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뺄 수 없는 게, 먹는 즐거움입니다. 소문난 맛집을 일부러라도 찾아가는 마당에 두 말 하면 잔소리겠지요.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필리핀,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등 11쌍의 결혼 이민자 부부와 함께 했던 여수 다문화가족 제주도 문화체험에서 점심시간에 일행과 떨어져 기어코 지인과 맛집을 찾았습니다.
그곳은 제주 성읍민속마을에 있는 괸당네 식당이었습니다. 지난해 이곳을 찾았는데 지실(감자)국수 맛을 있을 수가 없어서였습니다.
'괸당'은 서로 사랑하는 관계라는 뜻으로 혈족과 친족을 일컫는 제주 말이라고 합니다. 주인장이 특허까지 낸 지실국수는 돼지 양념불고기와 조 껍데기 술을 같이 먹어야 맛 궁합이 제격입니다.
지실국수는 감자의 제주 방언입니다. 꿩고기를 고아 맛을 낸 육수에 면을 넣어 끓인 지실국수는 면발도 면발이지만 약간 단맛이 나면서 부드러운 게 일품입니다. 여기에 조 막걸리를 곁들이면 최상입니다.
지실국수와 돼지 양념불고기는 따로 따로 먹어도 좋지만 같이 맛있게 먹는 법 또한 독특합니다. 먼저 상추에 지실국수 면발을 놓고, 무채를 얹은 후, 그 위에 돼지 양념불고기를 올려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나요.
이 방법대로 먹었더니 입속에서 묘한 어울림이 있더군요. 역시 맛은 최고로 맛있게 먹는 방법을 찾아야 혀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몇 점 밖에 안 먹은 것 같은데 뱃속이 차오르는 포만감도 그만이더군요.
지난해 여기를 찾았을 때는 주인장의 걸쭉한 제주 사투리 땜에 배꼽잡고 웃었는데, 이번에는 몰래 왔더니 조용해 색다른 맛이 나더군요. 제주 방언 듣고 싶은 분은 주인장을 청해도 좋을 듯합니다. 제주를 찾는다면 지실국수의 맛에 한 번쯤 빠져 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일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SBS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