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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지켜지는 그날까지,
"청년들이여, 일어나라!"
-청년유니온 부산모임
 최저임금이 지켜지는 그날까지, "청년들이여, 일어나라!" -청년유니온 부산모임
ⓒ 청년유니온 부산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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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최저임금 투쟁 농성장에서 청년유니온 회원들과 인터뷰
 부산 최저임금 투쟁 농성장에서 청년유니온 회원들과 인터뷰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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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금요일 부산역에서 '청년유니온 부산모임' 회원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4월부터 전국적으로 진행된 편의점 아르바이트 최저임금 실태조사 가운데 부산 지역의 결과를 발표하며 부산지역 아르바이트 노동환경의 실태를 고발했다.

특히 '청년유니온 부산모임'은 조사 대상 업체 45곳 중 96%인 43곳에서 최저임금 4110원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모임은 이것이 조사 대상 업체 중 4%만이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고 있음을 뜻하며 이는 전국 평균 34%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사 대상 업체 가운데 9%는 고용된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3000원 미만의 시급을 지급하는 등 부산 청년들의 실태는 매우 열악하다고 꼬집었다.

자리에 모인 회원들은 현재 부산지역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실태를 고발한 뒤 최저임금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은 계속 올라갔지만 실태 조사를 통해 알 수 있듯 실제로 올라간 임금만큼의 돈을 받고 있는 노동자가 매우 적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먼저 최저임금이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것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감독과 대안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현재 4110원인 최저임금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며 최저임금의 수준을 5180원으로 즉각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유니온 부산모임의 첫 기자회견은 "청년들이여, 일어나라!"를 외치며 마무리됐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부산역 광장 최저임금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에 참여한 청년유니온 부산모임 회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알바 경험은 없지만 친구들 보며 문제라고 생각했다"

'건전지 보다 못한 알바 인생' 건전지 옷을 입고 있는 동의대 철학과 10학번 한준엽씨
 '건전지 보다 못한 알바 인생' 건전지 옷을 입고 있는 동의대 철학과 10학번 한준엽씨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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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청년유니온 부산모임이 꾸려지기 전부터 청년유니온에 큰 관심을 가지고 조합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한준엽(동의대10학번)씨에게 질문을 던졌다.

- 나이를 무시하는 건 아닌데, 대학교 새내기면 한창 놀 나이에 이런 모임에 참석하게 된 계기가 뭔가?
"어머니가 전교조 선생님이셔서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 손잡고 효순이·미선이 촛불 집회도 참석하고, 고2였던 2008년에는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반대 집회에도 촛불을 들고 참석했었다. 대학에 와서 어머니 권유 말고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사회 참여 활동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청년유니온을 선택하게 되었다. 생각했던 것을 실천할 수 있는 모임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난 알바 경험이 없다. 하지만 주위 친구들이 알바를 하며 너무 욕을 하기에… 문제가 있다 싶었다."

- 사람들이랑 일명 사회운동 같은 걸 하고 있는데 재밌나?
"혼자 고민할 때는 그냥 사회가 잘못되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는데, 함께 고민하고 행동하니 뭔가 바뀌는 기분이다. 청년 유니온의 행동으로 최저임금을 안 지키는 편의점들이 관련 사항을 지키게 만들겠다."

"부산 서면 편의점 45곳 최저임금 실태조사"

BUSAN1TV 미디어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는 박경배씨
 BUSAN1TV 미디어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는 박경배씨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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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엽씨 외에도 곁에 있던 다른 회원들이 부산모임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꺼내 놓았다.

"청년유니온 부산모임이 활성화되어 전체 카페에 게시판이 생긴 건 3~4개월 정도 되었다. 초창기에는 모임을 가지거나 어떤 활동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회원들이 조금씩 모이면서 인터넷 정팅, 오프라인 정모 등을 가지면서 우리의 활동을 모색했다." - 박경배

- 그럼 모여서 세상 한탄만 한 건 아니지 않나? 지금까지 한 활동을 소개해 달라.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를 하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것 같더라. 그래서 앞서 기자회견에서 봤듯이 편의점 최저임금 실태 조사를 부산 서면 45곳 편의점에서 실시했다. 그리고 나와 한준엽씨는 부산 진보 교육감 박영관 후보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다. 당사자의 이익을 넘어, 지역에서 좋은 교육을 하겠다는 사람이 후보에 나왔는데 팔 걷고 참가 하지 않을 수 있나!" (최고운)

-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까지 조사한 최저임금 실태를 공개하고, 최저임금의 실질적 적용을 주장했는데 이후 주장이 관철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솔직히 기자회견을 취재하러 온 기자가 많지 않아 아쉬웠다. 이번 기자회견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에서 우리들의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가 조사한 내용과 주장을 가지고 노동청에 항의 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다. 노동청의 답변을 가지고 이후 활동 계획을 짜볼 생각이다." (최고운)

"뮤직비디오, 착한 맛집 지도 그리기 꼭 해보고 싶다"

20대 청년유니온 최고운씨
 20대 청년유니온 최고운씨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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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활동은 없나? 청년들의 모임인 만큼 좀 발칙한 계획도 있을 것 같은데.
"착한 맛집 지도 그리기를 하고 싶다. 사회 운동이라고 하면 무엇에 대한 반대가 많지 않나? 근데 우리는 다르다. 반대만 하는 게 아니라 좀 더 긍정적인 운동을 만들고 싶다. '착한 맛집 지도 그리기'란 최저임금을 잘 지키는 가게를 선별하여 알려나가는 활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집을 선전하고 착한 맛집이 장사가 잘되고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으면 나쁜 맛집들도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겠는가?" (최고운)

