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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광진구 화양동 재래시장으로 가는 골목길에 있던 만두가게가 문을 닫았다. 1년 만이었다. 인심좋은 아주머니 두 분이 운영하시던 만두가게는 1인분에 1000원으로 저렴하고 맛있어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었다.

화양동 주민들은 '오늘 김치 만두가 진짜 맛있는데 예쁘니까 서비스로 하나 줄께요', '감자떡이 새로 나왔는데 한 번 드셔보세요' 하며 항상 손님들에게 넉넉한 인심을 베풀던 만두 가게가 문을 닫는 것에 대해 매우 아쉬워했다.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건국대 재학생 김유진(23, 화양동)씨는 "돈없고 배고픈 자취생에게 더할 나위 없는 간식이었는데, 너무 아쉽다. 유일한 단골이었는데…. 장사 잘 되는 줄 알았더니…"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만두 가게 근처에 있는 한 부동산 대표 한모씨를 만나 사정을 알아봤다. 한씨는 "아무리 장사가 잘 되는 것처럼 보여도 임대료가 비싸니까 그걸 맞출 수가 없어서 문 닫았지. 요즘 경기가 안 좋으니까 1년이고 뭐고 수지타산 안 맞으면 바로 가게 빼야 되요"라고 말했다.

다른 가게들의 사정을 물어보니 한씨는 "솔직히 이 골목에서 임대료 맘 편하게 낼 수 있을 만큼 장사 잘 되는 사람 없어요. 다 그냥 간신히 맞춰서 유지하는거지"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주민들에게 단골 가게가 될 즈음이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개월이 지난 지금, 만두 가게 자리에는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네일숍이 들어섰다.

네일샵 만두가게가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새로 생긴 네일샵
▲ 네일샵 만두가게가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새로 생긴 네일샵
ⓒ 전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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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불편한 가판대, SSM 공세까지...상인들 울상

이 거리를 지나 조금만 더 들어가면 화양동 재래시장이 나온다. 재래시장 상인들의 시름은 더 골이 깊다. 이곳에 있는 노점상 18곳이 미관을 해치고 보행 공간을 좁힌다는 이유로, 서울시에 의해 지난해 10월에 가로가판대로 교체한 상태다.

15년째 과일 장사를 하고 계신 한 아주머니는 가판대 교체 이후 장사하기가 힘들다고 불만을 털어놓으셨다. 가장 큰 이유는 공간이 너무 좁다는 것이다. 실제로 18곳에서 장사를 하시는 분들이 하나같이 '공간 부족'을 가장 큰 불만으로 꼽았다. 그리고 가로가판대를 세우는 비용도 상인들의 몫이라고 했다.

가판대 도시 미관과 거리 정비를 이유로 노점상이 가로가판대로 재정비된 모습
▲ 가판대 도시 미관과 거리 정비를 이유로 노점상이 가로가판대로 재정비된 모습
ⓒ 전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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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재래시장 상인들을 근심케 하는 이유는 작년 12월 새로 들어온 기업형 슈퍼마켓인 'GS슈퍼마켓' 때문이다. 기업형 슈퍼마켓 (SSM, Super SuperMarket)은 이마트나 홈플러스같은 대규모 할인점과 동네 슈퍼마켓의 중간 크기 형태로 식료품을 중심으로 하는 유통매장을 말한다.

최근에 이러한 SSM의 시장 진출은 지역 중소 상인들의 생존권 문제와 부딪치며 논란이 계속 되고 있는 실정이다. 화양동에도 SSM 진출을 피할 수 없었다. GS 슈퍼마켓 바로 옆에 위치한 재래시장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체감하고 있다. 그러나 과일이나 야채 같은 일부 품목에서는 GS 슈퍼마켓의 단가가 더 비싸기 때문에 오히려 재래시장이 득을 본다는 상인도 있었다.

올해 1인당 국민 소득이 3년 만에 2만 달러대로 복귀할 것이라는 뉴스가 들려오지만, 영세 상인들의 삶은 여전히 고달프다. 밀려오는 시장경제와 신자유주의의 물살에 쫓기고 깨끗한 도시 미관을 이유로 또 저만치 쫓겨난다. '단골 손님', '단골 가게' 같은 정겨운 단어도 이제는 점점 멀어져간다.


#화양동#재래시장#상인#단골#S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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