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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스 별장'에 가보았다. 필리핀을 21년간 장기집권했던 페르난드 마르코스(1917~1989) 대통령이 썼던 별장이다. 그의 부인 이름을 따서 '이멜다 별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승용차로 1시간30여분 떨어진 타가이 타이(Tagaytay, 따가이 따이)라는 곳에 있다. 별장은 가장 높은 곳에 있는데, 지금은 '피플스 파크 인더 스카이'(People's park in the sky)라는 공원이다.

필리핀 마르코스 별장.
 필리핀 마르코스 별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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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년 전 화산이 폭발한 뒤 길이 25km, 폭 18km에 이르는 따알 호수(Taal Lake)가 내려다보인다. 1977년 다시 화산 폭발이 일어나 화산 분화구 안에 다시 작은 분화구가 생겼는데, 최근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있어 관광객의 접근이 차단되었다.

마르코스는 한때 일본보다 잘 살았던 필리핀을 몰락의 길로 이끌었던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 20년이 지났지만 별장은 '몰락한 대통령'을 연상하듯 폐허 그대로였다.

별장 한 쪽 귀퉁이에는 중계탑이 높이 세워져 있었다. 정문 철문은 녹이 슬어 손을 잡으면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갔다. 옆길을 돌아 별장 입구에 오르니 각종 시설물들이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하듯 낡았다.

야외공연장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별장은 2층 구조인데, 1층에는 기념품과 과일을 파는 가게가 있었고, 2층은 폐허 그 자체였다. 젊은 남녀들이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입맞춤을 하기도 했다.

필리핀 마르코스 별장. 건물 1층에 있는 가게에서 젊은이들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필리핀 마르코스 별장. 건물 1층에 있는 가게에서 젊은이들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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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있는 가게에는 젊은이들이 술을 앞에 놓고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영락없는 노래방 시설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벽면에는 낙서 투성이다. 검게 그을린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르코스 가문은 성난 국민들에 쫓겨 도망가면서 권력의 어두움을 숨기려고 일부러 불을 내고 갔던 것이다.

아름다운 타가이 타이의 자연 경관 전체를 독차지 하려고 제일 높은 곳에 별장을 지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을 함부로 하면 벌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는 말이 실감났다.

ⓒ 윤성효


태그:#필리핀, #마르코스 대통령, #마르코스 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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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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