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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강병기(49) 경상남도 정무부지사 내정자는 "이대로 가면 오는 가을 추수 때 쌀값 폭락은 더 심해질 것"이라며 "쌀값대폭락을 막기 위해서는 재고 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대북 쌀 지원이 쌀값대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쌀값대란을 막는다는 측면에서 남북교류 문제를 풀어가는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남북 긴장 관계 속에서 대북지원을 막고 있는데, 지방정부 차원에서 어디까지 가능한지 검토하고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 내정자.
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 내정자. ⓒ 윤성효

김두관 경남지사의 첫 인사에서 가장 관심을 끈 사람이 강병기 정무부지사다. 그는 오랫동안 농민운동을 해왔고, 야당 생활을 해왔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지난 지방선거 때 김두관 지사와 야권후보단일화를 이루었고, 김 지사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출신으로 광역 부단체장을 맡기는 그가 처음이다. 그는 공무원 관련 규정에 따라 정무부지사 취임을 앞두고 민주노동당을 탈당했다.

 

강병기 정무부지사 내정자는 야당(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민주도정협의회는 김두관 지사가 직접 챙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15년 동안 한나라당만의 독점 속에서는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어찌되었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소외되는 목소리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진보진영도 광역지방정부를 맡으면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면서 "김두관 지사께서는 다양한 행정 경험을 갖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으니까 기본적으로 잘 운영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노동당이 광역 부단체장으로 처음 진출하기에 걱정하고 우려도 많다"며 "저는 기본적으로는 막힌 사람도 아니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사람도 아니다"고 밝혔다.

 

강병기 내정자는 역대 경남도 정무부지사 가운데 언론으로부터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이전 정무부지사들은 임명되었다는 짧은 기사가 나오는 정도에 그쳤는데, 이번에는 좀 특이하기도 해서 그런지 인터뷰 요청도 많다"면서 "어떻게 보면 지나칠 정도로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자칫 말을 잘못하면 김두관 지사한테 부담이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강 내정자의 부인은 농민운동가 출신인 김미영 진주시의원(민주노동당)이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경남도의원을 지낸 뒤, 남편이 경남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진주사' 선거구에 출마해 1등으로 당선했다.

 

이 부부는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데, 현재 한양대 재학 중이다. 강병기 내정자는 "아들한테 취임식 때 올 것이냐고 물었더니 안 온다고 하더라. 아르바이트 한다고 못 온다고 했다"면서 "식구 셋이서 이제 솥을 세 개나 걸어야 할 판이다"고 말했다.

 

그는 5일 취임식을 갖는다. 그는 "취임식도 없었으면 하는데, 공무원과 지역에 대한 인사이기에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해서 간단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3일 오후 진주에서 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 내정자를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이다.

 

"강병기는 올해 대박 아니냐"

 

- 소감은?

"우선 지방자치 15년만에 야권 도지사가 탄생했다. 김두관 지사는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제가 얼마나 보좌하고 뒷받침할지에 대해 매우 걱정이 되고 부담이 된다. 책임감을 느낀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민주노동당에서는 광역 부단체장 사례가 처음이다. 사실은 걱정이 많이 된다. 어쨌든 혼신을 다해서 김두관 지사께서 도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뒷받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주변에서 축하를 많이 받았을 것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집사람(김미영 진주시의원)도 당선되고, 저와 경남지사 후보단일화한 김두관 지사도 당선됐다. 주변에서 농담 삼아 '강병기는 올해 대박 아니냐'는 말을 하더라. 어찌되었건 지역민이 선택한 결과가 너무 좋아서 기쁘다. 정말 잘 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각오로 임하겠다."

 

- 후보단일화를 할 때 정무부지사 자리가 보장되었던 것인지?

"당시 그런 게 구체적으로 없었다. 제가 판단할 때, 당시 그런 보장을 했다고 하더라도 별로 소용이 없다고 본다. 구두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도 선거결과 이후 당선자의 결심이 중요하다. 이 부분은 어찌되었던 김두관 지사께서 크게 고심 하고, 정치적 결단을 한 것이라 본다. 김두관 지사 당선 이후에도 제가 개인적으로나 김 지사께 이런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드린 적도 없다."

