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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갱이회가 맛있는 철이다
 전갱이회가 맛있는 철이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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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제철에 난 생선이 가장 맛있어" 안 바꾼다.

전갱이회를 함께 먹던 동석자 중 한 명의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양이 제법 많은 전갱이회 한 접시를 비우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원래 회를 뜬 사람은 자신이 뜬 회를 그리 맛있게 먹지는 않는다. 회를 뜨는 과정에서 이미 비린내나 적나라한 내장 등을 보면서 질려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갱이회만큼은 달랐다.

전갱이 뱃살은 구수하고 달다
 전갱이 뱃살은 구수하고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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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뜬 회였지만 젓가락이 쉴 틈이 없었다. 쌀의 풍미가 녹아든 듯한 구수한 뱃살, 보드랍지만 식감이 살아있는 등살에 혀가 미칠 지경이다. 회가 달다는 느낌이 절로 느껴진다. 선도가 좋은 녀석이라 잡내가 없다. 덕분에 비린내나 잡맛을 씻겨내는 맥주조차 불필요할 정도였다.

전갱이가 살아있다. 구이도 좋지만 횟감으로도 아주 그만이다
 전갱이가 살아있다. 구이도 좋지만 횟감으로도 아주 그만이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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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먹는 시점에서 6시간 전 부산 자갈치시장. 억수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횟감을 찾아 나섰다. 이 광경을 노래가사로 표현하자면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아니라 자갈치시장의 맛객을 본적이 있는가이다. 죽은 전갱이도 보이고 활 전갱이도 보인다. 가격은 3배차이. 즉석에서 아가미 쪽에 칼을 넣어 피가 빠지도록 하였다.

시메사바용 고등어도 살까 하였지만 매번 느끼는 건 생선은 선도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이 사실보다도 욕심이 앞서 구입했다가 낭패를 보고 후회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말자고 맹세를 한 터라 과감하게 발길을 돌렸다. 대신 큼지막한 미더덕을 구입했다. 미더덕은 어떻게 요리할까? 서울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레시피를 맞춰 나갔다. 그리하여 탄생한 미더덕요리는 잠시 후에 공개한다.

횟감으로 사용하기위해서 피를 빼고 있다
 횟감으로 사용하기위해서 피를 빼고 있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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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에 도착하니 전갱이 피를 뺀 후 약 6시간이 경과했다. 최상의 사후경직 상태가 되었다. 비록 죽었지만 표면의 황금빛은 아직 사그라들지 않고 있었다. 배를 가르자 한 마리만 알이 나왔고 나머지 5마리는 모두 하얀 정소가 가득 들어있었다. 전갱이가 제철임을 상태로서 알려주는 셈이다.

이맘때 전갱이는 돔과도 바꾸지 않을 맛이다
 이맘때 전갱이는 돔과도 바꾸지 않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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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취미로 하다 보니 이젠 회를 뜨면서 손에 전해지는 감촉만으로도 그 회의 맛을 가늠할 수 있는 단계가 되었다. 이 전갱이 역시 혀보다 손이 먼저 맛을 알아차렸다. 회 위에 생강과 쪽파를 올려냈다. 동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전갱이회를 예찬한다. 어제만큼은 원미동 최고의 진미는 바로 전갱이회였다. 제철생선의 맛은 가격과 상관없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전갱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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