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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 울산남구의회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중앙당의 방침이라며 민주노동당과 사전협의 없이 단독으로 처리하려 해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 농성을 벌인 (한나라당, 울산남구의회 원구성 개입 논란) 후, 한나라당이 민노당 의원들이 파행을 막기 위해 양보한 합의안을 어기고 의장단을 독식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남구의원이 "중앙당에서 지시가 내려와 한나라당 의원 중심으로만 원을 구성하라고 했다"며 지시에 의한 의장단 독식을 밝힌 데 대해, 그 명령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민주노동당 울산남구의원들이 7월 2일 오전 11시 남구의회에서 "공문으로 지시한 특정 정치인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울산남구의원들이 7월 2일 오전 11시 남구의회에서 "공문으로 지시한 특정 정치인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박석철

민주노동당 울산시당과 남구의원은 2일 남구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남구의원들의 합의파기를 비난하면서 "한나라당은 남구의회를 특정 국회의원의 꼭두각시 의회로 만들려는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며 "의회민주주의 파괴, 지방의회 독식을 지시한 한나라당 중앙당 공문을 즉각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남구의원을 공천한 국회의원은 최병국(남구 갑), 김기현(남구 을) 의원이며 민주노동당의 "특정 국회의원의 꼭두각시..."는 이들 국회의원들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민단체까지 나서 "의회민주주의를 파기한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 한나라당의 합의 파기가 정치도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약속해 놓고 투표에선 급변 

 

지난 1일 오후 한나라당 남구의원들의 중앙당 공문 제시 등 일방적 진행에 항의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이에 한나라당은 당초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전원을 독식하겠다는 태도를 바꿔 상임위원장 1석과 운영위원장을 민주노동당에 양보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민주노동당 남구의원단은 "의회 파행만은 막자"며 오후 6시쯤 이를 전격 수용했다.

 

결국 양당은 합의를 통해 민주노동당이 제안한 "민주적인 원 구성 제안"을 한나라당이 일부 받아들이고, 의장단을 조율한 상태에서 무기명 전원 투표가 진행됐다.

 

합의에 따라 의장에는 한나라당 이상문 의원이, 부의장에 역시 한나라당 김현수 의원이 선출됐다. 문제는 이어진 상임위원장 투표. 한나라당은 합의로 민주노동당이 추천한 강혜련 의원에게 양보하기로 한 내무위원장을 결국 한나라당 임현철 의원에게 표를 몰아주면서 파행을 불렀다.

 

남구의회의 경우 이번 6·2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약진으로 전체 14명의 의원 중 한나라당 8명, 민주노동당 6명으로 여야간의 의석수가 엇비슷하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의장, 부의장은 물론 상임위원장까지 독식하려고 함으로써 사태가 커지게 된 것.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투표 후 한나라당이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처음부터 민주노동당에게 내무위원장을 양보할 생각이 없었으며, 결국 자신들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양당 간의 합의를 파기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며 "한나라당은 결국 정당 간 약속을 파기하고 의회 민주주의를 완전히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는 단순한 정당 간 신의의 문제를 넘어, 독식구조를 타파하고 의회를 상생과 소통의 의회로 만들어 달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깡그리 무시한 처사"라며 "한나라당은 선거민심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권력에만 눈이 멀어 지방의회를 개원 첫날부터 파행으로 치닫게 했다"며 의장단 선출 무효화, 시민 앞에 공개 사과할 것 등을 촉구했다.

 

"독식하라고 지시한 사람 누구냐"

 

2일 오후 2시 남구의회 개원을 앞두고 민주노동당은 물론 시민연대도 한나라당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과 남구의원은 2일 오전 11시 남구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남구의원들이 갑과 을로 나누어져 내분을 겪고 있어 '한걸음씩 양보하고 협력해 첫 출발을 상생의 기운으로 잘해볼 것'을 간곡하게 제안하는 등, 개원직전까지 성실하고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1일 본회의 시간까지 연기하면서 기다리고 있던 민주노동당 의원들에게  한나라당 의원들이 느닷없이 '중앙당에서 지시가 내려와 한나라당 의원 중심으로만 원을 구성논의하라고 했다"며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분열을 활용해 민주노동당 의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갈 수도 있었지만 상생을 위해 오히려 한나라당 의원들을 화해시키려 노력했다"며 "하지만 하루 아침에 신의를 팽개쳐 버리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분노에 앞서 남구의회 미래가 걱정된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야기하는 중앙당 공문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명시하고 있는지, 누구의 지시에 의해 작성되었는지, 이것이 한나라당 혹은 특정 국회의원이 지방의회를 독점 장악하기 위한 의도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과 남구의원들은 "제5대 남구의회가 특정 정당 혹은 특정 국회의원의 하수인 노릇이나 하고, 거수기 노릇만 하는 식물의회로 전락하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의회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노동당은 ▲ 한나라당은 6.2 지방선거의 민심을 외면한 어처구니없는 중앙당 공문에 대해 명백하게 밝히고, 즉각 사과할 것 ▲ 한나라당 남구의원들은 의회의 민주적 운영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원점에서 다시 협의에 나설 것 ▲ 의장단 선출방식을 전면 개혁하고, 의회 상생의 정치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원내교섭단체 구성조례를 추진할 것 등을 요구했다.

 

울산시민연대 "한 달도 안돼 국민심판 잊었나"

 

울산시민연대도 2일 성명을 내고 "의장단 선출 파행은 한 달도 안돼 국민심판을 잊어버린 한나라당의 책임이며 계파갈등과 민심왜곡으로 의회를 파행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기초의회 폐지를 반대해 왔던 울산시민연대는 "이같은 한나라당 남구의원들의 행태는 기초의회 폐지론에 스스로 힘을 실어주는 한심한 상황"이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민의 엄중한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채 한 달도 안돼 주민의 뜻을 거스르고 자리다툼과 독주를 보이고 있는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또한 "지난 4대 의회에서 기초단체장에 대한 건강한 견제는 커녕 제3자 뇌물수수의 당사자가 되었던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성없는 모습은, 그들의 지지자조차 고개돌리게 하는 낯뜨거운 광경"이라며 "이번을 기회로 의장단 선출방식을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무능하고 욕심많은 일부 의원과 무책임한 특정정당으로 인해 풀뿌리 지방자치와 민주주의 확대를 위해 기초의회는 존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무색해지지 않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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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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