게 대안?"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과위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과위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23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에 참석, "현재 전업화 된 시간강사만 해도 4만명 가까이 되고 다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전업화된 시간강사들 가운데 시간강사 이상의 퀄리티가 있고 열심히 하는 분들을 뽑는 비전임트랙의 강의전담교수제를 국립대부터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강의전담교수가 되면 신분이 생기는 것이다. 강의전담교수제를 국립대부터 시작해 사립대로 전파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강의전담교수제를 도입하는 대학에는 전임교수 대 학생 비율에 (강의전담교수 비율도) 포함되도록 하는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편의·혜택을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안 장관은 4대 보험 가입·공동연구실 지원 등 시간강사들에 대한 지원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간강사들이 보험 가입 능력이 없는데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학들이 시간강사 공동연구실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고려대 고등교육정책연구소와 한국고등교육정책학회가 공동주관한 '대학 시간강사제도의 현황과 개선방안' 세미나에 발표자로 나선 교과부 박주호 대학지원과장은 "비정년 트랙에 시간강사가 많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교과부의 대안"이라며 비슷한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사통위는 이에 앞선 지난 8일 ▲가칭 '전업시간강사'를 고등교육법에 명기하고 교원확보율에 포함 ▲전임강사의 4분의 1 수준인 임금을 2분의 1(2천300만원) 수준으로 올리고 4대 보험 가입 보장 등의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그러다 오히려 암초를 만났다. 

"강사와 교원 전체에 불이익 주는 친대학·반교수·반시간강사 음모"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통위의 시간강사 문제에 대해 비판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통위의 시간강사 문제에 대해 비판했다. ⓒ 한국비정규교수노조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과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 등 전국 시간강사들이 사통위의 대책에 대해 '땜질식 처방', '또 다른 시간강사 트랙'이라며 거센 반발을 하며 잇달아 성명을 내자 사통위에서 대학 시간강사 대책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왔던 고형일 전남대 교수가 지난 9일 전격 사퇴했다. 사통위가 대통령에게 시간강사 대책을 보고한 바로 다음 날이다.

고 교수는 사퇴 이유에 대해 "전업시간강사라는 또 하나의 트랙을 만드는 건 사회 통합이 아니라 갈등을 키울 뿐"이라며 "원칙적으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8일 저녁부터 고민했다"고 <교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시간강사는 물론 대학교원 전체에 대해서도 막대한 불이익을 주려는 친대학, 반교수, 반시간강사의 음모가 있다고 의심케 한다"며 "설사 전업시간강사 개개인이 받는 급료가 일반강사보다 다소 개선된다 해도 전임교원 대다수가 전업시간강사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니 전임교원 처우가 전반적으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사통위는 21일 대학시간강사대책 특위 간담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후 22일 결과를 내놓았지만, "단기적으로 급여현실화 등 긴급한 문제해결에 주력하고 고용 안정성 문제 등 법적인 지위 문제는 신중하게 검토하고 학기별 위촉에 따른 극히 열악한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아 여전히 '근시안적'이라는 따가운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등은 사통위의 시간강사 대책은 '시간제 교원' '반쪽짜리 교원' 도입이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선별적'으로 구제해 또 하나의 트랙 만들려는 속셈" 비판

이처럼 사통위가 속도를 내자 교과부도 덩달아 탄력을 받는 양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강사를 교원의 범주에 포함시키겠다는 발상에는 동의하지만 고등교육법에 '전업' '시간'강사라는 용어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게 당사자들인 시간강사들의 입장이다. 이 용어를 사용하는 순간 결국 '시간제 교원'이 된다고 보기 때문. 강사가 교원확보율에 포함될 때 기존 전임교원처럼 똑같이 '1로 카운트 되는 것'에도 반대한다. 교수의 비정규직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시간강사 일부를 '선별적'으로 구제해 또 하나의 트랙을 만들려는 흐름이 사통위만의 입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극적이던 교과부의 걸음이 갑자기 빨라진 내막엔 수상쩍은 속셈이 묻어난다. 23일 교과부장관과 교과부의 시간강사 제도에 관한 동시 대책발표가 언론에 잇달아 보도되자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24일 '교육과학기술부는 기만적 미봉책으로 국민을 호도하지 마라!'란 성명을 통해 우려와 비난을 동시에 쏟아냈다.  

