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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하우스 오현금 관장을 만나 그자리에서 손바닥 그림을 그리고 있다.
▲ 박재동 화백 포토하우스 오현금 관장을 만나 그자리에서 손바닥 그림을 그리고 있다.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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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전시회를 보러 갔다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포토하우스에 인사차 들렸다. 공부를 많이 했다지만 옆집 아줌마 같은 관장과 일흔에도 산을 오르며 열정을 자랑하는 이,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분단사진전을 연다는 사진가 등 몇 분이 자리를 함께했다.

차가 나오고 인사가 오간 뒤 함께 자리해 있던 박재동 화백이 가방에서 엽서만한 공책을 꺼내고 가슴 주머니에서 붓펜을 뽑아 쥐었다. 박 화백은 초면이든 구면이든 함께 자리한 사람들을 재담을 곁들여 그린다. 자신이 없거나 돈받고 그릴 마음이라면 섣불리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박 화백의 명성과 그림값을 아는 사람이라면 황송하고 영광이고 부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

박재동이 그리는 손바닥만한 그림은 알쏭달쏭하거나 고상하거나 무게잡는 그림과는 다르다. 오히려 그런것들을 권력이나 폭력과 함께 조롱하거나 발가벗겨 놓기도 한다. 동네 아이, 아저씨, 아줌마, 서민들이 사는 진솔된 모습과 풍경을 정감있고 친근하게 담아내고 소통하는 일이 그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다. 처음엔 긴장하고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어색해 하는 사람들도 어느덧
마음의 빗장을 열고 호기심과 기대감을 갖는다.

함께 자리한 사람들 표정을 스케치북에 그리면서 사는 이야기들을 자분자분 나누는 모습
▲ 박재동 화백 함께 자리한 사람들 표정을 스케치북에 그리면서 사는 이야기들을 자분자분 나누는 모습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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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슥

박재동 시사 그림은 현실을 꿰뚫는 통찰과 촌철살인이 있어 좋지만 그림에 포함된 자분자분 들려주는 말과 글에서도 정감이 넘쳐 고맙고 부럽다. 그의 손바닥 그림들은 지나치거나 잊혀진 정감들을 소중하게 살려낸다. 그림이 다 되었다 싶으면 그는 스케치북을 북 찢어 한마디 건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박재동 화백이 이날 그린 글쓴이 모습
▲ 박재동 손바닥 그림 박재동 화백이 이날 그린 글쓴이 모습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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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리면 누구든 다소곳해져요. 하하하..."

그림을 건네면 김이 모락나는 밥냄새가 나는 듯 흐믓하고 행복하다. 따스한 기운이 가식과 꾸밈 없이 담긴 탓이다. 박재동이 누구신가. 서울대를 나온 한국 최정상급 만화가요. 방송인이요 대학교수다. 그는 최근 서울시교육감 인수위원장까지 맡아 먹물, 인기, 권력을 두루 맛보았지만 소탈과 겸손은 그를 떠나지도 놓치지도 않는다. 상업성에 놀아나는 미술에도 연연치 않는다.

박재동 그림은 마치 충매, 풍매, 수매처럼 화매로써 민중들의 사랑과 희망을 꽃피운다. 벌 나비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자연과 생명을 노래하고 오만과 독선을 경계한다. 돈과 경쟁이 어둡고 광폭해도 사람사는 정과 맑음을 꺾거나 흐릴 수 없다는 믿음이 박재동 삶과 그림에 담겨 있다.

덧붙이는 글 | moovi.net 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박재동, #손바닥그림,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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