 

- 지난 선거운동 기간 동안 한나라당은 민주노동당이 도정을 맡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폈는데?

"지금까지는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총, 농민회는 그야말로 도정에 참여하고 싶어도 소외되었거나 기피해 왔다. 한나라당이 소외하거나 기피하는 정당과 시민사회단체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계시다 보니 그런 이야기를 공공연히 했다. 민주도정협의회가 그런 단체만으로 이루어지는 않을 것이다. 소외되었던, 존재하는 계층 그룹의 목소리를 반영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제대로 된 도민 소통의 구조다. 15년 동안 한나라당만의 독점 속에서는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은 변화된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비춰진다. 어찌되었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소외되는 목소리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계기가 이번 김두관 지사 당선을 통해 마련된 것이라 본다."

 

- 민주도정협의회를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 것인지?

"기본적으로 김두관 지사가 직접 그것을 관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셨다. 그러기에 부지사가 독자적인 구상을 갖는 게 맞지 않다. 지사의 의중을 받들어서 특별히 소외된 분야 없이 구성될 수 있도록 보필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김 지사께서 정무부지사가 맡아 꾸리라고 지시하면 하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기에 구체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

 

- 그렇다고 하더라도 성격을 따지면 민주도정협의회는 정무부지사 분야이기에, 생각을 보탤 필요도 있을 것 같은데?

"그동안 도정에 소외된 단체 계층의 의견이나 요구가 전달되는 장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정기적으로 지사를 뵐 수 있는 구조가 될 것 같다. 15년만에 지방정권교체라 말할 수 있는데, 지사가 직접 도청 안으로 데려갈 수 있는 인사가 거의 없는 조건에서는 정기적으로 자리가 마련되지 않으면 기존에 있던 '위원회' 이상으로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다."

 

 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 내정자와 부인인 김미영 진주시의원.
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 내정자와 부인인 김미영 진주시의원. ⓒ 윤성효

"정무부지사는 조정하는 역할하게 될 것"

 

- 야권 지사가 탄생해서 시민사회진영의 요구도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한편에서는 기우인지 모르지만, 새로운 야권 지사가 탄생함으로써 그동안 의견을 제대로 제출하지도 않았거나, 제출하기 어려웠던 단체나 계층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그래서 기대가 높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무지사는 조정하는 역할을 하게 되고, 여러 고민을 많이 하겠다."

 

- 진보진영이 경남도정을 맡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데?

"진보진영도 광역지방정부를 맡으면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김두관 지사께서는 다양한 행정 경험을 갖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으니까 기본적으로 잘 운영할 것이라 본다. 민주노동당이 광역 부단체장으로 처음 진출하기에 걱정하고 우려도 많다. 저 자신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지사를 보좌하는데 있어서 무엇인가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 수세적인 입장에서 보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저는 기본적으로는 막힌 사람도 아니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사람도 아니다. 공무원과 소통하면서 나가면 여러 문제들을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 농업․농촌문제가 심각한데, 농민운동가 출신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지?

"기본적으로 농업은 지방정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농업의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중앙정부도 손 놓다시피 하고 있다. 광역단체에서 근본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더라도, 어려운 농민들에게 지방정부 차원에서 도와줄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쌀생산 농가 지원조례'가 경남도의회에 상정했지만 처리되지 않았다. 이번에 집행부 일원으로 편입되기에 지사와 같이 의회에서 결실을 맺도록 해야 한다. 농업 현장에서는 지금처럼 갈 경우, 쌀값대란이 이전보다 훨씬 더 심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엄청나게 폭락하는 상황도 올 것이다. 방안을 찾아야 한다.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 경상남도지사직 인수위원회에서 농업 문제와 관련해 특별하게 나온 이야기는?