"23일과 24일 각 언론사는 일제히 대단한 시간강사 대책이 나온 것처럼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고 시작한 성명은 "교과부가 6월 21일 작성한 자료(대책안)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언론은 교과부의 기만적 미봉책을 과장하여 보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성명은 우선 "교과부 대책안 중 비정년 강의전담교수는 전국 국공립대에서 매년 400명을 뽑는다고 하지만 전국에 국공립대가 40여개 있으니 한 학교당 10명 정도 배정되는 셈"이라며 "이는 기간제 근무를 하는 비정규직 교수들을 계층화하여 10% 정도만 간택하고 나머지는 현 상태로 내버려 두면서 분할지배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또한 성명은 "교과부가 내 놓은 강의료 인상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2001년 4월 24일 대통령 보고 자료에서도 거의 같은 내용의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고 2003년에도, 2007년에도 거의 매년 인상안을 내 놓았지만 관철된 것은 거의 없다"는 것. 실제로 2005년부터 국공립대 강의료는 아예 동결되었다. 노조가 있는 곳에서만 투쟁을 통해 약간의 임금 인상이 있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과연 얼마나 관철시킬지 지켜볼 일"이라고 이들은 성명에서 밝혔다.

"교과부, 백패스 남발 말고 고등교육법 개정안부터 의결하는 게 우선"

"자살만은 제발 그만..."  국회 앞 텐트 농성 1,000일을 맞는 지난 2일, 최근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시간강사 추모의 글과 사진들이 텐트 밖에 놓여 있다
"자살만은 제발 그만..." 국회 앞 텐트 농성 1,000일을 맞는 지난 2일, 최근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시간강사 추모의 글과 사진들이 텐트 밖에 놓여 있다 ⓒ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

이밖에 시간강사들은 "사립대 최저 기준 강사료 운영을 교과부가 권고하겠다는 데 그 실효성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연봉 1천만원도 못 받는 노동자에게는 보험료를 다 떼면서 수 조원씩 불투명하게 재단 전입금을 적립하는 사립대학에게 국민의 혈세를 더 퍼준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과부는 축구로 치면 심판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교과부는 편파적인 판정만 계속해 왔다"는 이들은 성명에서 "대학들이 교원을 쓰지 않아도 눈 감아 줬고 비정규직을 대량 해고하는 심한 파울을 해도 주의조차 주지 않고 있는 교과부가 요즘 하는 일을 보면 2001년으로 백패스를 남발하며 공격기회를 무산시키는 것 같다"고 힐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참으로 오랜 기간 동안 지속돼 온 문제이다. 해묵은 과제다. 쉽게 해결될 리 만무하다. 1977년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지식인 탄압을 목적으로 교육법이 개정되면서 강사들의 교원자격이 박탈된 이후  대학의 교원 임용률은 늘지 않았고 시간강사의 강의 비중은 점차 늘어만 갔다.

대학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전임 교수 신규 채용 대신 시간강사로 그 자리를 채웠다. 특수한 교과목을 운영하거나 담당 교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진, 과거 교수 임용 과정의 한 부분으로 여겨지던 시간강사 제도는 본래의 취지를 잃고 하나의 직업으로 고착화된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2004년 국가인권위에서는 시간강사의 처우를 전임 교수에 비례하게 하여 차별을 없애라고 교육부에 권고했으나 교육부는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 17대 국회에서는 시간강사의 교원화를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1년 넘게 국회 상임위에서 계류되다 임기 만료로 폐지됐다. 최근 18대 국회에서 다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역시 계류 중이다.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 김동애 본부장은 "가르치는 사람은 선생이며 법에서 교원지위를 부여 받는데, 대학의 강사만이 선생(교원)이 아니다"며 "법에서 선생(교원)이 아닌 채로 가르치고 있다. 대학교육의 절반을 맡고 있는 대학 강사 선생에게 당연한 선생(교원) 지위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 계류 중인 고등교육법 개정안부터 의결하는 게 우선"이라며 1000일 넘도록 국회 앞에서 천막을 펴놓고 농성 중이다.


#시간강사#사통위#교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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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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