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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과 지방행정연수원 등 7개 기관이 전북 혁신도시 이전을 위해 체결한 부지매입 계약서가 사실상 구속력이 없는 '백지계약서'나 다름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부가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할 47개 정부기관의 부지매입 계약과 관련해 납득하기 힘든 이유를 들며 이전 기관의 피해를 막는 '특약사항'을 삽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전북도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지난 3월 10일 '정부소속기관 부지매입계약 추진방안' 공문을 통해 "각 기관(지방 이전 정부기관)의 특성을 감안하고, 국고 및 자본금 손실이 없도록 7가지 유의사항을 참조해 계약할 것"을 요구하는 지침을 하달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제시한 유의사항 대부분이 일반적인 관례를 벗어나 철저하게 정부와 이전기관 위주의 불합리한 내용을 담고 있어 혁신도시 건설 의지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국토부는 계약금 10%를 제외한 부지매입 대금(잔금)은 혁신도시 완공시기인 2012년까지 2회로 나눠 각각 30%와 60%씩 납부하되, 상황에 따라 납부시기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부지매입비 선납 지연에 따른 이자와 손해금이 없도록 할 것과 조성원가가 변동될 경우 이전기관이 선택해 계약을 다시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특약사항에 명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 이유는 '내년도 세출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유동적이다'는 설명 단 한 줄이 전부였다.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정책결정(변경)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계약이 해지될 경우 계약금과 납부 할부금(중도금) 등을 전액 국가 및 매입기관에 반환하도록 한 점이다.

 

아울러 부지매입대금 잔금 납부와 관계없이 계약보증금 납부 후에는 청사신축을 위한 토지 사용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특약사항에 포함시킬 것을 주문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혁신도시로 이전할 기관들의 부지매입 계약이 가뜩이나 늦어진 상황에서 정부의 이같은 지침은 향후 이전기관들의 지방이전 계획을 늦출 빌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북도와 부지매입 계약을 체결한 정부기관은 정부투자기관인 대한지적공사를 제외하고 지방행정연수원, 농촌진흥청 및 6개 산하기관 등 총 8개 기관으로 이들 기관의 본사매각 등 재원확보가 늦어질 경우 2012년 이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강제사항이 아닌 '유의사항'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정부 지침을 일선 지자체와 정부투자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거부할 수 없어 사실상 강제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전북 혁신도시 사업시행사인 LH공사는 6월 30일 농진청 등 6개 산하기관과의 부지매입 체결에 앞서 이같은 조건부 계약체결에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계약과정에서는 정부 지침이 그대로 반영됐다.

 

양태열 전북도 혁신도시추진단장은 "특약이 국가기관 대 기관 간의 계약에서 선례가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하지만 이것만으로 정부가 혁신도시 추진에 의지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전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혁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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