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 밥도둑 중 하나인 게장. 그간 게장으로 유명한 여수에서 돌게장에 길들여져 있었는데 지인 덕에 뜻하지 않게 호강하게 되었습니다. 돌게장으로 유명한 여수시 봉산동에서 흔치 않는 꽃게장을 만났는데, 단번에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 '무얼 먹을까?' 망설이고 있는데, 지인이 그러더군요.
"여기는 아내와 꽃게장 먹으러 자주 오고, 또 사서 선물로도 보내는 곳이니 꽃게장으로 하지. 한 번 먹어봐, 감탄할 거야."미식가 지인의 권유라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대신 밥도둑의 매력에 빠질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충분히 맛을 느끼기 위해 마음속의 허리띠를 풀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게 있었습니다.
'소선우'는 '소서노'에서 딴 이름, 게장계의 새장 열겠다는 포부
'소선우', 꽃게장 집 치곤 특이한 간판이었습니다. 귀에 익은 느낌이더군요. 주인장 김명희(50) 씨에게 연유에 대해 물었습니다. 사연인 즉, "드라마 <주몽>에 나왔던 '소서노'에서 딴 이름이다"고 하더군요.
소서노를 본 따 소선우라 지은 건 "한 나라를 개국하는 것처럼 돌게장에 맛 들여진 여수에서 꽃게장의 새 지평을 열기 위함이다"고 설명하더군요. 그러면서 덧붙였습니다.
"돌게장이 판치는 봉산동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식당은 버티기 힘들다. 그래 새로운 메뉴로 특화된 꽃게장을 개발한 것이다."어라, 싶었습니다. 자세가 남달랐기 때문입니다. 호기심이 잔뜩 일었습니다. 주방과 저장고를 둘러보길 청했습니다. 주방은 다른 곳과 대동소이 했습니다.
꽃게장, 착한 재료에 착한 가격으로 승부
저장고로 안내하더군요. 5개의 저장고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30℃, 생선류와 게 냉동고. -4℃, 꽃게와 돌게 저장고. -4℃, 3년 된 익은 김치와 돌산갓김치 저장고. 영상 2℃ 야채 저장고. -2℃ 고기 전용 저장고로 나눠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고춧가루도 국내산만 이용하고, 음식에 쓰일 효소도 직접 만들어 사용하며, 꽃게장도 충남 옹진 수협에서 받는다"고 하더군요.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하여, 주인장에게 물었습니다.
"값싼 6천 원짜리 돌게장에 익숙한 손님들에게 1만8천 원 꽃게장은 부담이지 않느냐?""아니다. 요즘에는 맛이 문제지 가격은 별 상관 않는다. 다른 곳은 꽃게장 1인분에 2만 3~4천 원 하는데 우리는 착한 가격이다."착한 가격 뿐 아니라 착한 재료에도 놀랐습니다. 그러더니 "영화감독인 이미례씨가 서울에서 운영하는 여자만 식당에도 재료를 댄다"고 자랑스레 말하더군요. 이제 맛을 봐야 했습니다.
게 딱가리(뚜껑)는 따뜻한 밥을 말아야 더 맛있다!상차림도 장난 아니었습니다. 간장 꽃게장, 고등어구이, 된장국, 연 무침, 돌산갓김치, 배추김치, 홍어회무침, 멍게 젓, 새우 등이 깔끔하게 나왔습니다. 멍게 젓을 보니, 살아생전 멍게 젓을 유난히 좋아하셨던 장인어른 생각이 나더군요.
더군다나 간장 꽃게장은 알이 가득했습니다. "꽃게장은 알이 있는 암컷으로만 만들고 알이 없는 것은 버린다"고 하더군요. 물론 간장 양념도 맛을 내기 위해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고 합니다. 알이 꽉찬 꽃게를 보니 입맛이 확 돌았습니다.
"게 딱가리(뚜껑)는 따뜻한 밥을 말아야 더 맛있다."주인장 설명을 듣느라 한 눈 파는 사이, 꽃게장을 흐뭇하게 입에 문 지인은 "밥 식겠다"며 "어서 먹어라"고 성화였습니다. 꽃게장은 짜지 않고 게 특유의 비린 맛도 덜했습니다. 게장 양념 비법과 비린 맛을 잡는 비법은 살짝 귀뜸하며 비공개를 요구했습니다.
혼자서만 맛있는 거 먹고 다닌다? NO이런 꽃게장 상을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 설까, 너무나도 행복한 밥상이었습니다. 염치 불구하고 저장고에서 봤으나 상에 없는 3년 묵은 김치도 한 입 요청했습니다. 감칠맛과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살아 있더군요.
혼자서만 맛있는 거 먹고 다닌다며 투덜대는 아내를 위해 꽃게장을 들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쨌거나 맛의 즐거움은 곧 사는 행복 아닐까 싶네요.
덧붙이는 글 | 다음과 SBS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