"아직 완전하게 합의된 것은 아니다. 김치박물관이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으로 안다. 경남에서 김치박물관 건립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 선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출돼 있다. 다른 문제들도 여러 가지 고민할 게 많다. 김두관 지사도 농업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다. 인수위 부위원장을 지낸 이봉수 국민참여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참여정부 때 청와대 '농업특보'였고, 김인식 전 농촌진흥청장도 모두 전문적인 식견이 있다. 앞으로 농업문제 해결을 위해 깊이 있게 상의해 나가도록 하겠다."

 

- 현재 이명박 정부는 남북교류가 차단된 셈이다. 경남도가 나서서 남북교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지?

"고민하고 있다. 예민한 문제다. 지적한대로 그렇기는 하지만…. 농업문제로 남북교류의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성은 있다. 노무현 정권 때 해놓았던 남북교류가 이명박 정부 들어 거꾸로 가는 것이 안타깝다. 그런 점을 고려해서 실현 가능성이 있고 정교하게 보고서를 짜서 지사께 보고하고 의논해 나가겠다. 쌀값대란을 막는다는 측면에서 남북교류 문제를 풀어가는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북 쌀지원이 어려워 보이는데?

"대체로 농민운동하는 사람들이나 대북지원사업 해온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 쌀값대폭락 상황에서 당장 쌓여있는 재고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새로 추수하는 쌀이 나오기 시작하면 아마 엄청난 폭락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게 공통된 지적 문제다. 쌀값 폭락을 가시적으로 풀어나가는 당장의 방안은 대북지원이다. 대북지원은 기존에도 해왔다. 이명박정권의 남북긴장 관계 속에서 대북지원을 막고 있는데, 지방정부에서 어디까지 가능한지 검토하고 고민하겠다."

 

- 정무부지사에 내정된 뒤 곳곳에서 여러 요청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가장 먼저 만나자고 연락 온 사람들이 마산 수정만 수녀님들이었다. 수정만 매립지의 조선기자재 공장 건립과 관련해 민원이 발생했던 것이다. 수녀님들은 취임하기 전에 꼭 당신등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고 해서 만났다. 상세한 내용은 잘 모른다. 아마 앞으로도 이런 요청들이 많이 올 수도 있다. 특히 노동문제나 농민문제, 장애인문제 등과 관련해 지금까지 도정에서 소외되었던 단체들의 요청이 많을 것인데, 통로가 되도록 하겠다. 고민도 많이 된다."

 

- 이전보다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경남도의회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2/3 가량이다. 지금까지 집행부와 도의회의 관계는 순탄했다면 앞으로는 긴장관계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김두관 지사께서도 고민 많이 하고 걱정하고 있다. 여러 가지 소리들이 들린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확실한 비판자, 견제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말도 들린다.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가능한 한나라당 의원들과도 만나 뵙고 말씀도 듣고, 이해를 구해야 될 분야가 있을 것이다. 의원들도 그렇지만 도지사도 도민들의 선택을 받아서 되었고, 모두 도민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자세다. 한나라당 당론도 있고 하겠지만, 서로 의사소통하는 게 전혀 없이 벽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진심을 다해 도민을 위한다면 설득하고 이해하기 위한 활동을 하겠다."

 

- 2012년 총선에 출마할 것인지?

"예민한 문제다. 제가 말씀 드리기는 적합한 부분이 아니다. 우선은 김두관 지사께 정무부지사 일을 하라고 맡겼다. 거기에 충실하는 게 일차적이다. 지금은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는 게 맞지 않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도민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기대반 걱정반'이라 본다. 특히 저에 대해 걱정이 많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저는 행정 경험도 없고 중앙에 인맥도 부족해서 정무직 수행에 부족하다는 말도 들리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 가능한 빨리 공직사회 문화를 익히겠다. 실제 김두관 지사께서 성공하느냐 아니냐는 저의 문제와 같다. 김 지사가 성공하면 같이 박수를 받을 것이다. 성공적인 도정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인맥을 맺을 게 있으면 새로 맺는 한이 있더라도 혼신을 다할 것이다. 열심히 일하도록 많이 성원해 주시기를 바란다."


#경상남도#강병기 정무부지사#김두관 경상남도지사#대북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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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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