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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북단에는 홋카이도(北海道)가 있고 그 한 중앙에는 아사히가와(旭川)가 있다. 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부는 아사히가와는 참으로 기분이 쾌적해지는 곳이다. 오늘은 즐거웠던 아사히가와에서의 마지막 날이자 동물원 가는 날이다.

어린애도 아니고 웬 동물원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오늘 가려는 동물원은 보통 동물원이 아니다. 아사히가와 시의 아사히야마(旭山) 동물원은 일본에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인기 최고인 일본 제일의 동물원이다. 나는 이 동물원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언제나 자유로운 자유여행을 즐기는 나는 우선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가는 교통편을 직접 확인해야 했다. 아침 잠이 없는 나는 카메라를 들고 아사히가와 시내로 나와서 동물원행 버스정류소를 찾아보았다. 아침 공기를 마시며 혼자 조용히 산책하는 기분으로 역 방향으로 향했다. 아사히야마 가는 시내버스는 아사히가와 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있었고 내가 묵는 호텔에서도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자유여행 일정은 항상 미리 확인해 두어야 한다.
▲ 아사히야마 동물원행 버스시간표. 자유여행 일정은 항상 미리 확인해 두어야 한다.
ⓒ 노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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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가와 가는 버스 시간표를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버스 스케줄을 보면서 오늘 일정이 여유 없는 일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원행 버스 시간표는 서울에서는 도저히 확인이 안 되었고 결국은 현지에 도착해서 확인해 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버스정류소에서 직접 확인한 버스의 출발과 도착 시간이 오늘의 일정을 꼬이게 만들고 있었다.

완행버스나 급행버스 모두 1시간에 1대만 운행되고 있었고 동물원에 가는 급행 42번 버스는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매 시간 35분에 출발하고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오전 8:40분에 출발해서 아사히가와 시내의 시조도리를 경유해 동물원까지 가는 41번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동물원 구경 후에는 숙소에서 짐을 찾아 오후 1시까지 아사히가와 공항까지 가야하므로 동물원을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결국 동물원을 다 보지는 못하고 핵심체크만 해야 할 상황이다. 이 상황을 알면 나의 딸, 신영이가 크게 실망할 것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동물원에 가려는 가족들이 하나둘씩 모인다.
▲ 동물원행 버스정류소. 동물원에 가려는 가족들이 하나둘씩 모인다.
ⓒ 노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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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딸을 깨워 씻고 얼른 버스정류장으로 다시 왔다. 잠시 후에 펭귄과 바다표범 등 의 동물들이 귀엽게 그려진 동물원행 버스가 왔다. 1인당 400엔의 요금을 내고 버스 뒤편으로 들어갔다. 다행이 버스 뒷편에 빈 좌석이 있어서 우리 가족은 편히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역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기에 망정이지 조금 늦게 탔으면 버스에서 내내 서서 갈 뻔했다.

버스 안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모두 동물원에 가는 사람들로 보였다. 일본에서 일본의 여러 가족들과 함께 동물원 여행을 가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아사히가와 시내에서 변두리의 동물원까지는 40분이나 걸렸다. 동물원은 예상보다 꽤 먼 거리에 있었다.

동물원 입구에는 벌써 수많은 입장객들의 줄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토요일의 아주 이른 아침 시간인데도 동물원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놀라웠다. 동물원 입장시간이 9시 30분이니 그때까지 또 기다려야 했다. 나는 호텔에 숙박하면서 받은 동물원 입장권이 있어서 티켓 자판기로 가지 않고 바로 입장순서를 기다리는 줄 속으로 들어갔다.

이 유명한 동물원은 아침부터 동물원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룬다.
▲ 동물원 입구. 이 유명한 동물원은 아침부터 동물원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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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서 둘러보니 우리 가족은 동물원에 빨리 도착한 그룹 속에 속해 있었다. 우리 뒤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더해지면서 줄은 이리저리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수많은 관람객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고 소란도 없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 있었다. 신영이는 가방에 넣어온 책을 빼서 읽었고 나와 아내는 줄에 서서 한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뒤로는 일본인 노부부가 다정하게 서 있었다.

