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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제6대 화순군의회가 일부 의원들의 자리욕심에 출발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화순군의회는 7일 오전 10시 제167회 화순군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고 6대 전반기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선출 등 원구성을 한 후 오후 2시 개원식을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무더기로 불참하면서 원구성은 커녕 개원식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7일 오전 10시 화순군의회 본회의장에는 민주당의 이선, 조유송, 무소속의 문행주, 최영호 등 4명의 의원만이 자리를 지켰다. 민주당의 강순팔, 류경숙, 박광재, 오방록, 임지락, 무소속의 정중구 의원 등 6명은 불참했다.

 

박광재 의원은 의회사무과에 이날 불참할 것을 통보했고, 정중구 의원은 등원하지 않았다.

임지락 의원과 오방록 의원은 연락을 끊었고, 강순팔 류경숙 의원은 군의회에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등원은 하지 않았다.

 

류경숙 의원은 본회의장 입구까지 오기는 했지만 일부 의원들이 임시회 개회를 위해 본회의장에 자리해 줄 것을 요구하자 거부하고 자리를 빠져 나갔다. 

 

 

이로 인해 6명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채 1시간여가 지났고, 제167회 임시회는 자동유회(流會)됐다. 당초 2시로 예정됐던 개원식도 의장 선출 이후로 무기한 연기키로 했다. 7일 자정까지 정족수가 채워지면 차수를 변경하지 않고 언제든 임시회를 열고 의장단을 선출할 수 있지만 자정이 넘어가면 차수를 변경하지 않는 이상 이번 회기는 자동 산회된다. 시작부터 파행운영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이날 군의회의 파행은 상반기 원구성과 관련 민주당내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려는 의원들이 물밑작업을 벌였지만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게 되자 임시회 불참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화순지역위원회 일각에서는 이번 원구성의 경우 종전과는 달리 지역위원장인 최인기 국회의원이 간여하지 않고 의원들의 자율에 맡기면서 파행이 불가피했다는 분석도 내린다. 종전과 같이 국회의원이 '누구는 어느자리'하는 식으로 감투를 안배했다면 의원들사이에 불만은 있었을지라도 '임시회 파행'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 것.

 

상반기 원구성과 관련 화순군의회 10석의 의석 중 7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에서는 박광재 이선 조유송 의원 등 3명이 의장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여 왔다. 박광재 의원은 3선 이선, 조유송 의원은 2선 의원이다.

 

박광재 의원은 5대의회 전반기 운영위원장, 하반기 부의장을 지냈고, 조유송 의원은 5대 의회 전반기 총무위원장을 지냈다. 3대 군의원으로 활동하다가 4대 군의원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고, 5대 의회에 입성한 이선 의원은 3대 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전후반기 운영위원장을 지냈다.

 

이들은 의장직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다가 최근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져 의장단 구성이 원만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었다.

 

이와 관련 민주당 모 의원은 "개원을 하루 앞두고 박광재 의원이 의장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조유송 의원이 의장을, 이선 의원이 부의장을 맡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주장했다. 조유송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 중 최고연장자, 이선 의원은 조유송 의원에 이은 연장자이다.

 

하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박광재 의원을 의장으로 밀면서 파행이 예고됐다.

 

 

7일 의장단 선출을 위해 열리기로 한 6대 의회 첫 임시회에 불참한 의원들 중 상당수는 박광재 의원을 지지하는 측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 중 모 의원은 "민주당 의원 중 유일한 3선 의원이고 5대 의회에서 부의장으로 활동했던 박광재 의원이 6대 의회 전반기 의장을 맡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한다.

 

등원 거부와 관련해서는 "일부 의원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소속 의원들과 연대하는 모습을 보였고, 같은 정당에서 일부 의원들은 등원하고 일부 의원들은 불참하는 것은 모양새가 아니라고 생각해 임시회에 등원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보여줬던 행태와는 달리 '당내 결속'을 강조한 것이다. 당시 화순군수 선거와 관련 공천이 유력시되던 전완준 현군수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면서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했고 민주당은 구충곤 도의원을 전략공천했다.

 

이에 민주당 화순지역위원회에서는 내부적인 분열이 생겨 전완준 군수 지지를 위해 당원 200여명이 집단으로 탈당하는가 하면 민주당 공천을 받은 일부 군의원 후보들이 구충곤 민주당 후보가 아닌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완준 군수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내가 시끄러웠다.

 

일부 후보는 민주당이 총력을 기해 준비한 합동유세에도 불참하고 무소속 군수후보의 유세장에 나가 함께 선거운동을 하면서 지탄을 받기도 했다. 민주당 화순지역위원회 내에서도 6.2지방선거에서 군수후보를 당선시키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로 '민주당의 분열'을 꼽을 정도였다. 

 

그러던 이들이 임시회 불참과 관련해서는 '결속'을 강조하며 첫임시회를 파행으로 이끈 것이다.

 

 

한편 7명의 민주당 의원 중 이선 조유송 의원을 제외하면 민주당 의원은 5명이 된다. 2명의 민주당 의원이 일부 주장처럼 3명의 무소속 의원들과 연대했다고 가정할 경우 5:5 동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의장 부의장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가 나오지 않을 경우  2차 투표에 이어 결선투표를 하되 득표수가 같을 때에는 연장자가 당선자가 된다. 6대 의회 최고 연장자는 조유송 의원, 다음 연장자는 이선 의원이다.

 

때문에 서로 상대측의 표를 한표 더 흡수하거나 반란표가 나오지 않는 이상 5:5로 팽팽하게 맞설 수밖에 없고 이 경우 박광재 의원보다 연장자인 조유송 의원이 의장에 당선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부의장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속내야 어떻든 6대 의회의 파행을 지키보는 군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민주당 의원들의 임시회 불참과 관련 이를 지켜본 군민들은 물론 의원들 사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주민 A씨는 "군민들을 대신해 일해 달라고 군의원으로 뽑아 놨더니 자리다툼이나 하고 있다"며 "어떤 자리를 차지하느냐 보다는 군민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혀를 찼다.

 

주민 B씨는 "10명 중 7명이 민주당 의원이고, 3명이 무소속이었던 지난 5대 의회 상하반기 원구성을 하면서 민주당 의원들이'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원칙'이라며  5석의 의장단 자리를 독식했다"며 "유리할 때만 민주주의 운운할 것이 아니라 회의장에 나와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민주주의적 절차에 의해 의장단을 선출하고 결과를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7일 등원한 의원들도 "군의원이 임시회의에 출석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며 의무인데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임시회에 조차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불참한 모 의원을 겨냥 "내가 해야 한다는 이기적인 발상을 버리고 원구성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현재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상황을 인정하고 순리에 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민주당 중심의 의회운영' 운운하고 있지만 군의회가 민주당을 위한 의회는 아니지 않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원구성을 놓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군민들에게 죄송하다는 자성과 함께 군의회의 파행은 화순군민들의 무관심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C의원은 "군민들이 군의회에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군의원들이 군민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제멋대로 하는 것"이라며 "참다운 지방자치의 실현과 제대로 된 군의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군민들도 자신이 대표로 선출한 의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화순군의회는 7일로 예정됐던 원구성과 의장단 선출이 무산됨에 따라 당일 2시로 예정됐던 개원식도 무기한 연기했다. 화순군의회는 신임의장이 선출되면 신임의장과 상의해 개원식 일정을 잡을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화순, #화순군의회, #군의회 파행, #의장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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