"서면 일대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싶다. 부산지역에서 문화 활동을 하고 있는 '재미난 복수'와 힙합 그룹 '아우라지'와 함께 말이다. 힙합 노래에 맞춰 서면 일대 편의점에 불쑥 들어가 알바생을 출연시키기도 하고, 착한 맛집에서는 가게 주인분도 출연시키고 말이다. 그리고 지하철 역내에서 청년들의 작은 음악회도 만들고 싶다. 요즘 청년들의 문화가 너무 없다. 청년유니온은 청년의 사회적 문제뿐만 아니라 문화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볼 예정이다." (박경배)

1시간 정도의 인터뷰가 끝나자 청년유니온 부산모임 회원들은 기자에게 같은 청년이라는 이유로 카페 회원 가입을 권유하였다. 인터뷰 동안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카페 가입과 다음 모임 참석을 약속하고 말았다. 앞으로 이들의 활동이 기대된다. 발칙한 행동으로 청년들의 우울한 삶을 즐겁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청년유니온 부산모임 기자회견 전문(6월 25일)
청년의 노동은 '건전지'보다 못한가요?
시급 3000원 대, 건전지보다 못한 청년들의 노동. 대책마련이 시급합니다.

최저임금 4110원 이하 아르바이트 노동자, 96%!(부산, 전국 평균 66%)
국내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을 표방하며 지난 3월 출범한 청년유니온(위원장 김영경)은 지난 4월부터 진행한 전국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청년유니온이 전국 약 500여개 편의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들의 66%가 2010년 기준 최저임금인 4110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부산의 상황은 더욱 열악합니다. 부산은 무려 96%(45곳 중 43곳)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광주의 91%(33곳 중 30곳)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 이상의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비율이 전국 평균 34%에 크게 못 미치는 4% 밖에 되지 않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거기다 시급 3000원 미만 아르바이트 노동자도 9%나 되는 등 부산의 청년들이 현재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노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녕 이런 현실을 노동부는 모르고 있었습니까?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편의점이 96%에 이르도록 도대체 노동부는 무엇을 했습니까?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직무유기이며, 알면서도 대처하지 않았다면 더욱 명백한 직무유기입니다. 지금이라도 노동부는 최저임금이 포괄적으로 적용되고 적극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즉각 대책을 세우길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편의점은 빙산의 일각, 청년 노동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 실시돼야.
편의점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사회 곳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년 노동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조사를 바탕으로 노동청과 시민 사회의 공조로 청년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최저임금 현실화, 최저임금의 예외 없는 적용과 철저한 감독과 처벌 강화가 뒷받침 돼야.
현재 노동계와 재계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협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제인 총연합회를 비롯한 재계에선 건전지 보다 못한 시급인 4110원을 동결하겠다고, 아니면 십 원만 올리자는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당장 노동계의 요구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5,180으로 올려, 현실적으로 생활 가능한 임금수준으로 올리는 것 역시 아주 중요합니다.

최저임금이 4110원임을 알고 있는 아르바이트 노동자 역시 부산에선 96%로 높은 인지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다수가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알면서도 최저임금 이하의 돈을 받으며 아무 말 없이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이 쉬우니까, 별로 할 일이 없으니까, 라는 생각에 심지어 건전지보다 못한 대접을 받으면서도 아무 말 없이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노동청의 방임 속에 우리 부산의 청년들에게 최저임금은 멀고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된 것입니다.

이에 부산유니온은 청년들의 노동환경이 이토록 열악해질 때 까지 어떤 조치도, 대책도 제대로 된 조사 한 번 시행하지 않은 부산노동청을 규탄하며 최저임금제도의 예외 없는 적용, 철저한 감독과 대안마련,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요구합니다.

우리의 요구 _

"건전지보다 못한 알바인생"을 사람답게 만들기 위한
우리의 요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저임금은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 모든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임금실태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며, 수습기간을 악용하는 사업장이 많은 현실을 감안해 수습기간에도 최저임금을 지키도록 하는 법적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최저임금, 철저한 감독과 대안마련이 시급합니다.
- 최저임금은 사업주의 입장에서 보면 지키면 손해, 안 지켜도 본전인 것이 현실입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고발하지 않는 이상 적발되지 않으며, 적발된다하더라도 최저임금과의 차액만 돌려주면 되기 때문입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고발하는 과정도 번거롭습니다.
- 최저임금 위반업체, 근로기준법 위반 업체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일본의 사례처럼 각 아르바이트 사업장 입구에 임금을 공개하도록 하는 등 각 사업주들이 최저임금을 지키도록 하는 다각적인 대안마련이 시급합니다.

최저임금, 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현실화해야 합니다.
- 최저임금인 4,110원의 시급으로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1,666시간을 일해야 합니다. 즉 208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고도 2시간을 더 일해서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마련된다는 뜻입니다. 이는 현재의 최저임금은 너무나 비현실적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현재 4,110원에 불과한 최저임금을 노동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생활임금수준, 즉 생활이 가능한 현실적인 수준인 5,180원으로 즉각 올려야 합니다.

청 년 유 니 온 부 산 모 임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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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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