"일본은 관광지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참 많이 보여. 일본의 동물원은 어린이들만 즐기러 오는 곳이 아닌 것 같아."
"일본은 노인 인구가 워낙 많아서 그럴 거야. 그리고 이 동물원이 워낙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일본의 남녀노소가 오는 것 같아. 황혼의 부부가 손을 잡고 동물원 구경 오는 것이 참 보기가 좋네. 우리도 노후에는 이렇게 손잡고 여행 다녀야지?"

우리 앞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자녀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가 서 있었다. 그들은 동물원 구경 후 공항으로 가려는지 각자의 여행 가방을 끌고 있었다. 자기의 여행가방을 잡고 서 있는 어린이들이 반듯해 보였다.

"신영아! 쟤 좀 봐, 쟤는 저렇게 어린데도 자기 짐은 자기가 끌고 다니잖아. 일본 애들은 어려서부터 자기 것은 자기가 챙기는 교육을 참 잘 시키는 것 같아."

바리케이드 시멘트 난간에 앉아 책을 읽던 신영이가 엄마에게 괜히 꾸지람을 들었다. 드디어 익히 들어왔던 유명한 동물원 안으로 들어섰다. 1967년에 생긴 동물원이니 나와 나이가 비슷한 동물원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내가 사는 집에서 가까운 서울대공원보다는 크지 않은 동물원. 무엇이 이 많은 사람들을 줄을 세우며 동물원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약간의 의문을 가지며 동물원 입구의 홍학관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차분하고 얌전하기로 소문난 일본 사람들이 입구를 통과해 동물원 안쪽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홍학관 안으로 들어선 나는 많은 사람들이 뛰는 방향으로 같이 뛰어갈까 하다가 참았다. 아내와 딸을 데리고 아침부터 뛰어다니기는 싫었다. 정보를 잘 모르는 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는 여행의 진리를 이곳에서는 잠시 접었다.

홍학관의 홍학은 서울대공원에서 보던 홍학과 별 다른 게 없었다. 단지 홍학과 백조가 마치 마당에 풀어놓은 닭과 같이 동물원 마당을 활보하고 있었다. 바로 눈앞에 펼쳐진 홍학의 핑크빛 몸체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큰 새와 사람의 거리가 사라진 곳에서 사람들은 새의 습성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일본 최북단의 작은 도시라는 최악의 지리적 조건을 극복한 유명한 동물원이다. 동물원 사육사들의 수십 년에 걸친 토론과 공부, 노력은 시민들의 입소문과 언론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졌고 결국 이곳은 일본 최고의 동물원이 되었다. 상하좌우에서 동물의 행동을 골고루 관찰할 수 있게 만든 사고의 전환을 통해서 이 동물원은 경영혁신 사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도쿄의 우에노(上野) 동물원을 제치고 일본 내 관광객 1위의 동물원이 된 것은 펭귄관, 바다표범관, 백곰관의 인기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3대 동물관은 동물원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뛰어가던 곳은 바로 바다표범관과 백곰관이었다.

배를 드러내고 하늘을 나는 듯한 펭귄을 만날 수 있다.
▲ 펭귄관. 배를 드러내고 하늘을 나는 듯한 펭귄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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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시간인데도 펭귄관 앞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우리 가족의 빠듯한 관람시간은 안중에 없다는 듯이 예상치 않은 인파가 몰려들고 있었다. 펭귄관에 들어서자마자 펭귄들이 유려하게 수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수조 터널이 관람객들을 맞았다. 수많은 물고기들이 유영하는 수조 터널을 통과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투명한 플라스틱 수조터널 내부에서 머리 위의 펭귄이 헤엄치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다.

펭귄관이 인기가 있는 것은 펭귄이 수영하는 모습을 다각도에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 위로 펭귄의 하얀 배가 커다랗게 보였다. 펭귄들이 마치 머리 위 하늘에서 마음껏 날아다니는 것 같이 보였다. 나는 잠시 펭귄이 하늘을 나는 새인지 착각에 빠졌다.

