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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협력업체 대표인 오영순(왼쪽)씨와 남승우씨가 KT 직원들을 만나 요구 사항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KT 협력업체 대표인 오영순(왼쪽)씨와 남승우씨가 KT 직원들을 만나 요구 사항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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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마케팅(TM) 중단한다고 해서 매장 만들었더니 유령 업체가 됐습니다."
"사장님들이 자생적으로 만든 매장이지 우린 강요한 적 없습니다."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KT 올레캠퍼스 로비. 서유열 KT 홈고객부문 사장을 직접 만나겠다는 협력업체 대표들과 KT 실무자들 사이에 옥신각신 신경전이 벌어졌다.

서울 성북구와 노원구에서 KT '유무선 통신 상품 유통 매장'(아래 유무선 매장)인 'KT 멀티숍'을 운영하는 오영순(43)씨와 남승우(57)씨가 그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사업도 중단한 채 매일 같이 이곳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03년 텔레마케팅 위탁 영업을 시작으로 8년 가까이 '공생'해온 이들이 이렇게 맞서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KT 멀티숍은 실패한 KT 유무선 매장 정책 희생양"

사건은 KT와 KTF 합병 이전인 2007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등을 묶어 판매하는 유무선 결합서비스가 본격 허용되면서 통신 유통 시장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때마침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불법 텔레마케팅이 도마에 오르자 KT를 비롯한 통신사에선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한 '대면 영업' 강화에 나섰다.  

오영순씨는 "KT에서 텔레마케팅 영업이 힘들어지자 2007년 7월 12일쯤 협력업체들을 대전에 모아놓고 TM 금지를 선포했다"면서 "당시 '우수업체'만 뽑아 '유무선 시범 매장'을 열면 적극 지원해 준다는 KT 담당 직원 약속을 믿고 성북구 종암동에 KT 멀티숍을 열었는데 지원금은커녕 수수료도 제대로 못 받았다"고 주장했다. 

대면 영업 강화를 위한 각종 매장 영업 우대 정책이 담긴 KT 공문
 대면 영업 강화를 위한 각종 매장 영업 우대 정책이 담긴 KT 공문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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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날 오씨가 공개한 2007년 5월 28일자 KT 내부 공문에는 "개인정보 규제 강화와 결합서비스 출시 등 07년 하반기 영업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비"한다면서 KT플라자(기존 전화국)나 '다락'(직영 매장), 유통점 매장(협력업체 위탁 매장) 등을 통한 각종 '대면 영업' 우대 정책을 전달하고 있다. 여기에는 TM 영업 단가(수수료율)를 낮추는 대신 현장 영업 단가를 높이는 등 구체적인 방식도 제시돼 있다.

또 KT에서 최근 오씨에게 전달한 '2007년 9월 결합 정책' 자료에도 KT 유무선 통합매장에서 결합 신규 판매 시 기본 수수료 외에 건당 6~7만 원이 추가 지원되고, 1층 로드숍에는 실적에 따라 월세도 최대 200만 원까지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들어 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미 1500개 안팎의 전국 대리점을 확보한 KTF와 합병이 가시화되면서 KT의 자체적인 유무선 매장 확대 정책은 오래지 않아 힘을 잃었다. KT는 2007년 당시 유무선 매장 지원 대상이 30곳 정도였다고 밝혔지만 오씨는 자신들 매장을 포함해 전국에 4곳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 KT에서 의욕적으로 확대하려 했던 직영 매장인 '다락' 역시 수도권 17곳 정도에 그쳤다.  

"없애겠다던 TM 업계 되살아나며 매장은 찬밥 신세"

오씨는 "약속한 지원금이 매달 지급되는 수수료에서 분납될 거라는 말을 믿었는데 수수료 상세내역서가 내려오질 않았다"면서 "오히려 없애겠다던 텔레마케팅 업계는 비밀리에 되살아나 우린 찬밥 신세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조금만 더 기다리라는 담당 직원 말만 믿고 2년 넘게 버텼다는 오씨와 남씨는 지난 2월 KT 본사에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KT 판매채널 담당자는 "당시 행사는 지역별 결합 상품 설명회였지 TM 사업 중단을 선언하는 자리는 아니었다"면서 "매장 임대료를 일부 지원하기로 한 것 역시 결합 판매 우대 정책이었을 뿐 유무선 매장 우대 정책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매장 개설 책임을 협력업체 사장들에게 돌렸다. 이 담당자는 "'대면 영업'이란 방향을 제시한 것이지 매장을 만들라고 강요한 건 아니다"면서 "매장 투자 결정은 협력업체 사장들이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KT "빠뜨린 지원비-수수료는 추가 지급... 손해 배상은 안 돼"

이에 오씨와 남씨는 "KT가 사업을 벌인 주체임에도 우리를 억지 주장을 하는 민원인 취급 하고 있다"면서,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KT측에 2007년 10월 이후 유무선 매장 지원 정책이 담긴 2년치 문서와 각종 지원금 등이 기록된 수기 수수료 계산서, 세무서에 제출한 매입/매출 계산서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KT에서 해당 자료를 제출하면, 주로 말로만 이뤄진 매장 지원 약속을 문서로 입증해 그동안 받지 못한 지원금과 수수료 외에 매장 운영비와 인건비, 위로금 등 6억 원대의 손해를 모두 배상받겠다는 생각이다. 거꾸로 해당 자료를 제시하지 않거나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면 KT에 사기, 횡령이나 탈세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KT 홍보팀 관계자는 "지급받지 못한 지원비와 수수료는 내부 문건을 확인한 후 추가 지급하고, 일부 대외비 자료를 제외하고 요청한 자료도 모두 제공할 계획"이라면서 "다만 정책적으로 약속한 임대료 외에 각종 운영비나 정책 변경에 따른 위로금 차원의 손해 배상은 어렵다"고 밝혔다.


태그:#KT, #KT멀티숍, #유무선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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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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