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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가 3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과 관련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3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과 관련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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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부결에 대해 정운찬 국무총리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30일 오전 정부 세종로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그는 총리직 사퇴 등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킨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세종시 수정안은 제가 짊어져야 할 이 시대의 십자가였다"며 "우리 국민들의 정의와 이성에 호소하면 결국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저의 순수한 생각은 현실 정치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제 목소리는 충청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정치인들의 목소리에 가려 크게 들리지 않았다"면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수정안을 버리고 원안을 선택했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국민의 과반수 지지를 등에 업고서도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다"고 국회를 비판했다.

또 "우리 역사와 후손들이 어제 국회의 결정을 어떻게 평가할지 심히 걱정된다"며 "정략적 이해관계가 국익에 우선한 대표적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정 총리는 "안타깝지만 국회 결정을 존중하며, 국회의 결정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법 취지대로 세종시를 좋은 도시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과거에도 그랬지만, 책임질 일이 있으면 반드시 책임을 지겠다,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 시키지 못한 데 대해, 이번 안을 설계한 책임자로서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짧은 시간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정 총리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곧바로 기자회견장을 나갔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3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진행하기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3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진행하기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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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정 총리의 입장 발표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됐습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작년 9월 총리직을 수락하며 저는 많은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미래세대에게는 창의적이며 신명나는 사회 물려주고 싶었습니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을 품격있는 나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또한 보수정권에서 균형추 역할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취임하자마자, 다른 무엇보다 세종시 문제에 먼저 매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부청사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이 문제 바로잡지 않고 방치하면 영영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종시 원안대로라면 대통령은 서울에, 총리와 장관은 충청도에 분리돼서 업무를 봐야 했습니다. 

원안대로라면 세종시는 도시로서의 자족능력을 보장할 수 없었습니다. 제 양심 허락치 않았습니다. 세종시 수정안은 제가 짊어져야 할 이 시대의 십자가입니다. 작년 9월로 돌아가더라도 저의 선택 똑같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 국민들 정의와 이성에 호소하면 결국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저의 순수한 생각은 현실 정치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저의 목소리는 충청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정치인들의 목소리에 가려 크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번 국회는 세종시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수정안을 버리고 원안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이번 표결을 통해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등에 업고도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우리 역사와 후손들이 어제 국회의 결정을 어떻게 평가할지 심히 걱정이 됩니다. 정략적 이해관계가 국익에 우선한 대표적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평생 대학 강단을 지켜온 저는 정치적으로 많이 미숙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본의와 다르게 공격 받기도 했고, 이런 저런 실수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충청 지역민들이 처음에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저의 참 마음을 안 받아들여 주셨지만, 저는 정략에 희생된 충청인들에게 명품 도시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제 진심 전해졌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정도는 부족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반대를 끝까지 설득하지 못한 것은 저의 능력과 정성 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 표결이 끝난 지금, 국무총리로서 이 문제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안타깝지만,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국회 결정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법 취지대로, 세종시를 좋은 도시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저는 반드시 책임을 집니다. 세종시 수정안 관철시키지 못한데 대해, 이번 안을 설계한 책임자로서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습니다.

이제 결론이 내려진 만큼, 더 이상 이 문제로 국론이 분열돼서는 안되고, 모든 논란과 갈등이 해소되기를 바랍니다. 마음 고생 많았을 충청인 여러분, 경향 각지를 두루 찾아뵙고 설명 못해 드렸지만 수정안을 적극 지지해 주신 국민들에게 위로와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태그:#정운찬, #세종시, #국회, #부결, #충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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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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