사진과 설명문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쉽게 만들어져 있다.
▲ 펭귄의 일생. 사진과 설명문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쉽게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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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관 안쪽에는 펭귄의 생태를 볼 수 있도록 만든 안내문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만들어져 있다. 펭귄 생태의 다양한 사진 옆에 어린이들이 쓴 것 같은 필기체 설명문이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

새끼들을 이끌고 있는 어미 펭귄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 펭귄관의 펭귄 새끼들을 이끌고 있는 어미 펭귄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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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관 윗층에 올라서면 물 밖의 외부 공간으로 올라온 펭귄들이 바로 눈앞에 나타난다. 펭귄들이 쉬는 물밖의 인공 바위가 관람객들의 시선이 모인 유리벽 바로 앞에 있었다. 새끼들을 거느린 어미의 숨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털갈이 하는 펭귄들의 피부까지도 마치 접사 사진을 보는 듯이 섬세하게 보였다. 극지방에 살도록 진화된 펭귄들은 더운 날의 햇빛이 부담스러운지 펭귄 인형같이 움직임이 별로 없었고, 멈춰 있는 펭귄 사이에서 한 마리가 뒤뚱거리며 걷기라도 하면 관람객들의 눈길이 집중되었다.

동물들을 가깝게 관찰할 수 있도록 노력한 일본 제일의 동물원이다.
▲ 아사히야마 동물원. 동물들을 가깝게 관찰할 수 있도록 노력한 일본 제일의 동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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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오니 펭귄관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있었다. 일본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바다표범, 아자라시(あざらし)를 만나는 곳이다. 일본인들 가족 사이에서 같이 줄을 서며 순서를 기다렸다. 일본 사람들 외모가 우리와 차이가 없기 때문에 줄을 서면서도 이곳이 외국이라는 사실이 별로 실감나지 않았다.

플래시를 터트리면 바다표범이 놀랜다는 설명문을 익살맞게 그려놓았다.
▲ 노 플래시 설명문. 플래시를 터트리면 바다표범이 놀랜다는 설명문을 익살맞게 그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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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표범관 입구 앞까지 도달하자 입구 위에 웃기는 바다표범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만화에 익숙한 일본인들이라 그런지 바다표범에게 플래시를 터뜨리지 말라는 설명문을 만화로 너무나 익살스럽게 그려 놓았다. 역시 신영이는 익살스런 만화 캐릭터를 보면서 금방 웃음을 터뜨렸다. 일본어를 모르는 신영이도 사진 찍을 때 플래시를 터트리지 말자고 웃는다.

바다표범관이 유명한 것은 바다표범이 유영하는 수족관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바다표범의 초대형 수족관 보금자리 아래에 긴 원통형의 수족관이 연결되어 있다. 이 작은 터널 같은 수족관은 많은 관람객들이 둘러싸고 볼 수 있도록 기둥같이 박혀 있었다. 마치 큰 물기둥 같은 플라스틱 수조 안으로 바다표범이 실감나게 드나들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만든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걸작이다.

바다표범은 저렇게 귀여운 동물이었나 싶을 정도로 몸매도 통통하게 부드럽고 특히 눈이 예뻤다. 시원스럽게 유영을 하던 바다표범이 드디어 원통형 수족관으로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원통형 수족관 앞에는 바다표범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원통형 수족관을 유영하는 바다표범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 있다.
▲ 바다표범관. 원통형 수족관을 유영하는 바다표범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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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표범은 자기가 인기가 아주 좋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바다표범은 자기가 가진 재주는 모두 묘기를 부리며 스스로 재미를 만끽하는 듯했다. 이 녀석들은 원통 안으로 날씬하게 들어가기 위해 예술적으로 몸을 비틀고 몸을 원통의 각도에 맞추고 있었다. 마치 서커스를 하며 애교를 피우는 작은 소녀를 보는 듯 했다.

바다표범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던 사람들은 바다표범이 바로 눈앞에서 헤엄쳐 올라가는 묘기를 보일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한다. 일본인 특유의 감탄사, '스고이(すごい)'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그러나 워낙 바다표범의 몸놀림이 빨라서 사진으로 남기기란 쉽지가 않다. 바다표범이 한 번씩 원통수조로 돌아 올 때마다 사진기를 들고 있는 관람객들은 바빠지고 사진 찍기를 놓친 관람객들도 바다표범을 보며 유쾌하게 웃는다.

