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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보의 미래'를 고민하며 읽었던 책 10권을 함께 읽으며 토론했던 강독회 내용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지난해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보의 미래'를 고민하며 읽었던 책 10권을 함께 읽으며 토론했던 강독회 내용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 오마이뉴스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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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읽은 책들을 읽으면서 아주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제가 아주 큰 진보에 맞닥뜨렸습니다. 그래서 큰 생각의 오류에 빠져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 생각의 오류를 극복하고 자기 생각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지, 그야말로 주권을 가진 시민으로서 행동할 수 있는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이 책을 노무현 대통령이 읽은 뒤 교수님과 어떤 말씀을 나누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경제학자가 갖기 어려운 긍정적인 역사관을 제프리 삭스처럼 노무현 대통령도 갖고 계셨는지, 만약 그렇게 낙관적인 생각을 하고 계셨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깨어있는 시민'이 되고 싶은 청중들의 날카로운 질문들이 그대로 활자가 되어 종이 위로 쏟아진다. 강사들의 열강 사이로 어떤 문단에는 웃음기가, 또 다른 문단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직전까지 진보의 미래를 찾기 위해 탐독했던 10권의 책이 6월말 한 권으로 압축돼 나왔다. 지난 2009년 9~11월 <오마이뉴스>와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 마련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읽은 책들' 강독회 내용을 생생하게 책으로 옮겼다.

진보와 민주주의 풀어낸 '지식 탐구 보고서'

<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오마이북)는 '깨어있는 시민'의 실천을 돕기 위해 한국 사회 진보와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화두들을 담아낸 일종의 '지식 탐구 보고서'다. 노 전 대통령이 공부하며 읽던 <국가의 역할>,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슈퍼자본주의>, <더 플랜>, <빈곤의 종말>, <유러피언 드림>, <이제 당신 차례요, Mr. 브라운>,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생각의 오류>등의 핵심 내용들을 모두 이 책 한 권 안에 녹여냈다.

강사가 해당 책에 대해 강의하는 내용과 청중들과 질의·응답하는 부분이 모두 구어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책을 전혀 읽지 않은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 매 장의 끝부분에는 해당 책의 내용을 2쪽에 걸쳐 요약해 놓아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빈곤의 종말>은 세계 무대에서 왜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가 생기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인 제프리 삭스는 책 속에서 지구 위에 밥을 굶는 사람이 없는 미래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의 역할>은 신자유주의의 역사와 방향을 다룬 책으로 시장이 장악한 세계에서 국가가 해야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더 플랜>과 <이제 당신 차례요, Mr. 브라운>은 각각 미국과 영국에서 진보 지식인들이 진보 정치를 위해 어떤 전략과 전술을 제시하는지를 다룬 책이다.

이밖에도 미국의 역사를 바꾼 루스벨트의 리더십을 다룬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 사람이 인식론적 오류를 일으키는 이유를 분석한 <생각의 오류>등 정치·경제·역사·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모았다.  

지난해 9월 10일 <오마이뉴스>와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노무현 대통령이 읽은 책들' 강독회 첫번째 강의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0여 명의 수강생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지난해 9월 10일 <오마이뉴스>와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노무현 대통령이 읽은 책들' 강독회 첫번째 강의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0여 명의 수강생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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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왜 이 책들을 밑줄치며 읽었을까?

10개의 강의로 이뤄진 책 안에는 10권 책에 대한 핵심 내용 이외에도 노 전 대통령이 무엇을 고민하면서 왜 이 책을 읽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지인들에게 책을 사서 나눠주고 책에 밑줄을 쳐 가며 서너 번을 읽었다는 <유러피언 드림>과 그로 하여금 직접 진보와 민주주의를 위한 교과서를 집필할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는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의 일화는 유명하다.

참여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통틀어 지난 진보 정권 10년간 가장 큰 문제였던 양극화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그가 고른 책은 무엇이었을까. 이동걸 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슈퍼자본주의>편 첫 머리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계획됐던 미팅은 검찰 수사 때문에 몇 차례 연기됐다가 끝내 노 대통령을 뵙지 못하게 됐다. 노 대통령이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졌을 복잡한 심사는 미뤄 짐작해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자본주의적 이해가 민주주의의 시민적 요구를 압도하는 슈퍼자본주의에서 양극화의 근본 원인을 보았을 것이다."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의 강의를 맡았던 고철환 서울대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에 내려가 유기농 농법과 마을 살리기에 주력했던 이유를 책을 통해 설명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유기농에 보인 관심은 '사람 사는 세상'에 소개된 영농법인 봉하마을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을 읽은 게 유기농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봉하마을의 공동체 운동을 함께 생각했을 것이다. 아바나의 유기농 역시 공동체 운동의 성격이 강하다. 노 대통령은 농업·자연·인간을 함께 살릴 방안을 추구했다."

깨어있는 시민들, 공부합시다 

"퇴임 대통령 노무현이 진보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밑줄 치며 읽었던 10권의 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강사는 참여정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교수와 전문가들이었고, 수강생은 깨어있는 시민이 되고자 모인 분들이었습니다. 공부하지 않으면, 공부를 통해 우리가 깨어 있지 않으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00여 명으로 시작한 공부 모임이 이 책을 읽은 여러분을 통해 수만 명의 깨어 있는 시민으로 확산되리라 기대해봅니다. 그리하여 노무현 대통령과 우리 모두가 꿈꾸는 '사람 사는 세상'을 제대로 만들어내는 데 기여했으면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읽은 책들' 강독회 사회를 맡았던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는 이 책의 머릿말에서 "노 전 대통령이 떠난 후 우리는 그가 읽었던 책을 함께 공부하는 것으로 그를 기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사회에는 민주주의 후퇴를 증거하는 풍경들이 자주 관찰되고 있다. 국무총리실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일반 시민의 뒷조사를 하며 직장에 압력을 넣는가 하면, 일선 경찰서에서는 고문을 통한 거짓자백 받아내기가 부활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강조했던 노 전 대통령. 시대와 상황이 그를 자꾸 기억하고 공부하게 만든다. 이 책의 출간이 공교롭게 느껴지는 이유다.


태그:#10권의 책으로 노무현을 말하다, #노무현, #오마이뉴스,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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