바다표범은 매번 좁은 수족관 안에서 정해진 길을 같은 모습으로 지나다니고 있었다. 나는 귀여운 바다표범을 보면서 뜬금없이 '쟤는 과연 행복할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저 바다표범, 아자라시는 갈 곳이 없어서 한곳에서 빙빙 돌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묘기를 보이면 사육사가 맛있는 생선을 주기 때문에 바다표범은 애교를 보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미개한 동물이 먹이를 받아먹는 것에 행복감을 느낀다면 모르겠지만 저 화려한 유영을 하는 바다표범에게 수족관은 너무나 좁아 보였다.

북극에서 온 북극곰을 보여주는 북극곰관(Polar Bear Museum) 앞에는 이미 너무나 긴 줄이 뱀 꽈리 틀듯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사히가와 시내에 돌아갈 시간을 고려하면 북극곰까지만 보고 동물원 밖으로 나가야 할 상황이 되고 있었다. 나는 가족과 함께 긴 줄 속으로 들어가서 차분하게 기다렸다. 북극곰관은 이 동물원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이기 때문이다.

곰의 거대한 발바닥과 엉덩이를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다.
▲ 북극곰관. 곰의 거대한 발바닥과 엉덩이를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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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지루함 끝에 드디어 북극 흰곰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물 위를 어슬렁거리던 북극곰이 사육사가 던진 꽁치를 따라 물속으로 풍덩 몸을 던진다. 곰은 물 속의 물고기같이 물속을 자유자재로 휘젓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영하는 흰곰의 엉덩이와 거대한 발바닥을 보고 경악한다. 그 거대한 덩치가 유리벽 바로 앞에서 춤을 추고 있기 때문이다.

곰은 생각보다 덩치도 매우 크고 몸도 아주 길었다. 관중들을 위해 돌진하듯이 물속에 다이빙하는 곰은 더욱 커 보였다. 만약 저 날렵한 곰의 발바닥에 잡히기라도 하면 사람은 남아나지 않을 것 같다. 북극에서 곰이 돌진하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바로 죽음이다. 사람들은 죽음 바로 앞에서만 볼 수 있는 돌진하는 곰의 모습을 보며 감탄을 하게 된다.

북극에 있는 북극곰은 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녹고 먹이가 없어 죽어간다는데 이 동물원 안에 갇힌 북극곰은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힘차게 받아먹고 있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 없이, 북극의 얼음 속에서 풍성한 바다코끼리와 물개를 사냥하며 살아가는 북극곰이 가장 행복할 것이다. 무릇 생명체나 물건은 응당 자신의 자리에 있어야 아름다운 법이다.

그러나 동물을 구경하고픈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 동물원은 아주 훌륭한 동물원이다. 화려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 새로운 시선으로 동물들을 관찰하기 위한 노력을 쏟아 부었음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동물원이다. 인간의 필요로 동물들을 우리에 가두고 사육하고 있지만 자연 속의 동물같이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동물원이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여유 있게 보려면 3~4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아사히가와 공항으로 가는 여정이 남은 나와 나의 가족은 동물원 밖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참 신이 났던 신영이는 동물원 뒤쪽을 다 보고 가지 못함을 너무 아쉬워했다. 신영이는 동물원 밖으로 나서면서 결국 눈물을 글썽였다. 나는 시간을 부족하게 일정을 짠 내 자신을 자책했다.

아사히가와 마지막날 일정을 너무 빠듯하게 짜면서 동물원행 버스시간을 미리 체크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패착이었다. 자유여행의 동선은 항상 소요시간을 예상해서 치밀하게 짜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나는 이 실수를 만회하고 완벽한 여행루트를 짜기 위해 다시 외국여행을 계획할 것이다. 아사히가와 시내로 돌아오는 버스 안, 북극곰이 내 얼굴 앞으로 뛰어들던 충격이 머리의 잔상 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송고합니다.



태그:#홋카이도, #아사히가와, #아사히야마, #동물원, #북극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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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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